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드워드 권의 더 스파이스-여전히 인상적인 execution

예약 전화를 걸고 나서야 늘 지나다니면서 보았던 패션 파이브 옆 건물이 에드워드 권의 두 번째 음식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라는 카페에서 깔끔하게 잘 만든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그보다 더 고급스러운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그 점은 기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오히려 실행의 측면보다 더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의 컨셉트가 궁금했고, 또한 코스로 나온다는 디저트가 있다고 해서 그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건물 자체의 디자인이며 인테리어 등등은 딱히 나의 취향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나 수긍을 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솔직히 라운지로 탈바꿈한다고 들은 밤 시간대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플라스틱 광택의 느낌이 조금 있었고, 천장에 붙여 놓은 그림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짙게 들었다. 화장실에 자동문을 달아 놓은 배려는 좋았지만, 사람이 없는데도 잠겨 있는 줄 모르고 거의 5분 동안 기다렸다는 점에서는 과유불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기 전에 익히 들었던 대로, 전반적인 가격대는 강남(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압구정/청담동)의 대략 70% 수준이었다. 옛날 옛적 이랜드에서 90원이나 900원으로 끝나는 가격을 붙여 옷을 파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27,500원 부터 5천원씩 올라가면서 거의 5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대의 코스까지, 서너 종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른 것에 대해서도 무지하지만 특히 부동산 시세에 대해서는 더더욱 무지한지라 과연 이 음식 가격의 차이가 정확하게 어떤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나로써는 헤아리기가 쉽지 않았다(물론 강남 동네들에서 접할 수 있는 음식 가격의 제 1 결정 요인은 당연히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가격대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고, 각 코스마다 또 한 두 가지씩 선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음식의 이름이 긴 재료의 나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음식을 먹는다면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만 해도 디저트를 포함해서 어떤 걸 먹어야만 할지 금방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한참동안 진땀을 흘리며 메뉴판을 뒤적거려야만 했다. 결국 웨이터의 도움을 받아 ‘프레스티지’ 코스(38,500)에 두 가지 디저트가 나오는 ‘스위트 새티스팩션(12,500/커피 포함시 17,000)을 주문했다.

빵은 세 가지 모두 지방이며 말린 허브과 같은 것들의 향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는데 계속해서 나오는 음식들이 비교적 가벼운 맛을 추구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보다 더 담백했어야 할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빵이 엉터리인 음식점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다 보니 일단 그냥 멀쩡하게 만들었다면, 특히 납품이 아니라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코스를 여는 음식은 푸아그라에 딸기와 딸기 시럽, 콩코드 포도 젤리, 브리오슈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푸아그라라는 식재료 자체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사람이고 따라서 꼭 먹어야 된다고 목을 매지도 않는다. 또 어느 한 편으로는 푸아그라라는 재료의 맛이 굉장히 예측가능하다는 것에 불만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그 푸아그라의 “눅진한” 맛과 식감에 대조를 통해 균형을 맞춰줄 신맛을 딸기와 포도를 통해 적당히 강도의 차이를 두어가며 곁들였고, 그럴 때에 딸기는 생것으로 또 포도-아마 즙 상태로 된 것을 들여왔겠지만-는 젤리로 만들어서 질감의 차이 역시 부여했다. 브리오슈는 푸아그라와 식감의 반대편에 있었고 레몬 버베나 가루는 향으로 주재료의 느끼함을 덜면서 뽀송뽀송한 느낌 역시 곁들여 간의 물렁물렁함을 상쇄시키는 요소라고 이해했다. 균형이 잘 맞지만 푸아그라라는 재료를 생각해보았을 때에는 예측 가능한 구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오늘 노홍철이 진행하는 무슨 프로그램에 에드워드 권이 나왔는데, 노홍철의 이미지를 음식으로 표현한다며 만든 음식이 결국 이것이었다…).

가지 캐비아와 카라멜화된 양파를 곁들인 포르치니 버섯의 벨루테는 결국 수프였는데, 이름으로 품었던 기대보다 살짝 묽다는 느낌이었다. 버섯의 흙냄새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온도나 아니면 나머지 곁들인 요소들의 느낌은 벌써 희미해졌다. 접시를 가지고 오고 나중에 수프를 붓는데 웨이터가 ‘사진 먼저 찍으시죠’라고 친절하게 권하고, 수프를 부을때도 사진의 의식하는 친절함을…>_< 솔직히 음식 사진 찍는 거 별로 내키지 않는다. 거의 대야를 닮은 것처럼 가장자리가 높은 채로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그릇에 담겨 나와 손을 계속 든 채로 먹어야만 했고 또한 숟가락 역시 무거운데다가 그릇이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경사가 많이 생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 모두를 한데 합치면 수프 먹기는 조금 고통스러웠다. 나만 그런가 싶어 다른 사람들을 보니 버거워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구운 광어에 카라멜화된 엔다이브로 만든 비스크 거품, 관자로 만든 소시지(라기 보다는 굳힌 mousseline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베이컨 가루와 레몬 밤. 아 힘들다…-_-;;; 메뉴에는 왜 Halibut이라고 나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자체로는 익혔을 때 엄청난 맛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기름기 없는 흰살 생선을 구워 촉촉함을 더해주기 위해 바닥에는 거품을 깔아주고(적절한 부피 또한 더해준다) 풍미를 더해주기 위해 관자로 만든 소시지를 더했다. 이론적으로는 베이컨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겠으나 기억은 잘 안 난다. 일단 생선은 아주 잘 조리되었고, 바닐라향을 더한 것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거품은 효과적이었으며 관자 소세지 역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결국 서양 요리에서 생선이라면 이런 종류의 기름기며 비린내가 적은 흰살생선류인 걸까? 고등어 같은 건 안될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뭐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여기까지가 식사 부분이었는데, 사진만 봐도 딱 알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무슨 스타일이냐 뭐 그런 걸 따지기 이전에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가벼우며, 또한 캐주얼한 느낌의 음식이었다. 너무 무겁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부터 나오는 디저트가 약간 엇박자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이 코스에 딸린 디저트인 파인애플 카르파치오와 바닐라 무스, 그리고 초코 크런치. 일단 각각의 요소들은 굉장히 잘 만들어졌는데 전반적으로 너무 달고 무거웠다. 바닐라 무스는 좀 덜했지만 파인애플도 잘 익어서 달았고, 초코 크런치 역시 굉장히 달아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질 뻔했다. 이 다음 디저트들에서도 알 수 있듯, 여기 패스트리 셰프는 이렇게 무거운 종류의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내가 먹어본 세 가지 모두 일차원적이고 천편일률적이면서도 음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길게 끌어도 괜찮을 음식의 여운을 무거운 장화를 신은 발로 꽉 눌러 억지로 끊는 느낌이랄까?

그 다음에 나온 카라멜화 된 바나나와 코코넛 무스, 그리고 아몬드 스투르셀. 아몬드 스투르셀은 결국 쿠키고 앞에서 먹은 무스와 비슷한 식감의 무스가 되풀이되고 있으며 바나나와 함께 미끈하고 진득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화룡점정 격의 카라멜… 깔끔하게 잘 만들기는 했으나 접근 방법에서 독창성을 느끼기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계피가루를 뿌린 초콜릿 타르트와 피스타치오 향의 올린 크림. 좋은 재료로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앞의 두 디저트에서 이미 전멸 당해서 먹기가 좀 버거웠다. 디저트를 한 가지 이상 낸다면 조금 더 다양한 맛이나 식감을 염두에 두고 메뉴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런 저런 얘기-off the record 풍-도 듣고, 또한 카페와는 어울렸지만 이 음식점과는 뭔가 안 맞는 느낌이 나는 로고를 비롯 여러가지 좀 엇박자라는 느낌까지 들기는 해도 잘 만든 음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컨셉트는 차치하고서라도 가격에 믿을 수 없이 조리를 못한 음식들을 많이 본터라 그 정도라면 원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재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 바로 길 건너에 있는 건물에 어마어마한 무엇인가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주워 들은터라, 조만간 이태원의 기운을 받고 그 동네가 비싼 음식점들의 전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by bluexmas | 2010/06/25 10:18 | Taste | 트랙백 | 덧글(21)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6/25 10:25 

그래도 어느 정도 즐기셨군요^^;죽전에도 이 사람의 레스토랑이 입점했는데, 경기도엔 권씨의 손길이 미치지않는 것인지 식재료 상태가 영 시원찮더군요. 적어도 죽전점은 이름값 알리기 이상의 의미는 없고 실망스러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5 22:38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좀 듣기는 했는데, 저 역시도 과연 컨셉트가 뭔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음식 자체로 성의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저도 요즘 죽전에 종종 가게 되는데 위치가 어딘지 궁금해지는데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6/26 00:00

죽전 신세계백화점 식당가에 위치해있더군요~
 Commented by 러움 at 2010/06/25 10:38 

이랜드는 지금도 900원으로 끊어 팝니다. -_ㅠ.. 39900원의 블라우스를 사고 좋아했는데 다시보니 4만원 니예니예 <-

처음에 쏟아지는 과일 속 인물 사진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되게 프라이드가 높은 사람인가봐요. 셀카를 즐기는 저로서도 너무 오그리토그리해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인지도가 꽤 있고 음식도 수준 이상이라고 하니 어찌보면 저 정도쯤이야 뭐 그럴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긴 재미있어요.

그리고 음식 사진 찍는 일- 그쵸 사실 ㅋㅋ 찍을 때 살짝 마음에 뭔가 부담이 있긴 한데 그러면서도 찍게 되는건 왜 그런건지 잘 모르겠어요. 블루마스님은 직업과 관련이 있으신거지만 저는… 음 잉여력 올리기일까요. ㅋㅋ 그래도 친절한 점원의 배려가 기분좋게 들립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인지상정인가봐용. 일단 음식 자체도 만들어진 수준은 좋다-고 하셨으니 더 그렇겠지만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5 22:41

미국에서도 .89나 .99센트로 가격이 매겨져 있어서 정말 언제나 알면서 속고 물건을 사지요…

싼티난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거기까지는 가고 싶지 않지만 저런 식의 천장 그림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럭저럭 자기 색깔은 있는 인테리어를 깎아먹더라구요.

그나마 사진은, 요즘 빠르고 밝은 렌즈로 찍어 10초 이상 찍지 않으나 그래도 솔직히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기록은 해야하니까요. 와 이게 새롭네…라는 생각은 할 수 있을까 몰라도 (제가 먹은 정도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아마 꼭 저런 곳에서 음식을 먹어야 할 때 실패할 확률은 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at 2010/06/25 10: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5 22:42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거에요. 저도 몰랐으니까요. 건너편에는 더 어마어마한 것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푸아그라는 뭐, 다른 동물의 간을 드셔보셨다면 그런 종류의 맛이죠. 저는 글에서도 쓴 것처럼 푸아그라 자체에 별 매력을 못 느껴요. 그리고 디저트는 정말 많이 달더라구요. 상상력 부족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Commented at 2010/06/25 11: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5 22:43

아, 그건 연재고 (물론 제가 열심히 잘 써야 하겠지만) 당분간은 매달 실릴거에요^^ 저도 특히 그 연재는항상 공부를 해서 써서 참 쉽지는 않은데 그래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음 달에는 좀 재미있는 소재를 다뤄볼까 해요~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6/26 02:22 

디저트가 좀 재미없어 보입니다; 비슷비슷한 분위기.. ^^; 여름이니까 상큼한 무스나 셔벗으로 시작해서 수플레 정도로 끝내도 좋았을 것 같은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8 05:52

네 별로 재미없는 디저트였어요. 음식은 깔끔하지만 역시 아주 재미있다고 하기는 좀 그렇죠… 그래도디저트보다는 나았구요.
 Commented by Mathilda at 2010/06/26 16:30 

배치가 이쁘긴 한데 색이 조금만 더 상큼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계란카레 무한반복에 시달리는 저로서는 부러운 포스팅 크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8 05:53

그렇죠? 디저트는 정말 상큼하지 않더라구요. 여름인데 토마토도 좀 드세요. 조금 더 식단을 다양화하시는 것도…
 Commented by 루에토 at 2010/06/26 18:08 

전 수프를 보며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맛일까 상상하다가

다음 부분을 읽고 ‘도대체 저 그릇은 그럼 어떤 느낌일까’ 직접 글에 적힌 대로의 그릇이 있다 상상하고 수프를 떠먹는 시늉을 해보니 아 불편합니다 정말.

뭐랄까, 약간은 학창시절 조회시간에 줄 맞춘다고 앞으로 나란히를 계속 시켰을 때의 짜증과 팔의 힘겨움..? 아니면..빽빽이 100장 중 오는 첫번째 팔의 저림 같은 ㅋㅋ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음식의 맛도 중요하고, 색감이나 질감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먹기에 편해야 한다, 는 생각도 드네요.

어쨌든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글인데도, 오감들이 살아있습니다. 오늘도 여러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8 05:54

아이고 감사합니다-_-;;; 그릇이 거의 대야 같아서 팔꿈치를 식탁에 내려놓고 먹을 수가 없더라구요. 수프 그릇은 정말 에러인듯…
 Commented by 유우롱 at 2010/06/26 22:12 

오! 저두 지나가면서 보기만했던 건물에! 거기 저녁에 참 이뻐요 정말 무슨 클럽마냥;;;

그나저나 이태원이 여기서 가격이 더 올라간다면 무지 슬플 거 같네요ㅠㅠ지금도 싸진 않은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8 05:54

저녁에는 라운지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이 집은 음식에 비하면 가격이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momo at 2010/06/27 05:12 

에드워드 권이 레스토랑을 열었군요… 몰랐슴..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28 05:55

네, 그 다음에는 한층 더 비싼 쪽으로 연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Commented by momo at 2010/06/28 06:50

에드워드 권이 런던 샤보이호텔에 온다고 들었는데, 방문차겠군요.. 사업확장중이니깐,, 전 그 쉐프가 샤보이호텔 쉐프로 오는줄 알았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6/30 11:10

그렇군요… 우리나라에서 사업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아직은(?) 런던에 손을 뻗치지는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