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잡담 3선
1. 하필 미장원이 분당에 있어서 가끔 신분당선을 꾸역꾸역 타고 내려간다. 옆자리에 60대 후반의, 표준보다 마른 체형의 남자 노인이 앉았는데 자리에 엉덩이를 반만 걸치고도 족히 100도는 되는 ‘쩍벌남’의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사뭇 신기했다. 편안함을 이미 벗어난 각도까지 다리를 벌리면서 얻으려는 건 대체 무엇일까. 트위터에서 누군가 말한 것처럼 남성의 영역? 싫소이다. 국비 사업으로 자세 교정 및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2.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기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생각보다 유지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 두 달에 한 번이면 자주 자르는 것이다. 하여간 그래서 한 번 갈 때마다 그 바로 전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때도 머리를 감겨주었던 스태프가 손톱으로 머리 닿는 곳을 긁는다는 걸, 그의 손이 닿는 순간 기억해냈다. 그러니까 두 달 전에도 그랬던 것을 잊고 있다가 기억해냈다는 말. 습관이라는 의미다. 잠시 관찰해보니 스태프 가운데 지위가 높아서 다른 이들 일하는 걸 봐야 하는 상황이라, 손을 움직이면서도 눈은 다른데 가 있어 그런 것이다. 말하자면 부주의의 산물. 참고 참아 짜증을 내기 전에 누군가에게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또 어렵다. 당사자에게 바로 말하면 변화가 없을 확률이 높고, 관리자에게 이야기하면 문책이 돌아가기 때문. 게다가 스태프는 손님 옆에 계속 붙어 있으므로 후자를 택할 경우 자연스레 말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끝까지 간신히 참고, 계산하고 나오며 관리자에게 이야기했다. 다음 번에는 변화가 있기를. 그게 참 아프다.
3. 어중간한 시간에 내려가서, 현대백화점 분당점은 그야말로 ‘스피드런’을 해야만 했다. 한바퀴 다 둘러볼 시간도 없어서 그냥 눈에 띄는 걸 잽싸게 먹고 또 사왔다. 조만간 가벼운 후기를 올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