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메종 엠오-크리스마스 케이크(Bûche M’O)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주문해 먹었다. 그럴만한 대상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메종 엠오의 페이스트에 대해서는 올리브 매거진의 디저트 리뷰(12월호)에서만 다뤘고, 정작 여기에서는 글을 쓴 적이 없다. 거의 모든 품목을 최소 한 번씩은 먹었으나, 가게 앞에 줄이 생기기 이전의 일이니 모든 디테일을 나열하기엔 시기가 좀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단히 정리할 수는 있다. 소금, 그리고 시트러스의 신맛과 향을 적극적으로 써서 표정이 굉장히 생생하고 균형이 잘 잡힌 디저트를 현대적이고 다소 미니멀하다고 할 수 있는 조형에 담는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브쉬 드 노엘의 재해석도 메종 엠오의 기본적인 콘셉트에 충실하다. 브쉬, 즉 장작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빌어 이들의 대표 품목인 몽블랑의 밤 크림을 맛의 중심으로 설정한다. 균형은 레몬의 신맛과 베르가못의 향으로 잡는 한편, 이를 한데 담은 젤리와 바닥의 사블레로 질감의 변화를 준다. 세심하게 중간에 메일로 보내준 스케치를 보고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을때는 개념적으로 훌륭한 조합일 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케이크를 받아 먹어보니 다소 아쉬웠다.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측면은 질감. 바닥의 얇은 사블레 한 켜로는 케이크 내부의 부드러움이나 젤리의 미약한 출렁거림, 맨 바깥층의 미르와(글레이즈)의 끈적함과 균형이 맞는 바삭함을 자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두 갈래로 이해했는데, 첫 번째는 사블레 켜가 지닌 바삭함의 결이다. 가로로 켜가 생기면서 부스러지는 바삭함(flakiness)이었더라면 잘 어울렸을텐데 알갱이가 생기면서 부스러진다. 물론 그래야 ‘사블레(모래)’라는 명칭에 충실하겠지만 두께를 감안한다면 좀 덜 압축되어 부스러지는 편이 좀 더 조화롭지 않았을까. 아니면 푀이타주-다쿠아즈-프랄린 계열의 켜를 중간에 하나쯤 더 둘 수도 있다. 분명히 무겁거나 뻑뻑한 질감은 아니고 가볍지만 그래도 균형을 맞춰주는 요소가 좀 더 필요했다.
한편 젤리와 미르와의 질감 또한 정확하게 만드는 이의 의지 만큼 세부 조정이 된 상태인가 조금 미심쩍었는데, 그러한 의문이 맛에서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각 요소를 떼어 놓고 보면 괜찮지만 한데 모이면 균형이 안 맞는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걸쳐 끊임없이 생각해보았는데, 단맛과 신맛이 이들의 다른 디저트에서 느꼈던 것보다 아주 조금 과장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치를 들먹이는 건 이런 맥락에서 언제나 위험하지만 10% 정도? 특히 맨 바깥켜에서 그런 느낌이 가장 강했는데, 물성-질감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짐작을 했다. 그냥 바닐라가 아니고 화이트 초콜릿을 쓴 것 같은데, 그 또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초콜릿 케이크를 먹었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케이크류의 단맛이 좀 더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다.
종합하자면, 개념-설계보다 실행의 문제로 보인다. 켜가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도 그렇고, 기본적인 생산량 위에 케이크까지 얹은 연말 특수의 피로가 케이크에 묻어났달까. 한편 이들의 강점이 정말 케이크인지도 의문이다. 먹어본 바로는 그보다 베린 류나 브리오슈, 마들렌 등의 지방이 풍성한 빵이나 구움과자류의 균형이 더 좋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제가 메종 엠오의 관계자라면 이 글을 소중하게 간직할것 같습니다. 냉철하고 상세하고 예민한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