[논현동] 진미 평양냉면-새롭지 않은 새로움
평양냉면에 비해 함흥냉면은 열악한 음식인가? 굳이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한다. 면의 질감이다. 전분 위주의 면은 덩어리지고 질기다. 국물에 잘 풀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부드럽게 넘어가지도 않는다(국물과 넘겼다가 목이 막힐 가능성도 높다). 과연 이러한 질감이 냉면이라는 음식의 청량감과 맞아 떨어지는가. 온도와 직결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경험의 차원에서는 아니다.
평양냉면 이야기를 함흥냉면으로 운 떼는 이유는, 올해 문을 열었다는 논현동 진미평양냉면의 면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물론 함흥냉면수준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입정동 을지면옥의 수준도 아니다. 하지만 국물에 딸려 오는 면이 뭉치고 생기가 없었다. 조리의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를테면 을밀대 수준 말이다. 한가한 시간에 주문과 동시에 뽑아 삶은 면이었다. 썩 맛있지 않았다. 한편 육수는 이상하게도 남대문 부원면옥 생각이 났다. 닭의 비율이 높은 느낌이랄까. 굳이 단점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엔 설탕이 아닌 감미료의 여운이 좀 강하게 막는다.
냉면 자체가 너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여름날 한 그릇 스쳐 지나간 평양냉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다른 자질구레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은 김치다. 평양냉면에 고춧가루 김치가 필요할까. 김치를 빼놓고 한국 음식을 생각할 수 있느냐 묻겠지만, 혹 유일하게 가능하다면 그 후보가 평양냉면이라 본다. 설사 내놓는다고 해도 신맛이 없고 고춧가루를 너무 넉넉히 쓴 나머지 쓴맛이 도는 것이라면 냉면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 김치를 내놓기로 한 결정이 요리사가 독립해 연 가게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고기다. 질긴 데다가 투툼하게 썰어, 냉면에 올라간 쇠고기 고명은 씹기가 어려웠다. 늘 말하지만 난 국물을 낸 고기를 굳이 먹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두께를 조정하면 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난 이제 한식에서 이런 수준의 고기를 내지도 먹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반 접시 시킨 제육도 부들부들한 비계에 가려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역시 살코기는 딱딱하다.
새로운 평양냉면집의 출현은 반가운 일이다. 대신 기대를 낳는다. 그 과정에서 고민하고 작은 요소 하나라도 개선하기를 바라는 기대다. 아직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식의 맛내기에는 분명 현대의 기술이나 그를 바탕으로 한 접근 방식을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물리적 실현 도구 이상으로 쓰지 못한다. 그렇게 멀리 내다보지 않더라도, 이 냉면은 답습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교통 자체가 딱히 나쁘지는 않지만 딱히 연계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 자리 잡은 후발 주자다. 물론 많은 이들이 찾아가서 먹을 것이니 지속가능성을 내가 걱정할 이유는 없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기 이전에 왜 다를 수 없는지 궁금하다.
저 쇠고기고명은 제가 갔을때도 딱딱하고 먹기 힘든 유형이었는데 ‘내 것만 이랬겠지’하고 넘어가긴 했습니다.. 주방의 ‘버릇’이란 건 참 무섭다는 걸 실감합니다.. 짭짤하긴 한데 육수는 그리 매력은 없더군요. 제육은 살코기가 그렇다해도 저 정도면 장충동,논현동 노포들보다는 상태가 낫다 생각했습니다. 줄 서지않는다면 편리한 가게는 될텐데, 요샌 줄 선다 하니 좀 그렇죠..
2012년에 문열었다 몇년간 쉰 후 다시 재개업한 남한산성 버스종점앞 [산성면옥]에서 물냉면(만원)과 제육절반(만원) 먹었습니다. 식기와 서빙, 공간은 더 개선이 필요하겠더군요. 음식은 진미평양면옥 것보단 한수 위이긴 합니다. 면의 끊김 적당하고, 육수는 조미료는 적당히 쓰되 짠맛과 감칠맛 사이에서 줄타기 잘 하더군요. 오이는 꽤 많이 넣어 바로 걷어냈습니다. 제육과 김치 상태 양호한데, 새우젓품질은 아쉽구요. 제가 14년전에 처음 맛본 평양냉면인 ‘장충동평양면옥’전성기 시절 맛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하는 가게입니다. 나름 ‘엣지’가 있는데, 좀 불안정해보이기도 하구요. 교통이 불편한 게 흠입니다~
저는 냉면 볼 때마다 회색조 스뎅 그릇은 둘째치고, 저 삶은 달걀이 늘 아쉽습니다.
녹회색 띠 안 생기게 하면서도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가 먹어도 문제 없도록
딱 알맞게 익히는 정성들이 왜 없는 걸까요? 대량으로 삶아야 하니 어쩔 수가 없을까요?
그래봤자 그릇에 담기는 눈에 보이는 요소는 다섯 가지뿐이고,
그 음식만 전문으로 파는 집인데,
왜 그걸 못 하고 있는지 의아합니다.
만약 냉면집에도 미슐랭 스타를 주겠다고 공표를 하면
냉면집들이 달걀 하나 삶는 것에도 신경을 쓰게 될까요?
여기가 그렇게 형편없으면 이 가게에 점수를 준 미쉴린 사람들은 뭐 필자보다 혀가 둔한 사람들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