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마요네즈라도 발라야 할 것 같아 수퍼마켓에 가서 튜브를 만지작 거리다가 그냥 나왔다.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아이올리를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은데, 나 혼자 먹을 것이 아니고 여름이므로 노른자를 물중탕(또는 저온조리)해서 45도까지 올려줘야 되는데 차마 그것까지는 또 못하겠더라. 궁리 끝에 그냥 적당히 삶아서 가운데에 채워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했다. 햄과 치즈 사이에서 적절히 부드러움을 좀 주라고.
대학원 있을때, 대개 학기 마지막 발표에는 담당 교수가 음식을 가져왔다. 손이 큰 사람들은 미리 케이터링 업체에 맡겨서 바리바리 싸오는 경우도 있었고 성의 없는 경우라면 학교 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러 베이글, 햄, 치즈 각 한 봉지씩에 케첩과 머스터드 한 통씩 사와서 던져놓았다. 기억하기로 나는 늘 후자만 걸렸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양으로 압도하지는 않더라도 먹을 수 있을 만한 걸 가져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일 뿐더러 이 수업은 언제나 점심시간에 걸렸으므로.
그렇게 처음 맡아본 강의를 끝냈다. 하려던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마지막 고비인 성적처리(!?)가 남아 있으므로 일단 보류. 이래저래 허해서 집에 짐 내려놓고 시장에 가서 흑토마토와 천도복숭아,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완두콩 한 자루를 사왔다. 이런 날 술을 마셔야 되는데 평일에 안 마신다는 원칙을 깨고 싶지 않고 내일 운동하러 가야 하므로 그것 또한 보류. 이런 보류의 인생. 죽음은 보류 안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구만.
매번 느끼는건데, 글 쓰는 느낌이 확실히 영어권의 글짓기와 묘하게 닮아있어요. 분명 한글로 읽은건데, 왠지 다 읽고나면 영어로 읽은듯한 느낌이 들어요. ㅎㅎ 혹시 동감하시는 분이 계실지..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묘하게 번역체의 느낌이 난다고 한다거나… 영어로 된 문장을 많이 읽는 편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