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레스토랑 의 셰프 호앙 로카 인터뷰

월간지 <루엘> 12월호에 실렸던 호앙 로카(Joan Roca)의 인터뷰를 올린다. 랭킹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굳이 언급하자면 호앙 로카를 비롯한 삼형제(Joan, Josep, Jordi)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El Celler de Can Roca>는 <레스토랑>과 같은 잡지에서 세계 2위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미슐랭 별은 딱히 언급할 필요-당연히 세 개-도 없을테고… 인터뷰를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고메 2011>행사의 시연을 보면서 많은 ‘현대요리’의 세프들이 그러하듯(물론 전통 요리의 셰프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테크닉의 장점을 최대로 살린’스토리 텔링’에 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너무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인터뷰에 굉장히 진지하게 응했으며, 통역하는 분 또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인터뷰 질문은 기본적으로 내가 준비하고, 루엘의 정 아무개 에디터가 도움을 주셨다.

본인 조리 세계의 컨셉트를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무엇이 되겠는가?

아무래도 ‘창의력(creativit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그리고 카탈루냐 출신이기 때문에 페란 아드리아나 호세 안드레아스 같은 셰프와 본의 아니게 비교가 될 수 있을텐데, 이런 셰프들과 본인의 구분짓는 특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찾아볼 수 있을텐데, 먼저 형제들과의 협업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삼형제가 삼각편대, 또는 삼위일체를 이뤄 음식-와인-디저트를 함께 만들어낸다. 아무래도 형제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셰프들이 주방에서 스탭들과 가지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측면은 역시 카탈루냐의 전통이 될 수 있겠다.

본인의 조리 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존재가 있다면 누구인가?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가장 큰 영향은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훌륭한 요리사이신데다가 아직도 식당을 운영하신다. 새 메뉴가 나오면 가장 먼저 부모님께 맛을 보여드린다. 덕분에 음식을 만들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라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어머니의 식당과 음식 또한 카탈루냐의 전통을 이어 받기도 했다.

계속해서 카탈루냐의 전통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그 전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단 지역성을 생각할 수 있다. 북쪽으로는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지중해성 기후가 식재료의 재배에 이상적이다. 역사적인 측면을 보자면 그리스, 로마를 비롯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영향을 스폰지처럼 흡수한 지역이 바로 카탈루냐다. 또한 북미대륙이 발견되어 그쪽의 음식이 처음으로 들어온 것도 바로 카탈루냐 지방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카탈루냐의 전통을 현대적인 본인의 음식에 어떻게 녹여(해석)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언어에 대한 비유를 들 수 있겠다. 전통적인 가치 또는 핵심은 지키면서도 변하는 시대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것이다. 전통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창조하지만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식을 의미한다.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담고 있는 ‘시그내쳐 디시(Signature Dish)’ 하나를 예로 들 수 있을까?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25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요리를 창조했기 때문에 하나만 선택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굴과 흙’이 되겠다. 굴에서는  바다, 흙은 땅 또는 산의 향을 의미하고 그 둘의 조화를 시도했다. 일견 전통적이기도 하지만 흙을 접시에 담았다는 건 극단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시도다.

요리를 위한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맨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창의력이 중요한데, 결국은 삶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건축물이나 풍경을 보거나 음악을 들음으로써 영감을 얻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삼형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막내 조르디는 디저트 담당이므로 단맛으로 일궈낼 수 있는 세계를, 나같은 경우는 짠맛 위주의 음식에 대한 세계 또 둘째 요셉은 와인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세 사람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가장 큰 영감을 얻는 창구다.

삼형제의 협업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그러한 협업이 이루어지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지?

딱히 정해진 방식이 있는 건 아니다. 형제이기 때문에 본능에 기댄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형제들끼리 모여 간단하게 마실 것을 곁들여 가며 결산 회의를 겸한 이야기 시간을 가지는데, 이러한 자리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영감을 얻게 된다.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라도 일단 기록을 해 놓고 그걸 바탕으로 실행에 옮기는 방식이다.

레스토랑 홈페이지의 <Books> 코너를 보면 죽 꽂혀있는 책의 이미지가 있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van der Rohr), 뮤지션 반 모리슨(Van Morrison)의 책을 보았는데, 건축이나 음악과 같이 다른 장르의 예술과 셰프의 음식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건축과 요리는 재료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 방식 또는 방법론이 정말 비슷하다. 이를테면 건축에서 재료가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듯, 요리에서도 재료 하나에서 영감을 얻어 전체를 완성하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홈페이지를 보면 ‘기억’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는데, 음식과 관련된 어린 시절의 중요한 기억이 있는가?

기억 또는 추억은 영감의 샘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을 통한 여행을 떠나게 돕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맛에 대한 기억을 살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통의 핵심은 고수하면서 현대적인 손길을 가해 손님들에게 내놓는 식이다. 이를 통해 손님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할머니의 손맛에 얽힌 추억의 시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할머니의 음식이 있는지?

워낙 가짓수가 많아서 하나만 꼽기가 어려운데, 결국 카탈루냐의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로 양파를 갈아서 넣는 등 양념을 많이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고메 2011’행사에서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한국 재료와 그 재료로 만든 요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일단 간장, 된장, 고추장의 세 한국 고유 양념에 마음을 빼앗겼다. 일단 간장은 다른 나라의 것들보다 훨씬 더 맛이 좋으면서도 강렬하고, 된장같은 경우는 작년 행사에 참가한 조르디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된장은 ‘세계의 맛’을 한데 담은 우리 레스토랑의 요리에 벌써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고추장의 경우도 맵기는 하지만 맛있어서 어떻게는 우리 레스토랑에서 써 볼 생각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런 재료들을 접목한 요리를 맛볼 기회가 없는지?

이번에는 발효된 흑마늘과 된장을 쓸 계획이다.

위에서 말한, 된장을 사용한 요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그 요리에는 양파와 된장, 그리고 ‘투피(tupi)’라는 카탈로냐 전통 치즈가 들어간다. 발효가 제대로 되어 향이 아주 강하다.

한국 음식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자면? 

일단 김치를 안 꼽을 수가 없겠고, 비빔밥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본다. 어제도 전주 한옥마을에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한 그릇 안에 각종 재료와 그를 통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인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한 단어로 꼽기란 어렵다. 한국 음식을 생각하면  열정, 힘, 강인함, 좋은 품질 등이 생각난다.

한국의 재료일 필요도 없고, 소금과 같은 기본 양념류는 제외하고 요리사로서 딱 한 가지 재료를 꼽는다면 무엇이 되겠는가? 

스페인,  그리고 카탈루냐의 풍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올리브 기름을 꼽을 수 있다. 요리에 필수 불가결한 재료이기도 하다. 필수 불가결한 재료라는 측면에서 마늘도 꼽을 수 있고, 고급 재료라면 송로버섯을 빼놓을 수 없다.

조리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레스토랑 홈페이지를 통해 수비드(저온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어떠한 측면에서 그러한가?

온도의 정확한 조절이라는 측면에서 수비드는 전통적인 직화 조리법보다 훨씬 우월하다. 이러한 조리법을 통해 할머니나 삼촌의 손맛을 보다 더 정확하게 또는 더 월등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수비드 외에 즐겨 쓰는 다른 테크닉이 있는가?

재료를 훈제하지 않고도 요리에 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스모킹 건(Smoking Gun)’이나 색을 지우면서 액체의 맛과 향을 남기는 증류와 같은 기술을 즐겨 쓴다.

유행하거나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조리 테크닉이 있는가?

결국은 수비드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 ‘바치오(vacio)’를 꼽을 수 있다. 재료를 진공포장해서 물에 오랫동안 익히는 것으로, 맛과 향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식감도 향상시키는 조리방법이다. 십년 전만 해도 쓰는 사람이 없어 존폐 위기에 놓였는데 이제 대중화되었다.

향에 대해 화제를 많이 삼게 되는데, 작년 행사에 참가했던 동생 조르디는 향수를 개발하는 등, 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형제의 요리 세계에 향은 어떤 의미인가?

일단 삼형제 모두 코가 커 냄새를 잘 맡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웃음). 삼형제 모두 냄새, 또는 향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냄새는 사람의 기억을 환기시키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가? 유명 브랜드 향수 냄새를 맡으면 분석을 통해 그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특히 조르디는 향수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특정 음식을 먹은 사람이 향의 매개체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식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가?

어제 전주에서 먹었던 비빔밥을 포함, 떡 벌어지게 차려 놓은 한국의 전통 상차림도 좋을 것 같다.

 by bluexmas | 2011/12/28 10:28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2/02/02 12:35

… 세계 2위 레스토랑 &lt;El Celler de Can Roca&gt;의 셰프 호앙 로카 인터뷰 진짜 비극은, 이 인터뷰가 실린 책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점 ㅠㅠ 그래서 어떻게 편집되어 실렸는지 모르겠지만 원문 … more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11/12/28 11:54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 굉장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네요..^^;;

 Commented by Nobody at 2011/12/31 00:26 
재밌게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나녹 at 2012/01/01 23:15 
좋은 인터뷰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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