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커피 프릳츠-신맛/빵과 짝짓기
마포의 커피 프릳츠. 내 취향은 아니지만 빌딩 뒤에 있는 주택이라는 맥락이나, 그걸 개조한 공간, 음악 등등 좋다. 커피에 대해 간단히 두 가지만 이야기해보자.
1. 신맛: ‘외식의 품격’ 서평 가운데 ‘이제 신맛을 내는 커피도 많아졌으니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커피 신맛의 중요성은 이제 조금 시대에 뒤쳐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있더라.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는 신맛의 존재라기보다 그 성격이기 때문. 맞다, 신맛을 내는 커피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입에서만 신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책에서 ‘커피의 신맛은 한 모금 안에서 균형을 맞춰주고 다음 모금으로 이끌어 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볍고 산뜻한 신맛이어야 하는데 찌르는 신맛인 경우가 많다. 프릳츠의 커피도 어느 정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이건 아주 간단한 문제다. 입에서만 신맛을 느낄 수 있으면 적절하지만, 마시면 마실 수록 속이 불편해진다면 그렇지 않다. 어제 마신 아메리카노에서는 코코아의 뉘앙스가 적극적으로 치고 나오는데, 앞에서는 괜찮지만 뒤에서는 깊은 신맛에 이은 떫고 아린맛이 남는다. 다른 측면이 전부 괜찮았다는 걸 감안했을때 이것이 원래 설정인지, 아니면 스스로 더 다듬어야 할 디테일로 여기는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신맛을 많은, 남들보다 나은 커피를 추구한다는 로스터리 카페에서 공통적으로 맛볼 수 있다는 걸 감안할때 나는 이것을 하나의 현상 또는 패턴으로 이해하고 있다. 요는 아직도 균형이 조금 맞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콩이나 기계 아닌 사람이 개선해야할 문제이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많이 나아졌으며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다만 그 열쇠는 늘 말하는 것처럼 커피 바깥에 달렸다고 믿는다.
2. 빵과 짝짓기: 한마디로 이러한 맛을 추구하는 커피라면, 현재 내놓는 빵에 눌린다. 대부분 껍질에 색이 진하게 돌도록 구운 종류이기 때문. 나는 ‘커피>빵’이라고 보는데(빵은 잘 생긴 것에 비해 맛이 깊지 않다), 커피와 빵이 각각 독립적으로 좋다고 해도 그 둘을 짝맞추는 건 별개의 문제다. 물론, 두 가지를 감안할 수는 있다. 첫째, 좋은 건 어떻게든 통한다. 둘째, 어떻게 해도 못 먹을 수준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며, 위 커피의 신맛과 마찬가지로 이건 세부사항을 다듬는 부문이다. 어쨌든, 커피만 놓고 보았을때는 과일 등등이 중심이 된, 빵보다 타르트류가 더 잘 어울릴 거라 본다. 특히 이 계절이라면 사과에 각종 스파이스를 아우른 디저트류가 어울릴텐데, 과연 그런 짝짓기는 어디에서 맛볼 수 있을까? 커피의 디테일이 아직 적정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과 스파이스를 적절히 쓰지 못한 디저트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 같은 현실의 뿌리를 나눈다.
각설하고, 어쨌든 평소의 식사보다 강한 음식을 줄줄이 먹는 양식 코스의 끝에 나오는 커피는 대개 진하고 강하다. 물론 커피를 다양하게 갖추고 경우에 따라 다른 걸 권하는 레스토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한 가지만 갖추는 경우라면 그렇다. 그 뒤에 깔린 논리와 이런 커피-빵의 짝짓기 논리는 다르지 않다. 이 경우라면 커피를 빵에 맞추는 게 더 쉬울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건 아마 가게의 정체성과 반대로 가는 것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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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게 먹었다. 튀긴 정도나 커스터드의 질감, 맛 전부 훌륭했다. 심지어 각운도 맞는다 (…) 예전 글을 보니 작년 11월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