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타히로와 피해자-약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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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목), 동교동의 라멘집 무타히로에서 점심을 먹었다. 1주일에 한두 군데 정도 라멘을 먹으러 다니고 있는데, 차례가 돌아온 것. 업무 반, 친목 반의 상황이었고, 일행은 나와 동행 한 명의 둘이었다. 대개 가기 전까지는 아주 구체적인 정보까지 들여다 보지 않으니, 점심시간을 관통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한 시로 약속을 잡았다. 가보니 손님은 나와 일행 단 둘인 상황이었다.

나보다 5분 늦게 일행이 도착하고, 메뉴의 존재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인/셰프와 이야기를 해 주문했다. 쇼유 라멘이 있다고 했고, 대부분의 경우 차슈를 추가할 수 있도록 메뉴가 구성되어 있으므로, 조건반사적으로 추가를 시켰다. 가격에 대한 안내 없이 카드를 긁었고, 그제서야 라멘의 가격이 10,000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라멘은 철저하게 각 요소를 분리 조리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이다. 손님을 받지 않는 시간에 국물을 비롯한 모든 요소를 준비한 뒤, 주문을 받고 면을 삶아 말아 낼 수 있다. 면은 대개 2분 안쪽에서 삶을 수 있으니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5분 안쪽의 빠른 시간에도 음식이 나올 수 있다. 주방의 동선이나 숙련도 등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주문은 그 정도로 빨리 나오지는 않았고, 어림짐작으로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한 번 시간을 재어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금방 라멘이 나왔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계란이 없어서, 나는 물었다.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일단 눈으로 짐작할 수 있는 맛을 감안하면 계란이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셰프의 판단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존재하고 추가 메뉴인 모양인데, 만들던 와중에 손님이 와서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답을 들었다.

라멘은 나쁘지 않았다. 음식을 먹는 모든 경우, 나는 어느 만큼의 주의를 기울일 것인지 미리 정하고 음식점을 방문한다. 어떤 경우에는 무엇인가 보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거나, 중요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경우라면 그렇다. 아니면 아예 생각조차 하기 싫은 날도 분명히 있다. 그러한 경우라도 감각기관을 가진 육체적 존재이자, 먹어야 사는 생활인으로서 품을 수 밖에 없는 음식의 인상은 남는다. 이 날은 약 3, 40%의 생각을 하고 갔는데, 총체적인 관점에서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 만든 라멘에게는 긍정적인 긴장감(tension)을 맛볼 수 있다. 이는 말하자면 음식의 감각적인 첫인상 같은 것으로, 라멘이라면 국물의 온도, 면의 삶은 정도 등에 의해 좌우된다.


먹으면서 내가 처한 맥락에 대해 생각했다. ‘피크 타임’이 지난 시간이라 손님이 단 둘이다. 차슈를 추가했지만 라멘의 가격은 10,000원이다. 일본에 존재하는 매장이라니 뿌리와 기준이 분명하고도 엄연하게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대로도 나쁘지 않지만 분명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연유에서든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한 인상을 트위터에 짤막하게 올렸는데, 주인이라 짐작되는 가게 계정으로부터 몇 차례에 걸친 멘션을 받았다.

굳이 다시 들여다보거나 끌어오고 싶지 않으니(적절한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1. 조용히 장사하고 싶은데 왜 그냥 놓아두지 않는가 2. “미식가”가 추구하는 완벽함을 추구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이니 양해를 해야 한다. 3. 가게에 써 붙여 놓은 ‘혼자 영업하는 상황’은 콘셉트가 아닌 현실이다. 그에 덧붙여 츠타 같은 유명 음식점에 가라는 권유와 더불어 그런 라멘의 정체성에 대한 강의도 짤막하게 들었다. 놀랍게도, 나는 그러한 트윗의 행렬 속에서 과연 셰프가, 내가 지적한 사항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다시 한 번, 라멘은 거의 모든 요소를 미리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맛에 대한 기본 얼개는 상당 부분 라면이 손님 앞에 놓이기 전에 결정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최종 조리 또한 음식의 인상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소면처럼 건조한 면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생면은 2분 안에 익는다. 따라서 낼 때 동시 주문 인원이나 주방의 동선 등등을 전부 감안해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이론이 아닌, 체득할 수 밖에 없는 요령으로 긴 세월의 반복으로만 얻을 수 있다. 나는 혼자 일해야 하는 현실과 더불어 이러한 점의 부족함이 최종 완성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고 그걸 기술했을 뿐이다. 가게의 정체성이나 더 나아가 영업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런 여건에 놓여 있지 않았으므로 자동적으로 조절을 해서 보았다.

다 좋다. 이 일 7-8년째 하면서 안 들어본 이야기가 있으려나? ‘호사가의 디스‘라느니,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는 기술적 오류를 지적했다고 고소를 들먹인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 쯤이야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완벽함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어도 좋고, ‘아 오늘 하루 재수 없다’며 내 평가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하지만 나의 평가를 조건반사적으로 과대 자의 해석한 뒤 ‘잘 알지도 못하지만 간섭하기 좋아하는 소비자-강자로부터의 핍박(소위 갑질)’이라는 시나리오-프레임에 욱여 넣고 피해자-약자 코스프레를 시도하는 것은 적극 사양한다. 그것은 일종의 저열한 나르시시즘이나 자기 연민인 동시에, 나를 향한 모욕이다. 아껴 주는 단골의 성원은 고맙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어떤 정도로든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장사를 비공개 회원제로 하면 된다.

또한 이런 종류의 업종에서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조용한 장사’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가능할 수도 있다. 상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철저하게 외지인이 찾아 오지 않는 동네에서 정말 4-5석 규모로 열면 된다. 하지만 그런 동네라면 아무도 라멘을 먹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선택의 폭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신촌-홍대-연남동의 상권 안에 자리를 잡았다면 어떻게든 노출이 될 수 밖에 없고, 손님은 찾아 온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이러한 가게의 지리적 맥락이 라멘집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위치라면, 정말 동네 분식집이 존재할 수 있는 입지에 이런 라멘 가게가 있어 퇴근하면서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여건이라면 총체적으로 불만도 없을 것이다. 입지가 음식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동네 수준의 완성도를 가진 음식점들이 찾아가야 하는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완벽함에 대한 견해 차이. 분명히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먹는 입장에서 그 완벽함에 대한 기대를 낮추라고 생산자가 먼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고,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이 경우만 놓고 본다면, 긴 트윗을 통해 설교를 늘어 놓는 결론이 ‘너와 나의 완벽함에 대한 기준이 다르니 양해해라’라면 그것은 큰 모순이다. 그런 식으로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해가면서 과민 반응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자신감의 반영일텐데, 그 결론이 ‘내가 완벽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라니 대체 어떻게 이해하라는 말인가. 라멘의 발원지인 일본에서 그럴까?

음식이든 책이든, 자기를 떼어 팔아야만 하는 직업에는 언제나 상처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음식이 정서 및 육체적 특성으로 인해 상처의 강도가 더 클 수 있다는 특수성 또한 인지하고 있다. 이 모든 평가는 그러한 특수성마저 감안하고 이루어진다. 나는 그 맥락에서 나의 시간 및 노력과 일치하는 음식을 먹고 싶었을 뿐이고, 몇몇 측면에서 그렇지 않았으므로  지적했을 뿐이다. 평론가이기 이전에 소비자로서 권리 행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반응은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 황당할 뿐이다. 물타기도 아니고, 대체 내가 누굴 때렸다고 뺨을 부여쥐고 바닥을 뒹구는가. 무엇이 그렇게도 억울하다는 말인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정적인 반응 자체가 싫다면 다시 한 번, 회원제로 장사하거나 아예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과나 굴종적인 태도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런 걸 원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방식의 평가가 나의 음식과 생산자를 향한 존중의 표현임을 존중할 수 없다면, 과민반응은 사양한다. 아무렴 ‘라면이 중노동’인 줄도 모르고 이 일을 할 거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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