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면발과 계절감의 관계

  
올해는 여름에 한 해 먹을 평양냉면을 다 먹어서 이후 쉬엄쉬엄 다니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장충동 평양면옥과 우래옥 본점에 들렀는데, 후자의 면이 유달리 질겼다. 아니, 겨울에 메밀 분량을 조절한다는 건 안다. 그걸 감안해도 질긴편.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을지면옥의 면발과 비슷했다. 기본적인 배합비보다 조리의 문제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술적인 인과관계를 잠시 차치하고, 단순히 계절과 면발의 질감만 놓고 생각해보았다. 겨울, 그러니까 더 추운 계절에는 어떤 면발이 더 잘 어울릴까? 물론 이는 한편 궁여지책의 생각 거리다. 기본적으로는 계절에 상관없이 질기지 않은 면이 특히 평양냉면에는 더 잘 어울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골라야만 한다면, 탄성이 더 강한 면은 거울보다 여름에 더 잘 어울린다고 본다. 냉면의 온도-차가움-이 기본적으로 빚어내는 긴장감이 면의 탄성과 맞물려 긴장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면이 질길 수록 먹기가 불편하고, 그럴 수록 겨울엔 음식 전체의 차가움이 불필요하게 증폭된다. 아직도 이열치열이나 ‘여름 설렁탕-겨울 냉면’의 만트라를 쓸데없이 고집하는 “미식가”들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런 면이 겨울에 잘 묻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 

*사족: 냉면은 그렇다고 넘어갈 수 있는데, 반찬의 마을은 이제 좀 냉정하게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젠 뭘 먹어도 마늘맛 밖에 남지 않는다. 두 세계의 분열 어쩔 건가.

1 Response

  1. 뇌근 says:

    계절감을 말씀하셔 며칠 전 방문 때 들었던 궁금증이 생각납니다.
    동절기에는 배를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배가 과연 냉면에 어울리는 재료인가 계속 생각했어요.
    아무런 가공도 거치지 않고 채썬 배. 단맛은 굉장한데 산미라곤 전혀 없는 게 묘하달까요.
    선주후면이든, 선육후면이든 후식개념으로 먹는 면식이라면 단맛의 첨가가 어느 정도는 납득되는데 이건 그냥 식사용인데 말이죠.

    덧. 불고기를 주문하면 나오는 쌈장은 정말 손을 대는 게 민망할 정도였어요. 150g 3만원 하는 고기에 그냥 공장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