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개별 냉동 보관의 요령
오랜만에 베이컨을 만들었다. 냉동 보관을 하려고 썰다가 모처에서 먹었던 저녁 생각이 났다. 해장국이었는데, 먹을만 했지만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판국이었다. 잘 만들 수 있는 곳이지만 입지 등의 여건 때문에 손님이 잘 오지 않는 상황. 그래서 저녁 시간 손님이라고 덜렁 나 하나였다. 분명 그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내 몫의 음식을 마무리하며 사장-주방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맛있네요.
아, 그런데 수요가 별로 없어서… 근처 밥집으로 손님이 많이 가네요. 그는 그렇게 대답하며 냉장고를 열어 비닐 봉지에 담긴 뭉치 하나를 꺼내 보여 주었다. 내 머리만했으니 큰 것이었다. 이거 봐요. 회전이 잘 안 되니까 재료를 준비해서는 일단 열려두는 거야. 해장국에 들어가는 곱창이었다. 아, 네, 그렇죠. 손님이 많이 와야 할텐데. 그렇게 대답하고 나는 가게를 나섰다. 얼마 전 일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보관을 위해 재료를 냉동하지만, 필요한 상황에 잘 쓸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 번에 얼마 만큼 쓰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덩어리에서 잘라 쓰는 성질의 재료가 아니라면, 즉 개별적인 개체를 쓰는 재료라면 냉동 또한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쓸 때 떼어내느라 골치 아파지는 것도 문제지만, 일단 냉동 자체가 고르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저런 곱창의 경우라면 내 머리통 만큼 큰 덩어리를 얼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일단 개별적으로 냉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 냉동실에 들어갈만한 크기의 쟁반에 재료를 고르게 펴 담는다. 유산지라도 깔아 두면 쟁반에 달라 붙는 걸 막을 수 있다. 개체가 크지 않으므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30분~1시간 정도면 최소한 겉은 잘 얼어 달라붙지 않는다. 이때 모아서 냉동보관용 지퍼백 등에 담아 보관하면 된다. 무엇이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면 된다. 덩어리를 떼어 내느라 실랑이를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재료에 응용이 가능하지만, 의외의 혜택을 입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토마토 페이스트다. 튜브 제품이 편하기는 하지만 찾기 어렵다. 깡통 제품이 비싸지는 않지만, 그대로 장기 보관하기는 어렵다. 이때 개별 냉동하면 편하다. 숟가락(분리가 잘 되는 아이스크림 스쿱이 편하다)으로 떠서 유산지를 깔아 놓은 쟁반에 올려 냉동실에 넣는다. 얼면 그대로 지퍼백에 담는다. 역시 필요할 때 한 덩어리씩 꺼내 음식에 바로 더하면 된다. 존재 유무에 따라 스튜 종류는 맛이 꽤 차이난다. 물론 액젓 한 숟가락 더하면 감칠맛이 더 깊어진다.
베이컨은 자주 드시는 편이신가요? 전 요리할 때 양념용으로 가끔 넣는게 전부라 덩어리째 얼리지 않으면 freezer burn이 생기더라고요. 겹겹이 얇은걸 가장자리부터 썰어나가면 지방이 많아선지 잘 썰리기도 하고, 채친 모양이 되어서 쓰기도 좋았습니다.
육고기는 해물처럼 ice glazing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리네이드와 같이 얼리는게 장기보관엔 낫지 않나 싶어요. 불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삼겹살은 벽돌 크기로 챠슈 만들어서 국물 조금 넣고 얼리면 괜찮더라고요. 면에 고명으로 올리거나 회과육으로 볶으면 금방금방 없어져서 코스트코 11파운드 짜리 삼겹살을 끝없이 사다 날라야 하는 고충은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