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장점, 논리는 단점

며칠 전 ‘태극당의 (추억 어린) 케이크가 요즘의 것보다 낫다’는 내용의 트윗을 보았다. 동의하지 않는다. 태극당은 그저 향수를 이용해 질낮은 제품을 파는 제과점일 뿐이다. 2년 전인가 생각이 나서 롤케이크를 사먹었다가 너무나도 낮은 품질에 혀를 내두르며 버려야만 했다. 요즘 프랜차이즈 케이크들이 별볼일 없지만 그보다도 떨어진다. 위생관리 상태가 너무나도 안 좋아 문제가 된 적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향수를 느낀다며 돈을 쥐어준다. 대체 그 향수라는 것이 몇십년이나 묵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맛의 정서적인 가치는 중요하다. 한 번도 부정해본 적이 없다. 다만 정서가 음식 평가의 전부인 것처럼 통하는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게 <외식의 품격>을 쓴 동기다. 잘 만든 음식을 먹어야 정서 또한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내 주장의 핵심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를 주문하기 전까지, 나는 저자의 주장이 저런 정서팔이의 완전 대척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식품공학 전공자로, 아이스크림 회사 및 향료 회사 등에 오래 근무한 전문가다. 말하자면 나 같은 사람에게 음식의 이해를 돕는 과학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주로 참고하는 <음식과 요리>류의 책이 일반인의 수준에서 이해가능한 과학 이야기를 한다면, 이 책은 그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깊은 내용까지 다룬다.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이 품고 있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불안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음식첨가물>류의 책이 담고 있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이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지만, 라면스프의 성분은 마법가루가 아니라 채소나 고기 등의 자연 재료다. 또한 식품첨가물의 유해성 여부 또한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설탕 대신 가장 많이 쓰는 고과당 콘시럽의 경우도 마이클 폴란 같은 음식 전문 저술가는 췌장에 해롭다고 주장하지만, 당의 분자구조를 보면 그럴 이유가 딱히 없다는 반박도 있다. 소금과 혈압의 관계, 비만과 열량의 관계 또한 모두가 믿고 있는 것처럼 똑 떨어지게 규명된 것이 아니다.

근거 없는 믿음, 또는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불량지식”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길잡이 역할만을 따지고 본다면 이 책은 훌륭하다. 전문가가 실무 경험을 통해 쌓은, 검증된 지식을 담았다. 어차피 진실을 말해도 안 믿을 사람은 안 믿으므로 모두에게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어차피 그건 그들의 문제지 책의 문제가 아니므로 상관없다. 하지만 책은 검증된 과학만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멈추지 않고 과욕을 부린 나머지 존재의 의미를 깎아먹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의 맨 마지막 단락을 인용하겠다.

“지금까지 제철음식, 산지별 음식, 제대로 된 음식을 알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제대로 된 가치 평가 능력을 치우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림의 감상력을 키우듯 식품의 감상력을 키우는 노력은 본 적이 없다.사실 맛은 사람들을 모두 충분히 먹게 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이미 충분히 다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닌다. 물론 음식의 맛만큼 항상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도 없다. 하지만 식품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며 맛도 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음식만큼 같이 나누면서 쉽게 감정을 교류하고 추억을 쌓기 좋은 수단도 없다. 이처럼 음식이 최고의 수단이고 문화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맛 자체에 목적을 두지 말고, 별 의미도 없는 성분 따지기에 애쓰지 말자.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식사는 모든 동물이 다 하는 식사이고, 문화까지 즐기기 위한 식사는 오직 인간이 가능한 식사다.” (296쪽)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무슨 주장을 펼치고 싶은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 ‘음식의 존재 의미는 맛이 아닌 영양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직업이었으며 이 책에 필요한 실무 지식을 쌓게 해주었을 음식인 아이스크림의 존재는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 영양보다 맛, 또는 쾌락을 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미가 없어지는게 비단 아이스크림 뿐이겠는가? 단지 생명 유지와 활동을 위한 열량 섭취만이 음식의 존재 이유라면, 맛 자체를 지워버리고 필요 열량 위주로 급식을 해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 그러한 의도에서 이런 대체 식사가 개발되었으며 시판을 위한 점검중이다. 미국 기준으로 하루 5달러, 한 달 150달라니 돈도 많이 들지 않고 음식을 찾는 번거로움도 먹기 위한 시간도 대폭 줄여준다. 야근 천국인 우리나라에서 이걸 도입한다면 생산성도 높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진짜 그렇다고 해도 평범한 음식 대신 이걸 선택하겠는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렇게 모순이 드러다는 건 비단 가장 큰 전제 뿐만이 아니다. 책은 ‘체험담 무용론’으로 첫 머리를 연다. 예를 들어 MSG를 먹고 머리가 아프다, 메스껍다고 느끼는 등의 체험을 통해 ‘MSG가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데 가뜩이나 듬성듬성하게 300쪽을 채 못 채운 책의 50쪽을 할애한다. 물론 의도는 이해한다. 통계 등을 통해 보다 더 객관적으로 처리한 정보를 통해 판단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동의하지만 그래도 모순이 가시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크기 자체로 신빙성을 담보하는 표본을 정해(10,000명?), 일정량의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도록 한 뒤 묘사하는 반응을 문서와 영상으로 기록하고 분류한다고 가정하자.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측정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 또는 기준을 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으므로 이 또한 현실화가 어려울 수 있지만, 이를 통해 표본의 대다수가 두통이나 메스꺼움을 느낀다고 답하면 그때는 MSG가 유해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저자가 “체험담은 우연의 일치가 많지만, 경우의 숫자가 증가하면 무섭도록 우연의 확률이 줄어든다(50쪽)”고 말하는 상황이 되는게 아닌가?

또한 음식은 먹어서, 즉 체험이 완성시키는 대상이라 의미를 지닌다. 소위 ‘culinary art’라고 고급 요리를 지칭해 예술의 범주에 놓더라도 음악이나 미술과 다르며, 인상 비평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 또한 두 전자와는 감상의 방식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음식의 특성이 이러한데 체험이라는 것 자체를 들어내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50쪽에 걸쳐 체험담 무용론을 펼치는 필자 또한 ‘식품 개발 회사나 패스트푸드 회사 직원 가운데 자신이 개발하는 음식을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음식첨가물>의 주장에 ‘내가 근무해봤는데 그런 경우는 없다’고 체험을 바탕해서 반박한다. 이건 피장파장 아닌가? 저자나 저자가 몸담았던 회사는 그렇고, 다른 회사에서는 안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나도, 개발자들이 저자의 표현대로 “처절하게” 먹어서 테스트한다는 것을 다른 책에서 접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한대로 “체험담은 우연의 일치가 많지만, 경우의 숫자가 증가하면 무섭도록 우연의 확률이 줄어든다”라는 주장을 입증하고 싶었다면 적절한 수의 식품회사 개발 인력을 바탕으로 설문조사라도 해서 수치를 들이밀었어야 맞다.

더 많은 부분을 예로 들고 싶지만 진이 빠지므로 그만 하겠다. 다시 한 번 입장을 정리하자. 이 책의 지식과 정보는 크나큰 장점이고,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만약 그것으로만 지면을 채웠다면 책은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런 깊이라면 그 지식과 정보가 길을 뚫어줄 것이니, 가치 판단을 보태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과 조리>가 좋은 예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 판단을 꽤 많이 보탰다. 한편 이해는 한다. 전문가로서 “불량지식”에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게 덧댄 논리에 모순이 너무 많아 지식과 정보를 소화흡수하기가 다소 힘들다. 만약 그러한 길을 정말 택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다른 방향이 더 나았으리라 본다. MSG의 예를 들어보자. 물론 나도 건강유해론은 근거가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래도 MSG는 여전히 문제다. 보다 정확하자면 그 용례가 문제다. 적은 비율로 써 두터움에 보태는 보조제, 그야말로 “첨가물”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거기에 기대어 맛을 낸다. 문제라면 이런 측면이 바로 진짜 문제고 지적해야만 한다. “맛이 있는 음식보다 편한 음식이 몸에 좋고, 진한 맛보다 담백한 음식이 몸에 좋다(294쪽).”와 같은 식의 주장은 굳이 식품첨가물에 대한 의미를 따지는 이 책에 들어갈 이유가 없는 사족이다. “맛있음”,”편함”,”진한 맛”,”담백함”의 정의도 내리지 않아 의미가 불분명함은 물론, “몸에 좋다”는 주장 또한 식품첨가물이 몸에 나쁘다는 것만큼이나 근거가 부족하다. 게다가 아이스크림은 대체 어디에 속하는 음식인가? 굳이 이렇게 지극히 객관적인 과학을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버무려 희석시켰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아쉽다. 저자는 전문가며 권위자다. 그렇다면 이렇게 듬성듬성한 책을 여러권으로 나눠서 낼 게 아니라, 각각의 책들이 담고 있는 핵심 지식과 정보만 모아 보다 더 압축된 책을 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믿음은 확실히 떨어진다.

*사족: <진화론 다이어트> 같은 책에서도 느낀 건데, 이러한 책이 정말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 몇 권에 담긴 정보만으로 쓸 수 있는 것일까? 논문 등의 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은? 참고했는데 단지 목록에만 포함시키지 않은 것일까?

 by bluexmas | 2013/12/30 15:40 | Tast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대건 at 2013/12/30 15:49 
링크걸어주신 대체식사류를 보면,영양분은 해결이 되겠지만 포만감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영양은 과잉인데, 때 되면 늘 배가 고픈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궁금하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12/31 00:11
저도 그 부문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ㅠㅠ

 Commented at 2013/12/31 03: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3/12/31 23:13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at 2014/01/01 01:32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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