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 모모스 커피
1월 말, 메르씨엘 갈라 디너 참석차 부산에 갔다 왔다. 역시 1박 2일의 급한 일정이었는데, 아침에 온천장역 앞의 모모스 커피에도 들렀다. 에스프레소 두 종류와 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즉각적으로는 깔끔하고 균형이 잘 잡혔다는 인상을 주었다. 다만 콩을 사와 시간차를 두고 내려 마셔 보니, 맛을 이루는 요소 사이의 틈이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신선함이 가시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신선함은 당연히 가신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떤 콩은 미묘함을 잃는 대신 맛을 이루는 요소가 좀 더 잘 엉긴다. 섬세함은 사라지지만 그 대가로 조화로워진다. 커피콩은 가급적 빨리 소모하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도 못 마시게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 모모스의 콩은 처음 마셨을 때 다가오는 틈이 벌어지는 느낌을 준다는 것. 말하자면 단점이 부각되는데, 대개 약하게 구운 콩일 경우 그 중심에 신맛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과일의 떫거나 신맛이 차츰 강해지는 느낌이랄까. 큰 결함이 있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 가격이나 거리로 인한 배송의 이점을 감안하면 지금 마시는 콩의 ‘백업’으로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만 이것이 강하게 굽지 않은 콩의 패턴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
한편 케이크 두 종류와 식빵을 사와서 먹어 보았는데, 후자는 확실히 맛있었다. 직접 제분한 통밀을 30% 섞었다는데 일단 잘 생겼고 질감이나 맛 모두 신선했다. 반면 케이크는 역시 잘 생긴 것에 비해 큰 특징이랄 게 없었는데, 무엇보다 커피와 궁합을 딱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느낌. 예전 프릳츠커피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듯, 중간지대를 겨냥해 볶은 커피라면 곁들이는 케이크도 단맛과 신맛의 균형을 더 적극적으로 그쪽에 맞춰야 한다(더 이상 도너츠를 내지 않는다고 들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커피를 볶는다고 표현하는데, 왜 ‘굽다’라고 표현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원래 동사 roast를 쓰는데 이걸 볶음이라 옮기기엔 한국의 볶음과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의식적으로 그렇게 씁니다만, 또 습관처럼 ‘볶다’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