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림가기-맥락이 빚는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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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다. 오리(22,000원/반 마리, 한 마리 33,000원)는 껍질이바삭하지 않은 대신 살은 부드러웠으며 간도 적절했다(다만 추가금을 내고 곁들이-탄수화물 등등-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여건이면 더 좋겠다). 소스를 따로 내오는데 짠맛을 보탤 필요는 없을 정도였다. 가짜 훈제든, ‘로스’ 든 우리나라에서 오리를 먹는 방식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껍질 사이의 지방을 적절히 다루지 않는다면 오리는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잘 키워놓고 엉뚱하게 먹고 있는 셈이다. 아니, 먹는 방법을 아예 모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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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탕면(7,000원)은 적절하게 얼얼한 매운맛의 균형이 짠맛, 신맛과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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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거나 나긋나긋하지 않고 다소 퍽퍽한 껍질 말고는 별로 먹을 게 없던 전병(5,800원)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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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맥락이다. 길 가다가 눈에 띄는 분식집에 들어가듯 이런 음식점에 들러 탕면 한 그릇 먹고, 내키면 오리도 시켜 먹는 맥락이라면 모든 게 만족스럽다. 하지만 여기는 홍콩이 아니고, 부러 찾아가야만 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단순하게 말해 먹을 게 너무 없다. 전채격의 전병(결국 딤섬의 일종) 세 종류, 면 네 종류에 요리라 할 수 있는 건 오리와 차슈(삼겹살) 두 종류가 전부다. 면만으로 온전한 한 끼를 삼기엔 다소 부족하고, 그렇다고 요리를 시키자니 선택의 폭이 좁다. 또한 공간도 넉넉하지 않으니 여러 명이 가서 이것저것 시켜 나눠 먹으며 술 마실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멀쩡한 음식을 내는데, 그걸 위해서 골목까지 부러 찾아가야 하고 또 그렇게 가도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지는 않다. 좋다고 생각해 자주 가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 여건인 것이다. 이런 맥락이라면 차라리 단가가 높은 요리 위주로 메뉴를 짜서 낮은 회전률을 객단가로 갈음하거나, 국물+면 조합의 특성상 힘 안 들이고 변주 가능한 면류를 좀 더 다양하게 메뉴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