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초코파이: 42년만의 +1
42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았다면 글 한 편 쓸 수 있는 것 아닐까. 모든 대량생산 음식에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초콜렛에 바나나 조합이라기에 궁금했다. 또한 대량생산 음식의 맛은 독자적인 영역이다. 물론 모사가 목표인 음식도 많지만 대량생산이 유일한 존재의 방식인 음식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내가 옮긴 <철학이 있는 식탁>에서도 한 장에 걸쳐 이를 다룬다. 대표적인 음식? 당연히 코카콜라 같은 탄산음료다. 안 먹을 수는 있지만 먹는다면 가정 조리로 내는 맛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 맛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조금 더 안전한 먹을 거리라 자청하는 소규모 생산 대안 제품도 맛을 따라 잡지는 못한다. 한국이라면 라면이 이 영역의 대표적 음식일 것이다.
물론 초콜렛과 바나나의 조합이 신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기사를 찾아보니 업체에서도 알고 있는 것처럼, 어차피 둘의 조합은 고전의 영역에 속한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다. 가장 먼저 기억난 게 롯데제과의 ‘두리스 바’였다. 대체 언젯적 이야기인가. 검색해보니 무려 1983년이다. 조용필이 부르는 CF송이 워낙 유명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콜릿과 바나나는 어떻게 어울리는 걸까. 지방이 몸통을 이루는 초콜릿 향의 여운, 즉 끝자락에 “바나나”의 향이 물리는 원리다. 다만 굳이 큰 따옴표를 썼듯 정확하게 바나나의 향은 아닐 것이다. 모사에서 출발했지만 또한 독자적인 영역을 이룬 그것이다.
그래서 향에 집중해 먹어 보았다. 포장을 막 뜯으면 초코파이 특유의 “초콜렛”과 “바나나”가 적당히 어우러진 향이 난다. 둘을 엮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떠올릴 수 있는 그 향인데, 정작 먹기 시작하면 사라지고 후자의 향이 남는다. 겉의 초콜렛 코팅이 사라지는 한편 속의 마쉬멜로우 켜가 드러나기 때문일 것. 그렇게 “바나나”향만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는 평범한 인상을 남기면서 마무리한다.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사실 원래 초코파이도 일종의 아이콘 격의 음식인지라 존재를 완전히 떨쳐 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달리 말해, ‘원래 초코파이를 제쳐놓고 이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대답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해도 또렷하게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일종의 ‘백그라운드 노이즈’가 계속 끼어 있는 형국이랄까. 그래서 질문을 분리해서 생각해보자. 일단, 먹을만 한가? 그렇다. 다만 그것이 오리온의 독자적인 맛 조합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기본적인 “초콜릿”과 “바나나”의 고전적인 조합 때문인지는 분간이 조금 어렵다. 먹을 수록 후자에 기우는 가운데, 그 바나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이며 좋아하는 쪽이라면 다소 중독적일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해본다.
어쨌든 예측 가능한 맛의 범위 안에서 의도가 궁금하다. 왜 하필 이제서야 자매품을 내놓는 것일까. 또한 그것이 왜 하필 바나나일까(설마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안 그런걸 찾기가 힘드니 굳이 부정적인 의미로 꺼내드는 것도 아니지만, 초코파이는 정확하게 독창적인 음식이 아니다. 여태껏 심증만 품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1917년 미국에서 처음 나온 과자를 1973년 당시 동양제과의 김용철 개발실장이 조지아 주 출장 길에 들른 호텔 카페에서 먹었다’는 물증이 있다. 문 파이를 처음 만든 해가 1917년이고, 발원지인 테네시주 채터누가는 조지아 주, 특히 애틀랜타에서 차로 90분 정도 떨어진 동네다. 그런 문파이의 4종 기본 라인업 가운데 하나가 바나나맛이다.
말하자면 굳이 기본 초콜릿맛 한 가지만 존재할 이유가 없었다. 문파이를 그대로 베껴서 바나나맛 같은 걸 굳이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치더라도, 초콜릿의 끝에 향을 더해주는 것만으로도 제품군을 다양화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바나나가 된다면 오렌지도 되고, 딸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맛을 쓴 유사 제품군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25년 묵은 후레시베리마저도 오리온의 제품 아닌가. 이런 와중에 42년이나 지난 지금 굳이 뭔가 개발해 내는 것도 뭔가 신기한데 그것이 바나나라고…
기사에서 언급하지 않으니 아예 인기가 없어 생산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한정판으로 마케팅하는 가능성은 안 따져보았을까. 능력이 없지는 않을테니 초콜릿+1의 맛을 가미한 제품군을 몇 가지 개발해 주기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아예 딸기철에 딸기 초코파이를 내는 것 같은 전략은 어떨까. 그럼 최소한 판매기간 동안 만이라도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은 ‘백그라운드 노이즈’에 대한 의식 없이 찾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여간 ‘바나나 우유 먹다만 느낌’이라는 평도 나오던데 빙그레와 업무 협약이라도 얼른 맺어 패키지 제품 판매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새로운 맛을 내는 이유가 결국은 오리지널 제품을 더 팔기 위해서’라는 내용의 만화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초코파이가 잘 안팔리는가.. 하는 음모론(?)을 품어봅니다.
왠지 저도 그쪽으로 생각이 기웁니다만 또 최근 뉴스에선 잘 팔려서 가격 안 올리고 양을 11% 늘린다고 했죠.
문파이의 역사가 오래 되었군요.. 초코파이는 정말 군시절 말고는 찾지않게 되더라구요..
합정역 남쪽 묘한 위치에 탈북자 윤종철씨가 주방장인 [동무밥상]이 오픈했더군요. 오리불고기(소 만8천원), 쇠고기무침(만2천원), 만두국(8천원) 등이 있습니다. 쇠고기무침에 공기밥 해서 먹으면 좋더군요. 오리불고기는 식초,사카린맛이 전에 팝업스토어할때보다 세서 나쁘지않은 정도고, 일행과 있을때 적당한 선택은 됩니다. 서버가 휴대용버너를 위험하게 다루길래(오리고기 구워 제법 달궈진 버너를 금방 다른 버너 위에 쌓아놓길래) 제가 가볍게 주의를 줬습니다. 황무지같은 합정역 일대에선 오아시스같더군요.월요일 휴무입니다.
그리고 선유도역과 당산역 사이,영등포구 양평동4가 64-4쪽에 전라도?김복자 사장이 운영하는 [복자가반백숙]의 능이반백숙(만5천원) 괜찮습니다. 1.3~1.5kg큰닭의 일부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는 쓰지않네요. 소금만 잘 조절해넣으면 어설픈 병아리삼계탕보단 훨씬 낫습니다. 일요일휴무입니다~
발매 얘기듣고 카피 전문 모 기업이 따라하려나 했는데 역시나.. 더군요.
거기에 한정판 마케팅까지 붙여서…
이 글 뒷부분이 생각나서 참 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