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양평옥-비싸고 무능한 형식의 꼬리곰탕
그러니까 약 4년 전, 나는 숙취에 시달리며 염창동에서 선유도(사실은 양평동)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해장도 할 겸, 김대성 소머리 국밥에 가보려 했던 것. 그러나 하필 일요일이 휴일이었다. 슬픔과 숙취으로 범벅된 심정으로 양평옥까지 갔다가, 그 앞의 순댓국집에 들어갔다. 그곳이 바로 윤가당. 이후 나는 그 동네에 적어도 한달에 한두 번은 찾아갔지만, 양평옥은 단 한 번도 목적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때와는 반대로 순댓국을 먹으러 갔다가 양평옥으로 우회했다. 오랜만에 쇠고깃국물이 먹고 싶었던 것. 호주산을 쓴다는 꼬리곰탕 가운데 가장 싼 게 16,000원. 일단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최소한 꼬리를 잘 삶았다. 살이 잘 떨어질 정도로 삶았다는 말. 꼬리, 족 등 아주 오래 은근하게 오래 끓여 분해시켜야 할 국물 음식을 그렇게 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부분 익었으나 분해되지는 않아 불편함을 감수하고 으적으적 씹어 먹어야 한다. 본래 운동을 많이 하거나 정육, 또는 아예 근육도 아닌 부위이므로 분해가 안 되면 질감이 불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준에선 덜 익은 음식을 내는 건, 형태 유지와 관련있다. 흐물거릴 때까지 분해되면 등분하기도 어렵고 담아도 썩 보기가 안 좋기 때문. 하지만 그탓에 갈비는 뜯기 어렵고, 우족은 질기다. 물론 씹는맛에 높은 가치를 두는 식문화다 보니 흐물거리면 느글거린다며 싫어하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 보지만, 이런 부위를 이 정도로 분해 안 된채 힘들게 먹는 식문화가 있나?
그걸 감안하면 양평옥의 꼬리는 업장의 입장에서 균형을 잘 맞췄다. 발라 먹기 편하면서도 살점이 뼈에서 무단이탈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물 음식이라는 형식을 습관적으로 받아들여 나오는 결과라 보는게 맞다. 그러므로 일단 국물. 한마디로 너무 멀겋고 또 너무 많다. 국물 음식이 재료의 정수를 늘려 분배와 섭취를 더 쉽게 하는 형식인 건 알겠지만 고기가 귀해 못 먹는 건 아닌 현실에서 지나치게 늘리는 경향이 있다. 조미료도 많이 쓰지 않는듯, 양평옥의 국물은 좋게 말하면 맑고 깨끗했고 나쁘게 말하면 고기맛 약간에 기름기만 많은 뜨거운 물 수준이었다. 이런 걸 뚝배기가 넘치도록 주니 밥과 비율도 맞지 않아 밥알 찾아 건져 먹기가 바쁘다. 밥이든 국수든, 국물에 말아 떠먹을때 느끼는 풍족함이나 푸근함 같은 정서적인 가치도 누릴 수 없는 설정이라는 말이다. 16,000원을 내는데 정확하게 맛을 좇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풍족하지도 않다. 이건 무능한 형식 아닐까. 그래서 대안으로 고기와 국물의 분리를 생각한다. 먹지 않아도 되는 고기로 바탕이 되는 일차 육수를 내고, 여기에 핵심 부위를 익혀 두 겹을 맛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와 완전히 반대로, 즉 맛에 마이너스가 되는 방향으로 이 방법을 이미 쓰고 있지 않나? 살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따로 삶은 고기에 기름기 도는 물을 팔팔 끓여 붓는 것. 그게 통한다면 그 반대가 안 통할리도 없다. 국물의 양도 줄여야 한다. 밥과 비율을 맞춰 주고 모자라면 더 주면 된다.
다음은 맛이다. 한식은 요리사로부터 맛의 권한을 빼앗아가놓고서는 ‘먹는 사람 입맛에 맞출 수 있어 장점’이라 미화한다. 나는 기본적인 소금간도 하지 않는, 또는 못하게 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장점이 아니라고 본다. 6, 70 수준에 맞춰서 내고 모자라는 30을 더해 먹는 것도 아니고, 0을 주고 알아서 먹으라고 하는 건 만들고 먹는 사람 모두 손해 아닐까? 나는 이런 식문화가 맛내기의 권한을 배양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본다. 맛의 완성이 간맞춤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러한 악습은 고쳐야 한다. 서양에서는 요리사-셰프가 음식의 맛을 완성시켜 내보내므로, 맛도 보지 않고 식탁의 소금을 뿌리는 것은 결례라고 말한다. 한식은 아예 맛 자체를 완성시켜가지고 나오지 않으므로 일단 소금을 섞어야 한다. 융통성의 이름으로 오히려 원래 맛을 내야 하는 사람의 권리를 빼앗아 가니 정확하게 융통적이지 않다. 또한 숟가락으로 퍼담을 수 있는 소금을 놓는 것도 위생 측면에서 나쁘다. 밥 먹는 숟가락으로 공용 소금통에서 소금을 여러 번 퍼 국물의 간 맞추는 손님과 같은 식탁에서 식사한 적이 있는가? 반찬도 마찬가지. 사진을 보라. 맛에 차별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들이다. 저러한 반찬의 조합은 맛의 완성이 아니다. 검은색 위에 계속 검은색을 덧칠하는 것과 같다. 조연인 반찬의 맛은 너무 강하고, 주연인 탕엔 소금간조차 적절하게 안 되어 있다. 맛과 비용 양쪽 측면 모두에서 줄이는 게 합당하다.
*사족: 얼마짜리 음식인데 저런 플라스틱 소쿠리에 면을 담아줄까. 길 건너의 6,000원짜리 해장국집에선 사기 그릇에 담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