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의 붐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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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빈약한 것까지 ‘붐박스’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빈약하다고 말하는 것도 그 시절의 기준이다. 바로 오늘, 이 물건은 그 덩치만으로도 쓰레기라 할 수 있다. 설사 잘 돌아가더라도. 사실 여태껏 그럴 거라 믿어왔기 때문에 버리지 않았는데, 어제 한 10년 만에 돌려보고 알았다. 살짝 고장나 있었다는 것을.

아마도 2000년 초였을 것이다. 그때 일을 배운답시고 아는 사람의 설계 사무소에서 차비만 받고 일했는데(이젠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땐 왜 그렇게들 생각했을까), 그 차비조로 받은 돈으로 샀다. 당시로는 나름 ‘핫’했던 테크노마트가 학교 및 자취방과 가까워서 사러 갔는데, 만원인가 더 깎으려다 안판다는 ‘테팔이’의 지청구까지 무릅쓰고 사온 것이다.

지난 주에 취재차 그 동네에 오랜만에 갔다가 테크노마트에 옛날 영화 DVD를 찾으러 들렀는데, 썰렁했다. 원하는 영화는 찾았지만 그 옛날의 기억 때문에 살까 생각했던 HDMI 케이블에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생각난 김에 돌려 보았더니 CD플레이어 뚜껑이 살짝 고작나 있었다. 그래,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사실 아주 오래 전에 진작 버려야 했을 물건이 아닐까. 그나마 물건이니까 멀쩡하더라도 그냥 버릴 수 있다. 아니, 사실 더 끼고 있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