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아이들 모먼츠-좋은 푸딩과 색채의 공명에 관한 고민
푸딩, 젤리, 마시멜로우, 무스, 심지어 아이스크림(특히 젤라토) 등, 액체를 굳혀 만드는 디저트의 질감은 아주 단순하게 개념화할 수 있다. ‘흐르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상태’다. 숟가락이나 입에 저항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고체지만 움직여야 한다. 괜히 ‘jiggle’같은 단어로 좋은 푸딩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기준에서 볼때 아이들 모먼트의 푸딩은 훌륭하다. 전혀 걸리는 곳 없이 매끈하고 단맛도 적당하며 캐러멜의 향도 좋다. 바로 장소를 옮겨 아메노히 커피에서도 푸딩을 먹었는데, 둘을 비교하면 질감의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후자는 이미 확실히 고체다. 계란과 유제품, 즉 우유와 크림의 황폐한 현실을 감안하면 의미 있다.
한편 타르트는 설정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바삭하고 단단하지 않아 적당히 부스러지며 단맛도 산뜻한 수준인 크러스트는 훌륭하다. 무화과를 조금만 얹은 속도 빈약하지만 맛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빈약함을 보충하려는 의도였는지 얹은 생무화과+생크림의 조합이 실패였다. 무화과에 생크림이라니. 심지어 무화과의 품질과 맛이 좋아서 아까울 지경이었다. 차라리 무화과 가운데 물크러지거나 뭉개진 것에 잼 등을 더해 글라사쥬나 콤포트를 만들어 생크림 대신 쓰면 어떨까. 무화과가 펙틴의 샘물이라는 걸 감안하면 질감은 이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
게다가 1인 운영의 현실에서 타르트의 주문을 받을 때마다 소량이나마 실시간으로 생크림을 올리는 건 접객의 비효율을 가중시킨다. 드립 커피도 마찬가지다. 나는 드립 커피 자체에 이제 더 이상 믿음이 없다. 맛과 시간 측면에서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설비를 들여 놓을 수 있고 회전도 일정 수준 가능한 업장에서 드립을 커피 추출의 주 원천으로 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썩 맛있지 않은 커피를 비효율적인 추출법으로 내리느라 기다리는 것이 업장의 가치를 깎아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간. ‘4-5년 전 유행하던 일본 사진집 풍’이라고 말하면 적절하려나.밖의 풍경에 매력은 별로 없지만, 적절한 계절에 창가 자리가 이 카페의 정수다. 요즘엔 이런 분위기도, 또한 주인의 취향이 잘 묻어난 공간도 드문 터라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는 있다. 하지만 안락하기 어려운 면적이고(좁지는 않지만 편안하지도 않다), 효율적이기 어려운 접객 때문에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위치를 감수하기에는 망설일 곳이다. 그것이 바로 이런 업장의 딜레마라는 생각. 그냥 평범, 또는 그보다 못한 동네 카페는 분명 아니고 나름의 색채는 지니고 있다. 하지만 모든 요소를 종합해 감안하면 그 색채가 공명하기 어려운 맥락 또는 상황.
*사족: 이런 카페에서 랩탑으로 ‘좌판’ 벌리는 손님은, 현실을 감안하면 매너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빌려주는 곳이라기보다 식음료를 실제로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곳이기 때문. 먹거나 일행과 이야기하거나, 그래서 한 시간 이내에 자리 비워줘 회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