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데이스 오브 퓨쳐 패스트
영어에 ‘come full circle’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어째 영화를 보고 나니 생각이 났다. 그냥 문자 그대로 한 바퀴 원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굳이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이번 엑스멘을 통해 프랜차이즈는 십여년 동안의 행보 가운데 결과가 좋지 않았던 몇몇을 깔끔히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충분히 긍정적이지만 나는 브라이언 싱어가 최선의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다. 보는 내내 ‘크리스토퍼 놀란이 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집에 와서 이것저것 찾아 읽어보니 인터뷰에서 배트맨 시리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고. 배트맨 3부작의 마지막 편이 얼마나 뻣뻣했는가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도 매튜 본이 맡았다면 더 세련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는데 그냥 배우들이 잘 해준 것은 아닌가도 싶다. 어쨌든 엑스맨 프랜차이즈를 봐도, 또 영화의 보릿고개인 요즘-극장 개봉 한정. 뒤지면 좋은 영화야 얼마든지 있고-을 감안해도 이만하면 됐다. 한 번 더 보러 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