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기용과 레시피의 저작권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JTBC

이렇게 나는 맹기용 전담 블로거가 되어 가는가? 더 이상 글을 쓸 일이 없을 거라 믿었는데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또 도전한다. 문제는 레시피의 저작권 유무. 달리 말해, 레시피에 표절 및 도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없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5년 전에 미국의 사례를 찾아보았다. 책은 물론,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참고해 음식을 만들고 글을 올리는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마침 한국 저작권 협회에서 사례 분석한 것이 있는데, 설명도 간결하다. ‘요리 레시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능적 성격을 지닌 지시 사항이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요리 레시피가 표현된 독창적인 방식만이 저작권 보호 대상’이며 ‘요리를 준비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료를 확인해 주는 것은 사실의 설명일 뿐이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판결을 내리는 이유를 나는 레시피의 특성 때문으로 본다. 음식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똑같은 표현 쓰는 걸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재료의 나열과 조합은 아주 쉽다. 대세에 지장 없는 재료의 양을 아주 조금만 바꾸면 된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자신의 입맛에 따라, 또 더 바람직한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세 조정한 다음 그걸 반영할 수도 있다. 한편 조리법의 표현(literature)이 표절의 대상이 된다면 그 또한 얼마든지 다른 표현을 써 가면서 조리 자체에 지장이 없도록 고칠 수 있다.

다만, 어제 트위터에서 저 해석과 함께 @Rivet_alvin님이 알려준 것처럼, 레시피가 영업 비밀이거나 특허의 대상일 경우엔 분쟁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자세한 판례는 링크 참고). 만약 맹기용의 오징어 소시지가 도용의 혐의를 받는다면 이쪽에서 살펴봐야 할텐데, 내가 보기엔 그 또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경우를 적용하려면 음식 자체의 존재 또는 형성이 보통 상태에서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예외를 만들어 내는 핵심 기술이나 재료의 조합 등이 존재해야 되는데, 오징어 소시지는 그런 게 아니다. 일단 넓게 보면 소시지라는 조리 형식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며, 해산물을 재료로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개관자나 흰살생선을 갈아 무슬린(mousseline)을 만들어, 랩에 싸 모양을 잡고 따뜻한 물에 은근히 삶아(poaching) 만든 소시지 또는 테린은 프렌치에서 많이 쓰는 조리 방식이다. 게다가 단단한 단백질이므로 오징어는 소시지의 재료로 그다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공산품으로도 존재한다(물론 이는 돼지고기 바탕의 소시지에 오징어 살을 첨가한 것 뿐이기는 하다).

게다가 나는 업종 종사자로부터 ‘레시피는 훔치는 것’이라는 농담조의 말까지 들은 적 있는지라, 저런 음식을 만들어 내놓은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남의 레시피를 참조하는 경우 대부분 그에 대한 언급은 도의적인 차원에서 하므로, 이미 존재하는 걸 자신이 고안한 것처럼 말한다면 그것은 문제일 수 있다. 이런 경우 TV에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그가 이러한 음식을 “발명”이라도 한 것처럼 인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맹기용 오징어 소시지 홈쇼핑 출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걸 언급하기란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물론 요즘 표절/도용 이야기가 여러 분야에서 나오고, 또한 딱히 관심 분야가 아니라면 모르기 쉬운 문제라 레시피의 저작권에 대한 오해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이즈에 기고한 에도 밝힌 것처럼 그가 너무나도 요리를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신용도가 완전히 떨어졌다는 점.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다. ‘여러분 흥분하지 마셈, 레시피는 도용의 대상이 아님’이라고 말해봐야 맹기용의 맛없는 음식에 흥분한 이들 대다수가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닐텐데 왜 이를 고민하지 않는 듯 보이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나라면 ‘제가 실력이 부족합니다’라고 인정하고 5년 정도 진짜 요리 공부를 하러 떠나겠다. 요리 못해도 인기 많다면, 요리 잘하면 인기 진짜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지난 글에는 다분히 추측에 가까워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가서 먹고 관찰해본 바 그는 저 레스토랑의 핵심 요리 인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일종의 수익 모델로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굴리고 있는 형국인데 아무리 예능이라도 해도 너무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건 아닐까. 딱해지려 한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JTBC

 

1 Response

  1. ㅇㅇ says:

    공감합니다.
    싫다는 감정을 넘어서 무차별적인 린치로 번지는 것 같습니다.
    좀 딱한 감정이 있죠.
    그런데도 맹기용 본인은 왜 고집스럽게 프로에 붙어있는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