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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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매년 3월과 9월 1일에 글을 한 편씩 썼을 것이다. 각 달이 찾아와서 반갑지만, 그런다고 계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방심해서는 안된다. 뭐 그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3월이 찾아왔다. 윤년이라고 해서 번뇌가 많았다. 2월 29일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되는 것인가. 유예된 2월인가, 아니면 3월의 전주곡인가. 달리기랍시고 하겠다고 나가보니 콧물이 줄줄 날 정도로 추워서 전자로 여기기로 했다. 마침 그 전날 눈이 펑펑 쏟아지기도 했으니, 그게 맞다.

어쨌든 3월이 왔다. 그러나 나는 겨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은 아무 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럴 수 있다고 해서 대체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억지로라도 외면해야 할 시간이다.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행복하다. 사라지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사실 나는 달리지 않았다. 그저 조금 빨리 걸었을 뿐이다. 게으르거나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럴 능력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것이 달리기라고, 나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속인다. 나만 피해자면 속여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