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의 빵
지난 주에도 도를 닦는 마음으로 빵을 구워보았다. 첫 번째 빵은 으깬 감자와 그 물로 반죽한 로즈마리 빵. 허브를 사다 놓으면 항상 다 못 쓰다가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그런 위험에 처해 있던 로즈마리를 살리기 위해 빵을 구웠다. 감자와 그 삶은 물을 반죽에 더하면 전분 때문에 반죽이 잘 부풀면서도 조직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게다가 감자와 로즈마리는 고전적인 찰떡 궁합. 자연발효종을 가볍게 썼으나 고소하나 텁텁할 수 있는 감자의 맛을 감안한다면 전체 가운데 50%의 통밀+자연발효종의 스타터를 전날 밤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신맛을 더해도 될 듯.
두 번째 빵은 여름에 전혀 뜬금없는 파네토네(Panettone). 왜 이 더운 여름에 한겨울 빵을 굽고 싶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 제철에 구웠는데 반죽에 힘이 없어 꺼졌던 아픔 때문인가. 전통적으로 파네토네에도 자연발효종을 쓴다고. 바로 위에서 말한 방법으로 전체 비율 가운데 50%의 통밀(요즘 굽는 빵은 전부 백밀과 통밀의 비율이 5:5다)에 자연발효종을 더한 스타터를 썼다. 건포도와 오렌지 껍질 등도 전날 밤 럼, 오렌지/레몬 오일, 바닐라 추출액에 재워 미리 준비한다. 이상하게 온도가 오르지 않아 다소 오래 구워서 그런지 조금 뻣뻣하다. 하지만 누텔라를 발라 먹으면 된다. 같은 이탈리아의 조합이니 안 어울릴 수가 없다. 어차피 누텔라를 발라 어울리지 않는 음식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