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 후디스 그릭 요거트와 가공 유제품의 방향 및 완성도
우유가 안 팔려서 우유 협동조합 임직원이 월급 대신 유제품을 “자발적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란다.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 한국 우유의 설자리는 애매하다. 효능식품으로 모는 경향이 있고, 품목 다분화도 안 되었다. ‘초유 넣은 뫄뫄 우유’ 같은 건 나와도 유당불내증 보유자를 위한 우유는 찾아보기 어렵다(매일 제품만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식문화에 맛 기준으로 끼워 넣을 틈새도 없다. 그런데 비싸고 맛도 없다. 유가공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것도 아니다. 치즈는 물론, 심지어 버터마저도 국산 제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찾더라도 맛 때문에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인기인 그릭 요거트도 마찬가지다. 꽤 많이 쏟아져 나오지만 먹고 싶은 건 없다. 그릭 요거트의 핵심은 거르기다. 일반 요거트에서 유청을 좀 더 걷어내 밀도를 높인다. 그래서 심지어 무지방 제품이라도 굉장히 ‘크리미’하다. 요즘도 수입되는지 모르겠으나, 대중화된 제품인 ‘파예(Fage)’만 먹어봐도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는 부드러움이 덜하지만, 그래도 사진의 일동 후디스 같은 제품에 비하면 훨씬 낫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이건 그릭 요거트라고 볼 수가 없다. 밀도가 그렇게 높지도, 부드럽지도 않다. 잘 해봐야 푸딩 정도의 질감이랄까. 뻑뻑하다 싶지만 그래도 매끈하고 부드러워야 그릭 요거트다. ‘원유(국산)+2배 농축 우유(수입산)’이라는 조합을 보면 일반 요거트에 전지분유를 섞듯 적당한 요거트에 농축 우유를 섞어 밀도를 조금 높인 것이라 추측한다. 그나마 가당 제품이 조금 더 촉촉하다. 무가당은 맛없는 연두부 정도의 질감에 자잘한 알갱이가 드글거린다.
원래 맛없는 기본 재료로 안일하게 만들면 맛이 없는 건 인지상정이다. 국내 유가공 업계는 안이하다. 필수 구매 품목이 아니라면, 질이 나쁘고 비싼데 굳이 지갑을 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우유의 입지에 대해 업계가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