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타르틴’의 고소 시도와 그 해명에 대한 공개 답변
작년 5월 이런 글을 썼다. 부정적인 평가글의 대상인 업체에서 고소하겠다며 글의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했던 것. 그곳은 이태원의 ‘타르틴’이었다.
왜 이제와서 이런 글을 쓰느냐… 바로 며칠 전, 그곳의 셰프로부터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날 트위터에서 그곳의 나쁜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다는 ‘트친’이 있어 ‘헐 그곳이 나 고소하려고 했던 곳’이라 말했는데 아마도 그걸 본 모양. 이 전체의 상황에 대해 나의 입장을 마지막으로 밝힐 필요를 느껴, 셰프에게 메일 전문 공개에 대한 승인 따로 받았다. ‘긴 글 작성’ 링크 아래 붙여 두었으니 그 메일과 작년 2월의 평가글을 미리 읽어보시라 권하겠다.
그래서 1년 전의 상황이 어떠했느냐… 이 소식을 들었을때, 나는 블라인드 해제 요청과 동시에 맞고소를 계획하고 있었다. 물론 진짜로 고소가 들어온다는 전제 아래였다. 이 파이의 핵심 문제는 내가 지적한 것처럼 블라인드 베이킹의 부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많이 알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명백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받은 메일을 통해 셰프가 직접 여러 측면에서 설명을 해주었지만, 사실 그런 수고를 할 필요조차 없다. 이건 아주 명백한 설계의 결함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블라인드 베이킹의 부재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결국 직경이 최소 20cm는 넘는 파이를 1인용으로 조그맣게 줄이면서 벌어진 것이다. 한편 이해는 간다. 파이는 케이크와 또 달라서 사실 분할이 어렵다. 테두리가 있는 접시에 담아 구워야 하므로 첫 조각 분할이 어렵고, 거의 버리다시피 해야 한다. 오죽하면 첫 조각을 잘 자르게 도와주는 도구-효용은 의심스럽지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개별화는 동시에 자충수였다. 일단 크기가 작아지므로 노동력의 효율 문제 때문에라도 가장 큰 문제인 블라인드 베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몇 개를 만들든, 그 크러스트 전부에 한 겹을 씌우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 굽고 또 오븐에서 빼서 다시 누른 것을 들어내고…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메일에서 설명하는 그 모든 문제는 사실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무자의 설계 잘못에 대한 책임을 구매자가 질 뿐이다. 이 점에 대해 다른 실무자에게 물어 확인 절차를 거쳤으며, 한편 나는 별개의 실험도 해보았다.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온도. 예전 평가글에서 언급했듯, 크러스트의 딱딱함은 보관 온도 때문이라는 주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일 이후 매장에서 똑같은 블루베리 파이를 사다가 반을 나눠, 8시간 동안 각각 상온과 냉장보관한 뒤 먹어보았다. 가장자리만 놓고 보면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 온도가 올라갈 수록 부드러워지니까. 하지만 가장자리가 부드러워지는 만큼 과일 필링이 닿는 바닥 부분은 더 뭉개진다. 크러스트가 먹을 만큼 부드러워지면 바닥은 거의 완전히 곤죽이 되어 버린다. 결국 이것도 잘못된 설계가 문제다. 애초에 파이라는 음식 자체의 설계가 그다지 이성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큰 반죽을 열전도율이 좋은 팬에 미리 구우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작은 반죽을 그냥 형태만 잡아줄 뿐인 은박접시에 담아 구우면? 바로 이렇게 된다.
두 번째는 블라인드 베이킹의 유무 확인인데, 이건 파는 것과 반죽을 똑같이 만들어 긁어낸 파이 속 무게와 같은 누름돌을 얹어서 구워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반죽의 레시피가 다를 수 있으므로 그 단단함 등의 차이는 감안해야 한다.
늘 ‘취향 이전의 완성도’가 문제라고 말한다. 이 경우도 거기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보관 온도며 인력 등에 대한 설명은 고맙지만, 사실 전혀 불필요하고 내가 알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 모든 것이 실무자가 해결하지 못한 설계의 결함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설계의 결함도, 분명 쉽지는 않지만 실무자의 차원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자요리라는 명칭으로 재료의 물성을 극복하는 요리의 유행마저 지나가는 현실에서 과연 이 정도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해 6년 동안 똑같이 결함있는 제품을 돈 내고 사먹어야만 하는 게 맞는가? 그 시간이면 맛을 다듬어도 진작에 다듬었어야 한다는 것을, 왜 실무자는 깨닫지 못하는가?
또한 그런 문제에 대한 지적의 대처라는 것이 결국 민사소송이라는 것은 더 용납하기가 어렵다. 알아채기가 어렵지도 않은 핵심 원인을 제대로 짚어냈음에도 단지 매장에 손실을 입힐 수 있으므로 고소하려 든다면, 그 명분은 무엇인가? 그것이야 말로 무고가 아닐까? 게다가 이것이 단지 비판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정이 상해 그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고소를 택한다면, 대부분의 외국 음식 판매 업소가, 단지 낯선 음식을 판다는 이유만으로 취재 대상에 목마른 매체의 지면에 담겨 전혀 여과없이 홍보를 하는 현실은 괜찮은 것인가? 그건 가게의 매상을 올려주니까 괜찮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내 돈을 내고 사먹은 음식에 대해 분명 맞는 기술적 근거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비판이라 문제인가? 칭찬은 수용하되 비판은 도저히 그럴 수 없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밖에 없다. 완벽해지는 거다. 아니면 소통을 소통처럼 하거나. 둘 다 못하고서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고소하겠다 위협하고, 또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사후 약방문처럼 메일 보내 ‘사실은 틀린 지적이 아니었다’라고 밝히는 건 아주 간단하게 비겁한 행위다. 그래서 나는 타르틴 셰프의 비겁함을 규탄한다.
안녕하세요 Bluexmas님, 타르틴의 ### 라고 합니다.
위의 블로그에 나와있듯이 저는 1년 전에 Bluexmas님과 논란을 벌였었습니다.
저는 타르틴을 #### 쉐프와 함께 창업한 사람으로 지금까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Bluexmas님과 논쟁 후에 이 블로그를 보고 화가 나서 블라인드를 처리하고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려고도 했으나,
그 이유가 단순히 제 화 때문인 것 같아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사실 그럴 이유도 없었지요. 객관적인 평가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답변을 드리기 위해서 1년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최대한 정중하고 객관적 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 답변을 드립니다.
먼저 1년 전에 있었던 당시의 논쟁과 일련에 벌어진 블라인드 처리 등의 일들은 정중히 사과 드립니다.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잘 아시듯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가끔씩 오는 그 비판이 때로는 악의적인 것들도 많이 있어서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던 것 같습니다.
(악의적인 비판이라는 것이 쓰지도 않는 재료에 대한 언급이라던가 캔에 담긴 필링 등을 사용한다는 등의 비판들 이지요.)
그 당시의 문제는 이미 지적 하셨듯 보관상의 문제 입니다.
쇼케이스를 실온보다는 약간 낮게 약 섭씨 13도에서 15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데,
겨울이나 혹은 쇼케이스 온도를 직원들이 설정을 잘못하여 딱딱한 파이 크러스트가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쇼케이스의 온도가 층별로 달라 특정부분의 파이 크러스트가 딱딱한 경우도 있습니다.
우려하시는 것처럼 반죽을 너무 많이 치대는 부분은 글루텐이 많이 발달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크러스트 제작 시에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크러스트를 너무 치대지 않도록 강조해왔고,
초기부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을 위하여 중력분과 쇼트닝, 박력분과 버터 및 라드 등을 테스트 해봤었습니다.
사실 국내산 밀가루를 사용한다면 박력분과 라드를 사용하는 것이 크러스트의 바삭한 식감이 가장 좋지만 이슬람인들을 고려하여 버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내산 밀가루는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되는 박력분보다는 글루텐 함량이 약간 높습니다.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되는 박력분은 글루텐 함량이 극도로 낮습니다.)
그래서 파이 크러스트로 쓰기에는 적절합니다.
또 하나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초 6년 전 매장을 오픈 할 때 고심했던 부분이 어떻게 하면 파이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까라는 부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많은 분들이 파이에 대해서 잘 모르셨기 때문입니다.
판매 제품 중 과일 파이는 더블 크러스티드 파이라서 쇼케이스에 진열하게 되면 모든 파이가 똑같이 보이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파이의 뚜껑부분을 없애고 필링 위에 뚜껑 대신 수분을 보관할 수 있는 글레이즈를 파이가 다 구워지고 식은 후에 발라 필링의 수분은 보관하면서 속안에 식재료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뚜껑이 없는 상태에서도 크러스트가 골고루 익으면서 필링도 잘 익을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찾게 된 것이 말씀하신 크러스트의 테두리의 골이 커진 이유입니다.
일반적인 타르트라면 반죽을 같은 두께로 밀어 타르트 팬에 올리지만, 저희는 반죽을 좀 더 크게 만들고 파이팬 위에 놓고 남은 반죽부분을 크러스트 테두리로 켜켜이 접습니다.
그렇게 되면 골고루 익는 동안 내부의 필링과 크러스트가 동시에 익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의 약점은 말씀해주신 것처럼 일부 파이는 구워내는 쉐프의 숙련도에 따라 과일과 함께 넣는 밀가루가 맛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충분히 오븐에서 구워낸 파이를 타이머에 의존하는 경우가 특히 그러한데 일반 오븐은 파이의 재료의 상태와 외부 온도에 따라서 편차가 많기 때문에 파이가 구워진 색깔 또한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블라인드 베이킹을 한다면 물론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보완은 되겠지만 이렇게 되면 실제로는 가격을 현재보다 더 많이 올려야 합니다.
지금도 공정이 많고 국내에는 저희 사이즈에 맞출 기계가 전무한 상황이라 쉐프의 노동비에 대한 포션이 저희는 극도로 높습니다.
그러니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쉐프의 숙련도를 높이고 장비를 보완하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격이 비싸다는 고객의 불만이 많은데 더 올리기에는 사실 많이 부담스러운 까닭입니다.
오늘도 트위터를 보니 안좋은 서비스에 대한 언급이 올라왔더군요. 먼저 기분 나쁘셨을 것 같습니다.
대신 사과 드리고 해당 직원은 직접 재교육 하겠습니다. 서비스 퀄러티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서비스를 하는 서버들은 한 기업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적어 계속 교육을 하는데도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비판 부탁드립니다.
또한 다시 한번 지난 논쟁과 일련의 사건들은 사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by bluexmas | 2014/02/21 16:52 | Taste | 트랙백 | 덧글(11)
암튼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고 저렇게 험악하게 나오다니, 타르트맛과 별개로 좀 실망스럽네요..
저도 커피 ㅡ 파인 손님이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십분단위로 안내해둔 것에 맘이 쓰였지만 곧이어 나온 방탄타르트에 모든 걸 잊고말았습니다. “치아 부실한 분들은 못 드시겠네. . . 이와테현 센베보다 강해”
BMX님 고소한단 이야기에 잘되었다 두고보자 싶었지만이런 식으로 입을 다물린 블로거들이 한 둘은 아니였을거란 생각에 착잡했습니다.
궁금했던 점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건필하시길 이 기회에 다시 부탁드립니다
2 Responses
[…] 디스‘라느니,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는 기술적 오류를 지적했다고 고소를 들먹인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 쯤이야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
[…] 타르틴과 같은 사업주가 운영한다는 걸 알았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이런 저런 역사가 있다. 고소당할까봐 너무너무 무섭다. 그러니 음식에 대해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