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오파스-맛과 현실의 비교
‘뚝뚝 누들타이와 소이 연남의 타이 이펙트가 싱글몰트-위스키 바 컨셉트의 가게를 새로 열었는데 아란 14년으로 만든 쿨러가 맛있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니, 그 쿨러를 만드는 장본인이 홍대 팩토리 출신의 아무대 바텐더였다. 그 순간 많은 것을 이해했다. 팩토리의 싱글몰트 바탕 하이볼-쿨러 등등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도 자기 몫을 충분히 했던 바텐더였다. 말하자면 이곳 컨셉트의 한 축인 칵테일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 태국 음식에서 모든 맛이 폭발적으로 난다는 걸 감안하면, 탁한 맥주보다는 차라리 시트러스향을 살린, 가벼운 칵테일이 음식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한편 음식은 이미 검증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뚝뚝누들타이는 거의 언제나 긴 대기와 조금 더 강했으면 싶은 맛이 조금 걸리지만, 기본적으로 조리 자체는 매우 좋다. 소이 연남도 마찬가지. 쌀국수 위에 얹은 사탯살만 놓고 봐도 아주 훌륭하다. 따라서 그 둘을 한데 엮는 경험은 꽤 즐겁다. 조미료 미터가 어느 정도 올라가는 건 감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꽤 깨끗한 바탕 위에서 짠맛, 단맛, 신맛, 감칠맛, 매운맛 등이 함께 폭발한다. 물론 자질구레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은 좀 했다. 싸이끄럭 이싼(숙성시킨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에 생강(갈랑갈?)이 날 것으로 나오는데, 음식의 맛이나 역할을 감안한다면 피클이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고(그게 태국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껍질도 그렇고 익힌 질감이 온도와 맞물려 딱히 유쾌하지 않으니 볶음면의 토마토는 빠지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불만 없는 음식이었다.
이런 음식, 즉 동남아시아의 현지인을 데려다가 직접 만들어 내는 것들을 먹으면 한식의 현실과 비교해 생각하게 된다. 일단 현지인 요리사의 역할이나 의미다. 대부분 현지의 맛을 살리는 것이 주 목적이라 생각하지만, 아예 그의 전제조건인 완성도의 확보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대부분의 한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아예 완성도조차 확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된장, 고추장을 쓰는, 문자 그대로의 정의에 충실한 한식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식화된 중식, 심지어는 일식이나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까지, 한국 사람의 손을 거친 음식 대부분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마디로 잘 튀기고, 볶고, 끓이면 일단 어느 정도의 맛은 나는데, 그조차도 안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가격대가 다르기 때문에 수평비교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가혹한 맛없음을 가차없이 안기는 한식류는 대부분 식사를 위한 것이다. 심리적 저항이 강한 가격대와 쓸데없이 노동력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반찬 문화가 맞물려, 애초에 완성도를 좇을만한 환경도 안된다. 그에 비하면 이런 곳에서 파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12,000원 정도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대가 올라간다고 한식이 맛있어 지는 것도 아니며 또한 현지인이 만드는 음식 가운데서도 낮은 가격대에 ‘선방’하는 음식들이 있다는 것이다. 만두 같은 음식이 그렇다. 이대 앞의 미스터 서왕만두 같은 가게가 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조미료를 쓰는데다가 전분 넉넉하게 쓴 만두피도 질기지만, 일정 수준의 기본기가 받쳐주는 까닭에 불쾌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그 가격대의 한국식 만두는 어떤가? 과연 그 완성도의 차이는 각자 소속 국가의 물가-생활 수준차이가 빚는 상대적 소득의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순수한 기술력의 문제일끼? 생각해볼만하다.
다음은 맛이다. 신맛과 매운맛이 생생한 가운데 감칠맛마저 활발한 쏨땀을 먹으며 생각했다. 이 맛이 한식의 텁텁한 초고추장-무침의 맛보다 낫지 않을까. 현재의 한식은 단맛과 매운맛이 넘치고, 짠맛은 풀이 죽어 있다. 그러다보니 균형이 깨져 그냥 달고 맵기만 하다. 또한 단맛과 매운맛을 주로 책임지는 재료가 중립적이지도 않은 매실청, 말린 고춧가루 등등이라 깨끗하거나 투명하지도 않다. 이걸 좀 개선할 수 없을까. 날씨도 점점 아열대에 가까워지는데, 차라리 텁텁한 발효 장류나 독한 싸구려 양조식초 같은 것 안 쓰고 생고추나 레몬 등을 써 좀 더 생생한 맛을 내는 것이다. 단맛도 무슨 죄라도 되는 양 안 쓰는 척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쓰되, 건강이니 뭐니 생각한답시고 매실청, 효소 같은 것에 욕심 부리지 않고 중립적인 설탕을 쓰는 것이다. 그럼 최소한 재료 만큼 양념을 퍼먹는 일만은 줄일 수 있다. 정확하게 무엇을 먹는지도 모르고 먹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