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학교, 에드워드 권, 강레오, 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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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즈 기고문에 예전 에스콰이어에 쓴 의 링크를 엮었더니 여러 군데에서 리퍼럴이 들어왔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을 읽었다. 생각하는 사이 강레오의 에세이 출판 인터뷰가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둘 다 요리사의 교육에 대한 문제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니, 묶어 생각해보자.

1. 조리학교의 의미/유효성: 이에 대해서는 저 4년 전 글에서 거의 전부 다뤘다. 요약하자면 그렇다. 조리학교의 존재는 필요하다. 또한 도움도 된다. 하지만 학교의 교육은 커리어의 출발점일 뿐이다. 이후의 경험이 진짜 셰프를 만든다. 그리고 그 경험은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능력 자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겠다는 결정이 능력의 문제로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나는 일단 운영자의 길로 접어 들면, 이 환경에서는 지속적인 자기 계발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여기에 하나만 더 보태자. 조리학교가 마치 조리 교육의 보편적 절차처럼 인식 박히면서 생기는, 전통적 도제 제도의 폄하 또는 차별이다. 얼마 전 문을 닫은 어느 레스토랑 셰프의 부인이 ‘우리 남편은 유학 같은 거 가본 적 없는데 이만큼 운영해왔다’라고  SNS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같은 문제다. 조리학교 출신이라고 음식을 자동적으로 더 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덮어놓고 ‘조리학교를 안 나왔으니 실력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인식해서는 안된다. 그런 환경은 모두에게 해가 된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경우를 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조리를 했는데 종종 ‘나는 조리 학교를 나오지 않았지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솜씨가 있었고 음식이 훌륭했다. 나중에서야 결국 그도 조리 학교에서 더 공부를 했다. 다시 한 번, 나는 조리학교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또한 점차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요리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도 한다(물론 여러 단서를 붙여야만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길과 가능성-도제든 아니든-을 자동적으로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차별이다.

2.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에드워드 권의 악몽: 에드워드 권의 문제도 그와 엮어 생각해볼 수 있다. 위의 링크를 따라 글을 읽고 오랜만에 생각해보았다. 그가 현재 레스토랑 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학력이나 경력을 부풀린 건 분명 큰 잘못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의 음식에는 분명히 장점이 존재했다. 라면과 돈까스 광고, 그리고 한남동 ‘믹스드 원’의 패밀리 레스토랑 수준 음식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의 존재를 잊었다. 하지만 옛날 리뷰에서 언급했듯 당시 외국에서 유행하던 스타일을 최소한의 시차로 들여와 잘 소화해내는 실력 정도는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도적인 교육과 별개인지 아닌지, 또 학력 뻥튀기의 과와 도매금으로 폄하해야만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3. 강레오와 최현석, 조리 교육 여건의 문제: 전제 조건. 여러 번 밝혔듯 나는 최현석 셰프가 아주 훌륭한 셰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방송에서의 성공은 또한 별개의 문제다. ‘TV Personality’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게 적절한 요리 실력과 시너지 효과를 엮어 적절한 방송인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장점이고 인정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만일 강레오가 *전혀*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셰프라면 모를까, 이런 식의 인터뷰는 자신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원문에서 삭제된 내용은 여기에서 참고). 그리고 그건 본인이 부인하는 것처럼 최현석을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저 인터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나중에 따로 글을 쓰겠다).

어쨌든 그의 인터뷰는 조리 학교가 대세로 자리 잡는 이 현실에서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외국 요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반드시 공부해야만 하는 것인가? 외국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미약하나마 실무 경험을 쌓은 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아, 몇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보았다. 첫째, 원칙적으로는 반드시 외국-서양-에 나가야 서양 조리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서를 반드시 붙어야 한다. 일본처럼 서양 음식이 완전히 자국화 되어 익숙한 상황이어야 한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한국이 현재 안고 있는 음식의 문제, 즉 맛없음은 단지 서양 음식 만이 아닌, 음식을 둘러싼 시각 또는 인식이 원인이다.

따라서 두 번째, 그러한 인식이 잡혀 있지 않다면 그저 여기의 토양이 나의 배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만으로 나가봐야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달리 말해 낯선 환경에 나를 던져 바꾸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즉 ‘조리 학교가 대세이므로 이를 거치기만 하면 난 유능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만 한다면 도움 될게 하나도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했다. 학교든 뭐든 ‘교육’의 범주 안에 속하는 교육은 커리어의 극히 일부다. 그 다음 단계, 커리어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장이 진짜고 그건 어느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또한 교육을 그저 기관이나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거기에서만 수동적으로 얻으려 든다면 그 또한 별 의미가 없다.

다시 나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만 8년 동안 학교를 3.5년, 회사를 4.5년 동안 다녔다. 양쪽에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둘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 밑으로 흐르는 시간 동안 간접적으로 흡수한 남의 문화가 결국은 가장 큰 자산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건 형태도 울타리도 없으며 최선은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남의 나라라면 어학의 어려움이 이 모든 것의 흡수를 방해할 것이다. 물론 음식을 공부한다면 학교 충실하게 다니고 수업 잘 들으며, 또한 관심 가는 음식을 부지런히 먹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만, 당연히 전부는 아니다. 내가 찾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걸 찾기 위해선 적어도 그 존재 가능성 자체라도 인식해야 하는데, 이 또한 모두가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한 번, 조리학교 나와서 좋은 레스토랑 주방에서 착실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요리사 또는 셰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서양의 요리이고, 그 나라에서 그렇게 돌아가는 것처럼 내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요리 경험을 쌓지 않았다면 그건 그저 기본 이상의 추진력을 주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현재 한식의 시각, 또는 문제 해결 방식(problem solving method)을 의식적으로 떨쳐버리지 않는다면 양식 조리 교육을 받는 의미가 없다고도 생각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건 요리에만 적용되는 사안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전체를 볼 능력을 가르치지 않는다. 요리에만 국한시키자면, 난 기술 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그런 음식이 분명히 존재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조차 궁극적인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발전을 위해 더 넓게 보아야 하는 시점에서, 조리 학교라는 시스템으로 자꾸 초점이 몰리는 현상이 오히려 시각을 더 좁히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닌가. 그건 거의 모든 것을 배우러 무조건 학원으로 몰리는 현실의 연장선 아닌가? 궁극적인 염려는 거기에서 비롯된다.

1 Comment

  • 박경배 says: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읽다가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여쭙고 싶은 데, 일본이 서양음식이 완전 자국화되어있다고 하셨는 데 , 어떤 부분에서 비롯되었는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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