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돈 차를리 / 인스턴트 펑크- 서양 음식맛의 ‘레퍼런스’

이태원의 두 식당에 대해 한꺼번에 이야기해보자. 전혀 다른 음식을 내놓지만 그 맛에 있어서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양 음식의 맛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설탕 등의 감미료를 통한 단맛이 없다는 점이다.

먼저 돈 차를리. 멕시코 음식이라는 게 상당 부분 미국의 틀을 통해 전달되다 보니, 실체를 모르거나 지독하게 단순화 시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나도 거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땅덩어리가 넓고 식재료가 풍부하다보니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고추(칠리-같은 것이라도 생것일때, 말렸을때, 훈제했을때 이름이 다르기도 하다)를 비롯, 지방별로 특색 두드러지는 음식을 먹는다는데 우리가 아는 건 기껏해야 타코, 파히타, 퀘사디야가 전부다(그나마 ‘파지타’나 ‘퀘사딜라’가 아니면 다행?).

두 종류의 타코를 먹었는데 그 가운데 초리조 타코의 간이 제대로 되어 있었다. 기름기가 꽤 많아 토르티야가 찢어질 정도였는데 전혀 기름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혹 기름기가 많아서 싫다면 그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걸 감수하고 먹는다면 소금간이 약한 것보다는 강한 편이 훨씬 더 낫다. 맛있어서 양이 좀 많음에도 불구-성인남자라면 세 개를 시키면 적당할 듯-하고 시킨 쇠고기 타코는 초리조보다 간이 좀 약했는데,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손님들이 항의를 많이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도 잘 만들었는데, 옥의 티라면 조리한 걸 바로 받았을 경우 너무 뜨거워서 맛을 느끼기가 조금 어렵다는 점. 하지만 토르티야에 싸서 식힌다면 기름기와 증기로 인해 찢어져 먹기 불편해질 확률이 높으므로 다소 딜레마라는 생각이 든다. 단맛의 존재 여부와 그 맛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이곳과 그릴파이브의 타코를 비교해보면 된다. 참고로 토르티야는 돼지기름 등의 지방을 써서 글루텐 발달을 저하시키므로 우리의 밀전병 같은 것보다는 훨씬 더 부드럽고 착착 감기는 느낌이어야 한다. 아무데서나 쫄깃함 찾을 필요 없다는 의미.

돈 차를리에서 약 1.5 km 떨어진, 허세떨기 딱 좋은 스타벅스 동빙고점 옆의 <인스턴트 펑크>는 <라꼼마> 다음으로 박찬일 셰프가 주방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름이 풍기는 것처럼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에, 음식은 술안주에 조금 더 가깝다. 이곳에서는 짠맛과 함께 신맛과 감칠맛의 역할을 맛볼 수 있다. 소금과 함께 산, 즉 식초나 레몬즙도 지방의 느끼함을 덜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지방은 매개체이므로 멍석을 깔아주지만 그 여운이 지나치게 길어야할 필요는 없다. 이를 ‘잘라주는’ 역할을 짠맛과 신맛이 맡는다. 한편 서양음식에도 감칠맛의 자리가 있다. 감칠맛, 또는 ‘우마미’는 한마디로 적절히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나름대로는 여운이나 두께로 이해하지만(음악에서 리버브의 역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계속하는데 잘 모르겠다),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그 감칠맛이라는 것의 원천이 결국은 글루탐산과 핵산인데, 이는 주로 토마토, 버섯, 안초비 등이 책임진다. 요즘은 아예 그런 재료를 합쳐 ‘우마미 페이스트’라는 제품도 나온다.

한편 송아지뼈, 닭등을 끓여 낸 국물(stock)이 서양 음식의 바탕인데, 이는 감칠맛과 더불어 콜라겐에서 변한 젤라틴으로 특유의 진득함을 불어넣는다. 이 또한 흔히 ‘미르푸아(Mirepoix)’라고 일컫는 당근, 양파, 샐러리의 세 야채에 토마토 페이스트 등을 넣고, 국물의 원천인 뼈를 오븐에 구워 복잡한 맛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재료를 써서 맛의 켜를 세우는 걸 대개 ‘layering’이니 ‘building up the flavor’니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하고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많은 곳에서 MSG, 혼다시니, 스톡 큐브니 하는 것들을 쓴다. 지름길 또는 꼼수에 의존하는 것인데, 나는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소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석대로 맛을 낸 음식은 표정이 살아 있으며 그 여운이 짧지 않지만, 불쾌한 꼬리를 남기지 않는다. 금방 치고, 싹 빠진달까? 맛을 말로 설명하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다. 이런 곳에 들러 다른 곳의 음식과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옥석을 가리는건 소비자의 특권이며 책임이다.

 by bluexmas | 2013/06/10 16:24 | Taste | 트랙백 | 덧글(9)

 Commented by 니룬 at 2013/06/10 16:32 
박찬일 셰프의 책은 매번 만족하면서 봤는데, 음식은 여즉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네요. 서울 올라갈 일이 있으면 한 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넵.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7/08 17:44
다음 번에 꼭 가보세요^^

 Commented by Rev V AMÉ at 2013/06/10 16:58 
Mexico 에 가족이 있는(Mexican 은 아니지만…half Spanish) 친구랑 예전에 메히꼬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는데, 사실 지방 별로 음식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긴 하지만 먹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더라고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역시 구워낸 고기들(fajita) 을 tortilla 에 여러 야채 + 콩 + 페퍼와 함께 싸 먹는… rice 가 곁들여 지면 burrito 가 되고요. 🙂 quesadilla 는 Tex Mex 식과 많이 다른 형태고, enchilada 가 훨씬 일반적인 음식이라고 하더군요. 덧붙여 둘다 이야기한 거지만 Tex Mex 를 비롯해서 대중화된 Mexican 음식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걸 일반화 시킨 것보다 들어가는 재료를 신선하게 유지해야 함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것. 유명하게 알려 진 전문점들 중 가장 나았던 건 Chipotle 였는데, Subway 랑 많이 비슷한 방식이더라고요. 그래도 직접 바로 만들어 먹는/나오는 거랑은 다르지만요… 그나저나 이 글 덕에 나중에 한국 방문하게 되면 들러 볼 곳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고마워요.! lml

 Commented by 푸른별출장자 at 2013/06/10 19:46 
서양 요리들이 대체로 코스마다 맛이 딱 떨어지게 해놓죠.

여운이 길지 않도록…

중간 중간 샤벳이나 그런 것으로 입속의 복잡한 맛도 지우고…

일본도 초밥의 경우에는 생강 절임

가이세키 요리는 워낙 맛이 아주 미묘하게 움직이니 앞의 맛을 뒤의 음식으로 지우는 식…

중화요리도 코스로 나가면 요리간의 맛 밸런스에 제법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섞어 섞어 비빔의 본토로 한판에 때리자 하다 보니 이렇게 먹는 것에 길들여져 버리면 양식이나 일식이 추구하는 방향과 좀 달라지죠.

일본식 회덮밥과 우리나라의 회덮밥이 다르듯이요…

그나마도 요샌 뭐 소금은 나쁘다면서 짜면 컴플레인 해도 건강에 별로일 것 같은 캡사이신은 엄청 좋아해서 이곳 저곳에 비벼대니 재료맛인지 캡사이신 맛인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7/08 17:45
굳이 우리 음식을 코스로 낼 필요도 없지만 양념에는 좀 덜 의존했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Ithilien at 2013/06/10 20:27 
돈 차들리는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못가봤는데 한번 시간으 내어 가 봐야 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7/08 17:45
네 한 번 들러보세요~

 Commented by 호모덕질 at 2013/07/28 13:59 
여기서 보고 돈 차를리를 가봤는데, 아주 만족하고 왔어요!

바르셀로나에 일년 있었는데 거기서 먹던 것보다도 오히려 훨씬! 맛있었어요.

(물론 타코가 스페인 음식은 아니지만요..^^;)

저는 말씀하신 초리께소를 먹고 친구는 까마로네스를 시켜서 하나씩 나누어 먹었는데, 제 입맛에는 초리께소가 훨씬 나았어요. 그런데 친구는 짜고 느끼하다고 별로라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덕분에 정말 맛있는 타코 오랜만에 먹어봤습니다!!

집에서 가깝기만 하면 자주 찾아가고 싶은 곳인데 아쉬워요.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3/08/01 10:06
네 짜고 느끼해야 제맛인데요^^ 솔직히 경리단길 언덕을 좀 올라가야 해서 귀찮은게 사실입니다 ㅠ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