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란의 전제 조건
약 한 달쯤 전에 트위터에서 ‘수란 파동’이 있었다. 이태원의 ‘핫 플레이스’에서 에그 베네딕트에 삶은 계란을 얹어 낸 것. 아주 웃기는 일 맞다. 수란이 엄청나게 어려운 조리법도 아닌데다가, 언제나 그 굳지 않은 노른자가 소스와 한데 어우러지는 극 및 미각적 효과가 핵심이기 때문. 물론 삶아서도 얻을 수 있지만 사진의 삶은 달걀은 그럴 가능성도 없어 보였다. 2015년에 프랑스어로 이름을 붙인 가게에서 삶은 계란을 얹은 에그 베네딕트를 낸다… 게다가 에그 베네딕트는 정확하게 프랑스 음식도 아니다.
어쨌든, 수란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조리법이라고 말했다. 그 자체를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제이미 올리버 같은 유명 셰프가 유튜브에서, 그것도 세 가지나 소개해준다. 굳이 보탤 게 없다. 하지만 전제 조건을 사족처럼 따져볼 수는 있다. 대개 잘 안 짚고 넘어가는 준비 과정이다. 어디에서나 수란을 제대로 만들려면 싱싱한 계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흰자의 가장자리를 걷어내기 위해서다. 계란을 따뜻한 물에 담그면 이 가장자리가 가장 먼저 익어 너풀거린다. 익은 상태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수란에 달라 붙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먼저 걷어내면 훨씬 깔끔하게 수란을 익힐 수 있다.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사진처럼 구멍 뚫인 국자, 또는 다이소 같은 데서 1,000원에 살 수 있는 차망에 계란을 미리 깨고 공기나 종지 등을 받친다. 계란이 수란을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싱싱하다면 가장자리만 흘러 빠져 나오고 고여 있을 것이다. 이를 반드시 다른 공기나 종지에 담아 두었다가, 최대한 물에 가깝게 가져가 살포시 흘려 넣는다. 그래야 형체가 망가지거나 노른자가 터지지 않는다. 단백질 응고를 위해 물에 식초를 풀거나 피클을 넣는 레시피가 많이 도는데, 효과가 있겠지만 쓰지는 않는다. 쓸데없는 신맛을 더할 뿐더러 굳이 쓰지 않고도 멀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 차라리 소금으로 간을 하는 편이 낫다. 끓기 시작하는 물에 계란을 담그고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뒤, 원하는 노른자의 굳기에 따라 3~4분 익힌다(56g짜리 기준).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살짝 헹궈 쓸 수도 있다.
제이미올리버의 비닐랩을 이용하는 방법이 나름 충격적이네요 ㅎㅎ. 저런 용도로 쓸만한 비닐백만 찾으면 에그프라이보다 수란이 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