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차이나타운] 락천각-원향재-신발원: 관광지>>음식

IMG_8625주말에 1박 2일로 부산 출장을 다녀왔다. 토요일 점심에 차이나타운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사람들 많이 간다는 집 세 군데를 찍고 온 소감.

IMG_8622락천각: 음식 자체는 일단 제쳐놓더라도 전혀 알고 싶은 생각 없으나 절대 그럴 수 없는 위생상태가 사람을 힘들게 했다. 깐풍기 한 접시를 3/4 정도 먹고 퇴장. 체구 건장한 사장님이 주문을 받고 직접 조리를 해주고 나니 흰 조리복 상의를 입는 60대 남성 등장.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다.

IMG_8624원향재: 일단 깔라마리 어묵이 등장하면 최근 트위터에서 돌았던 표현대로 ‘걸리셔스 탈락’이다. 그 밖에도 짜장면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소다면이 유쾌하지 않았다. 칼라마리를 빼놓는다면 새우와 해삼, 그리고 요즘은 의외로 없는 당근을 잘 볶은 삼선볶음밥이 더 나았다. 뒤로 깔리는 두터운 여운은 상온에서 고체인 지방이 녹은 맛인데 버터는 아닐테고 마가린?

IMG_8629신발원: 원향재 옆집. 월병과 계란빵, 팥빵, 포춘쿠키(?!)를 하나씩 사와서 먹었다. 월병은 아몬드, 캐슈 등을 통째로 넣은 일종의 게으른 호방함이 돋보였지만 꽤 무미무취했다. 나머지 두 빵도 마찬가지. 포춘쿠키는 일본-미국을 거쳐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 중국은 확실히 발원지가 아닌데 그게 돌고 돌아 한국 부산의 차이나타운에서 먹을 수 있는 점이 신기했지만 딱 그만큼이었다. 재료가 성실하다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굳이 맛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비싼 음식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 그저 한 끼 먹을 기회를 그저 그런 음식으로 날려 버렸다는 아쉬움 밖에는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차이나타운과 반대로 한국의 차이나타운은 ‘관광지>>음식’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음식 찾아 가기엔 별 맛이 없다는 말. 모여 있을때의 권위나 신뢰를 전혀 맛볼 수 없었다. 여느 관광지에서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나 쌈밥의 한국식 중국 버전이 아닐까. 크고 작은 의미에서의 지역(부산-차이나타운)의 개성도 없고 완성도도 좋다고는 볼 수 없다. 이래저래 그냥 중식도 아니고 “한국식” 중식에 방점을 찍을 수 밖에 없는 음식.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요하지 않는, 중국 음식의 빙산의 일각 수준. 하지만 어차피 갈데가 없으니 사람들은 찾아갈 것이고. 미국 중소도시의 차이나타운, 그도 아니면 한국에 살았던 화교가 이민가서 만드는 음식보다 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