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018

맥도날드 라즈베리 크림치즈 파이

패스트푸드에 맞게 결론부터 빨리 말하자면 요즘 나온 세 가지 파이 가운데 이게 가장 낫다. 원인은 주된 속재료 사이를 메우는 ‘필러’, 즉 크림치즈 덕분이다. 애플 및 콘 파이는 빈약한 건더기의 사이를 전분 혹은 펙틴 바탕의 ‘슬러리’로 메운다. 실질적으로 풀인데 질감도 좋지 않고 주된 속재료의 맛도 희석시킨다. 그에 반해 라즈베리 크림치즈파이의 ‘필러’는 이름처럼 크림치즈(라고 믿고 싶은 무언가)으로,전분/펙틴 풀에...

[역삼동] 옥동식-한결 더 또렷해진 그림

536회. 1년 6개월 하고도 일주일 전에 내가 올린 옥동식 합정 ‘본점’ 리뷰의 페이스북 공유 숫자이다. 이글루스 블로그부터 시작해서 근 15년의 세월 동안 두 번째로 반응이 큰 글이었다(대망의 1위는 올리브 매거진에 실린 밍글스 리뷰의 보론으로 742회였다). ‘음식계의 변희재 같은 관종’이라는 인신공격도 들었고 심지어 당시 몇 년째 연락도 하지 않던 박찬일 셰프의 ‘광화문 국밥’을 띄워주려고 내가 일부러 옥동식을 폄하했다는...

한국 음식문화의 포장 수준 (1)

사례 1. 친구네 집에 가는 길에 그 며칠 전에 맛있게 먹었던 초록마을의 노지 귤을 한 상자 샀다. 비닐 봉지를 100원에 샀는데 상자를 세로로만 넣을 수 있는 2차원적인 직사각형이었다. 그렇다면 상자를 가로로 넣을 수 있는 비닐 봉지도 있단 말인가? 물론 있다. 한국에서는 본 기억이 없지만. 일본에서 딸기 등을 사면 그대로 들고 갈 수 있는 넙적한 봉지에 담아...

이케아 피자

사등분한 피자인데 왜 세 쪽 뿐인가. 사연은 다음과 같다. 며칠 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케아에 갔다. 매달 한 번씩 가서 행주나 수세미를 집어 오곤 했지만 유난히 설레었다. 피시앤칩스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북유럽은 흰살 생선의 본토 아닌가. 이케아에서 북유럽의 감성을 잔뜩 흡수한 뒤 그 감흥이 가시기 전에 먹는 피시앤칩스라면 완벽한 평일의 점심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으로 쇼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