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와우북
팟캐스트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미친듯 바쁜 마감을 하고 있는데(기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도 일을 마무리하고 쉴 필요가 있어서. 블로그에 한동안 글을 전혀 못 올리는 이 현실을 보라. 이런 글마저 쓰기 버겁다), 잠깐 쉬는 와중에 와우북 거리 도서전에 잠깐 다녀왔다. 생산자가 되고 나서는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신형철 평론가의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도 살 겸 움직였다. 미문의 자양분을 흡수하면 나의 다음 책에 좀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이번 책은 마음산책에서 나왔는데 준비를 많이 한 듯 다른 출판사 부스보다 훨씬 알차보였고 생기도 넘쳤다. 전반적으로 풀 죽은 분위기였는데 그 가운데 빛이 난다고 할까. 대표님까지 나와 있는 걸 보고 훌륭하다 생각했다. 책의 현실과 글의 현실은 같은듯 조금 다르다고 본다. 많이 꺾였지만 글의 현실에는 아직도 여지가 좀 있지만 책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Desperate measure’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건 도서정가제나 그걸 앞둔 대폭 할인 등이 아니다.
공간이 없어 웬만하면 전자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사랑의 실험’말고 두 권을 더 샀다. 옛 이상문학상 수상작인데 윤대녕 선생의 ‘천지간’은 이래저래 선생의 전용칸에 함께 모셔두고 싶어서 샀고, 1988년 수상작은 1991년 즉 고 1때 학교 도서관인가에서 빌려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선해 샀다. 그러면서 ‘이걸 3,000원에 팔지 않는다면 샀을까?’라고 생각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계수단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는가 싶어서다. 버스 정류장에서 책을 뒤적이며 이 사진을 찍다가 집으로 오는 버스를 놓쳐, 다른 버스를 타고 오다가 뒤로 자빠져 맨 뒷좌석 올라가는 발판에 허리를 찧는 참사를 겪었다. 그 뒤에 사소하게 겪은 일이 더 참산데, 그건 그냥 쓰지 않겠다. 1년에 한 번 거기 가면 마주치는 사람이 있는데, 올해는 못 만났다.
허리 괜찮으십니까; 전 어제 $0.99짜리 단편집을 킨들용으로 구매…흑
한참만에 덧글을 다네요;; 조마조마했지만 괜찮습니다. 크게 다치면 낭패죠.
제 책꽂이에도 은어낚시통신부터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남쪽 계단을 보라, 천지간 등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전 종종 다시 읽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