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기억 속의 김밥
어젠 다섯시 반 부터 혼자 술판을 벌여 아주 이른 시간에 마무리했는데, 술취해서 눈에 띄는 아무 거나 사가지고 오는 아빠의 마음으로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눈에 띄는 김밥집에 들러 김밥 두 줄(각 2,900원)을 사서는 없는 자식 대신 내가 먹었다. 술에 취해서 사진도 흐릿하고, 기억도 흐릿하다. 하지만 맛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요즘 이런 김밥이 유행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음식의 이름이 ‘김밥’이라는 걸 감안할때 밥의 비율이 너무 적다. 그럼 나머지 재료와 균형도 맞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서 다른 김밥보다 조금 가격을 높이 매기는지는 모르겠으나 별 의미가 없다. 또한 그 나머지 재료가 너무 달다. 오이 같은 재료엔 아무런 간이 되어 있지 않고 우엉을 너무 쑤셔넣어 그런듯. 뭔가 잔뜩 채워 넣었지만 의미있는 재료는 별로 없다. 싸면 싼 울타리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참 좋을텐데, 그런 걸 찾아보기가 어렵다. 차라리 괜찮은 쌀로 지은 밥 위주에 적당한 재료 한두 가지를 채워도 좋을텐데 그럼 ‘별로 먹을 게 없는 김밥’이라고 생각할지도. 맨날 ‘한식=밥 문화’라고 하는데 이렇게 밥이 기본이어야 하는 음식에서는 정작 별 의미도 없고 잘 만들지도 않는다. 또한 손이 많이 가는 대중 음식은 그 최소한의 완성을 위한 노동력을 전시하는 것 외엔 별 의미 없는 재료를 채워 의미 없게 만들어 팔고 있다. 한마디로 맛없는 김밥이었으니 자식이 없는게 다행이었다.
저는 저런 김밥류에 들어간 당근과 오이의 식감이 상당히 괜찮은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당근만 넣은 김밥도 만들어보려구요
과연 우어조림과 햄 단무지 뭐 이런게 필요할까 이런 생각도 강하게 들고 김이 눅눅해지는걸 방지하는 방법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김밥의 밥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죠. 단지 부속물이 뭐가 들어가냐에만 관심이 있을 뿐. 가끔 야근하면서 사다오는 김밥을 먹을 때가 있는데 종종 간조차 안 맞는 김밥 (스팸이 들어가는 게 대표적이죠…)이 오면 만든 사람에게 화를 내고 싶어질 때가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