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원 소금의 꽃- 은보다 비싼 소금
청정원 ‘소금의 꽃’은 비싸다. 80g에 48,000원이다. 1g당 600원. 비교를 위해 은 시세를 알아보니 1g당 500원을 밑돈다. 결국 은보다 비싼 소금이다. 카페 리브레가 은보다 비싼 COE 생두를 사들였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국산으로 이런 소금이 존재한다. ‘전체 소금의 0.01%’라나. 가격을 감안하면 요리용은 당연히 아니다. 생식용이고, 제품 스스로도 그렇게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병 목에 달린 작은 딱지에 ‘손으로 부스러뜨려 고기나 소금 위에 얹어 먹으라’고 알려주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손으로 부스러뜨리기가 어렵다는 점. 육면체에 가까운데 일단 가장자리에 뾰족하고 날카로운 데다가 굉장히 단단하다. 따라서 잘 부스러지지 않고 힘을 주다 보면 손끝이 따갑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힘들여 부스러뜨린 알갱이가 고르지 않다. 적절한 수준의 불규칙함이 고명으로 얹는 소금의 경우는 즐거움을 줄 수도 있지만, 오차가 너무 크면 맛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비싼 물건이 진정 가격에 걸맞는 가치를 지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끝없이 헤아릴 수 있겠지만 일단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최대한 오차의 범위를 줄여야 한다. 한마디로 어떤 제품이든 완성된 상태에서 사용에 대한 비전을 바로 제시하고, 사용자는 그를 따라 최대한 불편함과 고민 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기본적인 품질을 기본으로 전제한 상황에서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다. 소금이라면 당연히 맛있어야 하지만, 제안하는 쓰임새를 행동에 옮기는데 거슬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사용에 대한 비전’을 확장해 얻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소금의 꽃’을 나의 주방에 들여 놓으면 어떤 변화를 얻을 수 있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한 맛의 문제가 아니다. 이만큼의 돈을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소금에 쓸 수 있다는 경제적 상황이나 ‘멘탈리티’도 중요하고, 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곁가지 또는 배경이 필요하다. ‘전체 소금의 0.01%’만으로는 부족하다.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건 높이 살 일이나, 디테일이 없다. 소금의 가치는 음식-삶과 어떻게든 얽혀야 더 빛이 날텐데, 정작 강조하는 건 생산 방법이나 희귀성이다. 한마디로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
‘소금의 꽃’이 제안하는 쓰임새에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소금은 영국의 몰든이다. 결정이 납작한데다가 부드러워 고명으로 얹으면 편안하면서도 즐겁게 씹히는 가운데 방점을 찍는 짠맛을 낸다. 가격? 직접 확인하시라. 굳이 g 단위로 계산하지 않아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것도 그나마 수입 과정에서 세 배 가까이 부풀어 오른 가격이다. 이 모든 성공적이지 못한 시도는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고급스러운 걸 만들고 싶고 가치를 올리고 싶지만 정작 방법은 모른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세계적인 명성의 소금을 사다가 늘어놓고 맛을 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기간에 이해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비단 소금만, 음식만 그런 것도 아니잖는가. 사회 전반에서 인식과 체질의 변화가 명백히 필요한 시점인데, 걸맞는 방법론을 찾기 위한 접근 방법을 인지는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