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부/시애틀] 캔리스- 북서부 파인 다이닝의 발원지(?)
탑 셰프 열 번째 시즌이 시애틀에서 시작한지 몇 주 되었는데, 이번 주 편에서 작년 북서부 여행할때 들렀던 레스토랑이 나오길래 기억도 더듬어 볼 겸 포스팅한다. 워낙 어두운 공간이어서 사진이 썩 좋지는 않음을 미리 양해 구한다.
시애틀의 레스토랑 캔리스(Canlis)는 피터 캔리스라는 사람이 1950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대를 물려 가며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미국도 파인 다이닝이라는 개념이 잡힌지 오래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데 거의 그 문을 연 레스토랑이랄까? 그래서 탑 셰프의 과제 또한 이 레스토랑의 1950년 메뉴를 재현해 손님에게 선보이는 것이었다. 원래 계획에 없던 곳인데, 또한 원래 계획에 없던 샌프란시스코의 코이(Coi, 미슐랭 별 두 개)에 들렀다가 거기 웨이터로부터 ‘시애틀에는 아직 미슐랭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런다면 별을 맨 처음 받을 레스토랑’이라는 이야기에 예정에 없던 지출을 감내하면서 들러보았다. 가족들은 운영만 하고 총 주방장을 영입해서 돌아가는 시스템인데, 지금 홈페이지를 보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그때는 단품으로 래스토랑이 본래 가지고 있는 “아메리칸 클래식(그 역사 짧은 나라에 “고전”이라는 게 있느냐고 물을 사람도 있겠지만;;;)”을, 셰프 테이스팅 코스($110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를 주문하면 그와는 아주 다른, 셰프의 손길이 강하게 스민 요리들이 나왔다. 기억은 이제 가물가물한데 다행히 메뉴를 집어와서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자면,
첫 번째 코스는 크랜베리와 계피를 곁들인 고구마 수프. 옆의 오른쪽이 크랜베리였던듯? 수프에 살짝 올린 기름에 매운맛이 조금 깃들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 번째 코스는 어린 비트와 양젖 소르베, 펌퍼니켈, 블루베리. 굳이 복기하자면 비트와 펌퍼니켈의 흙맛, 그리고 양젖 특유의 향(gaminess우리 말로는 뭐라 옮겨야 될지 모르겠다?!)한데 어우러지고 양젖의 부드러움/풍부함과 블루베리의 단맛이 균형을 맞춰주는 조합?
세 번째 코스는 훈제 연어와 버번통에 숙성한 단풍시럽, 무지개 송어알, 캐러워이씨. 사진이 너무 안좋은데 옅은색의 알이 송어, 그보다 진한색의 “알”이 단풍시럽으로 만든 것. 원래는 연어의 풍부한 바다맛+무엇인가의 크림(사진의 하얀 덩어리)을 바탕으로 송어알의 찝찔함과 단풍시럽의 단맛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방점을 찍는 설정일텐데 단맛쪽으로 균형이 좀 넘어간다는 느낌이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네 번째 코스는 닭가슴살(?), 프로슈토, 소금에 구운 샐러리악, 표고버섯. 닭가슴살 식감 빼놓고는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으므로 통과.
다섯 번째인 주요리는 뉴욕 스트립에 당근, 커리, 컬리플라워였다(맨 윗사진). 퓨레 가운데 고기에 가까운 것이 콜리플라워, 뒤의 것이 거기에 커리를 더한 것으로 기억한다. 스테이크에 커리를, 그것도 퓨레로 더한 조합을 언제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먹으면서 그 생각했던 것만 기억난다. 퓨레 위에 올라있는 포도와 함께.
스테이크에 프라이와 진판델인가를 한 잔 주문했는데(차를 가져가야만 하는 곳이라 짝짓기를 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대리가 있기는 있었을텐데?!), 소금을 꽤 많이 뿌린듯하여 이야기했더니 돈을 받지 않았다. 튀김 자체는 흠잡을데 없는 수준이었다.
디저트는 두 종류가 나왔는데, 첫 번째는 파인애플, 화이트 초콜릿, 패션프루트, 코코넛(아마도 오른쪽의 소르베). 역시 안타깝게도 기억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아마도 조린듯한 파인애플의 식감과 단맛?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는 크림프레시 커스터드, 오트밀 스트루셀, 그래니 스미스 소르베, 향신료를 더한 사이더(Spiced cider)였다. 오른쪽의 두 덩이가 분명 오트밀 스트루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니 스미스의 신맛만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누가 시애틀의 레스토랑 아니랄까봐 “제철” 메뉴까지 포함 커피 자체 메뉴가 꽤 다양했는데, 이것저것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더니 커피를 담당하는 웨이터가 사과의 신맛에 잘 어울릴거라며 원래 시킨 것보다 더 연하면서도 신맛은 조금 더 두드러지는 “제철” 커피를 맛보라고 한 주전자나 주었다. 호의에 감사해서 다 마시고는 밤새 화장실을 열심히 드나들었다는 후문. 건물 자체도 멋지고 조망도 좋으며 넓어서 조금 시끄럽지만 그랜드 피아노도 있는 등 꽤나 고전적인 분위기로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는데, 무엇보다 꽤 인간적인 웨이터들의 서비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레스토랑의 서비스도 설정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엄청나게 깍듯하고 실수 하나 안하지만 인간적인 부분은 드러내지 않는 곳들도 있는 반면 이곳은 영어로 ‘friendly’하다는 표현이 정말 잘 들어맞는 곳이었다.
먹었던 기억도 없는데, 사진을 보니 이런 것(Mignardises)도 주기는 했나보다;;;
# by bluexmas | 2012/12/02 15:58 | Taste | 트랙백 | 덧글(4)
1 Response
[…] 진하고 강하다. 물론 커피를 다양하게 갖추고 경우에 따라 다른 걸 권하는 레스토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한 가지만 갖추는 경우라면 그렇다. 그 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