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린 콩나물 국밥과 기타 잡담

개 구린 콩나물 국밥

어째 제목이 ‘개구리 콩나물 국밥’처럼 들리는데. 개구리 국물을 내서 콩나물 국밥을 끓이면 어떨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미료만 안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 어머니 일터 옆에 그래도 조미료 많이 안 쓰고 깔끔하게 냉면과 만두를 파는 집이 있어서 종종 갔는데, 겨울에는 바지락 칼국수를 팔다가 신통치 않았는지 내부수리 푯말을 걸어놓고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내부 수리는 일어나지 않았고 그 인테리어를 그대로 받아서 콩나물 국밥집이 들어섰다. 지난 번에 부모님이 튀니지에서 오셨던 날, 귀찮으니까 밥을 먹으러 나갔으나 오산도 워낙 제대로 된 음식점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거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이 좀 먹은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대단히 미안한 얘기지만 그 사람들 얼굴을 보니 음식을 제대로 만들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나가고 싶었으나 부모님과 같이 가서 결국 앉아 먹게 되었다. 벽에는 <함께 나오는 새우젓은 국물에 넣으면 국물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으니 그냥 반찬으로 드세요>와 같은 잔소리가 붙어 있었는데, 막상 나온 국물을 떠 먹으니 아주 진한 조미료국물이었다. 거기에 반찬은 그저 그런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포장 그대로 주는 해표 김. 원래 4,500원짜리였던 것을 문 연지 얼마 안 되었다고 4,000원에 팔았으니 이래저래 싸구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료비가 얼마 들어가지 않은 콩나물 국밥인데 그것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얼마나 오래 장사할까 싶었다. 게다가 어려운 음식도 아닌데 굳이 그 정도까지 조미료의 힘을 빌 필요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정말 한 그릇에 한 숟가락씩 넣은 맛이었다). 비슷한 얼치기 식당이 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하나 있는데, 지난 1년 동안 아무거나 다 하는 중국집-돼지국밥집-백반집 으로 업종이 세 번 바뀌는 걸 보았다. 중국집도 가관이었지만 두 번째로 들어선 돼지국밥집은 저녁때 지나가다 보면 손님은 거의 없고 주인이나 주인 친구로 짐작되는 사람들끼리 술 먹는 건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아저씨들 둘이 담배를 피우면서 떡볶이나 어묵을 만들어 파는 아주 작은 가계가 있었는데, 붕어빵 기계를 좁은 인도에 내놓아서 늘 한 번 뒤집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곤 했다. 거기도 문 닫았더라. 나는 장사 경험도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는데, 다른 건 몰라도 장사, 특히 음식 장사는 성의없으면 망하는 것 같다. 그럴 자신 없으면 장사 안 하는 게 낫다. 예전 회사에서 모든 프로젝트를 끌어들여 혼자 회사를 먹여 살릴 것처럼 말하고 다녔으나 정작 단 한 개의 프로젝트로 가져오지 못한 동포 아무개 아저씨는 ‘안 되면 장사하지 뭐’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는데 그것만큼 듣기 싫은 게 없었다. 장사를 뭘로 보고.

기타 잡담

1. 그 얼치기 식당 옆에 무슨 오토바이 대리점이 있는데, 여기도 지나가다 보면 정말 언제나 아저씨들이 모여 페트병에 든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야구 중계를 보고 있다. 열 번 지나가면 열 번 다 그러고 있다.

2. 어제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는 미쳐서 소시민의 본분을 망각하고 오산까지 (          ). 빈칸에 알맞는 말은?

3. 술을 마시고 난 다음 날은 글을 잘 못 쓴다.

4. 대신 스트레스는 좀 덜어버리고 왔다. 역시 집에만 쳐박혀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러러면 아예 산에 들어가던가.

5. 스트레스를 덜어버리고 왔으니 일 마무리를 더 잘 할 수 있을까?

6. 글쎄… (…)…

7. 딸기가 아직 완전히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생딸기를 얹은 타르트를 마지막으로 한 번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일 안 하나…

8. 기억하기로 어제만큼 술을 정말 맛있게 마셔 본게 대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친구와 같이 가고 싶은 술집이 있는데 돈을 조금 더 벌어야 한다…친구야 조금만 기다려…

9. 무슨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한 사람 사무실 앞 길거리에서 ‘필승’을 알리는 축하화환 대여섯개가 널려 있는데, 다들 크고 탐스러우셔서 보도를 살짝 가로막는 분위기였다. 당선도 아니고 사무실 개소에 화환 주고 받는 사람이 참 일 잘도 하겠다… 생각이 있으면 그런 거 보내지 말라고 하던가, 받아도 다른 데 감춰둬야 하는 거 아닌가?

10. 킥애스 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못 볼 것 같다. 대부분 끝났을 듯?

 by bluexmas | 2010/05/15 23:52 | Life | 트랙백 | 덧글(26)

 Commented at 2010/05/16 00: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16 00:07

네 정답이에요 짝짝짝~! 제가 미쳤던 거지요T_T 홧김에… 그러게요 콩나물에 웬 조미료래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5/16 00:37 

조미료…

아 백화점 조미료와 후추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죽겠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7

백화점도 그런지 몰랐는데요? 백화점에서 잘 안 먹어봐서… 신촌은 먹을데도 별로 없기는 하죠 아무래도.

 Commented by 해피다다 at 2010/05/16 00:45 

오산까지 택시…모범 택시는 아니었겠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7

전 모범시민 아니라서 탈 수 없습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5/16 00:54 

예…음식 장사는 정성이 없으면 망하는 거,맞아요.

글로만 읽어도 짭짤하고 달콤한 조미료 국물맛이 확,느껴지네요.

차라리 라면 국물보다 못한.

그런데 요즘은 원조 국밥집도 조미료를 쓰기는 하더이다.

재료값이 올라서인지,수지맞추기가 힘드신가봐요.

추신:’튀지니’란 데가 있나 보군요.제가 전엔 실수를 했나 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7

흐흑 계속해서 구박하시다니 T_T 오타에요

 Commented by Cloud at 2010/05/16 01:31 

저는 그냥 택시정도로 생각했는데 모범택시를 생각하신 분도 계시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7

그러게요;;;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5/16 02:24 

저는 콩나물국밥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엔 맛있는 집이 없어서 잘 못먹고 있습니다. 회사근처에 ‘완산집 명*’라는 데가 있는데 솔직히 할수없어 가끔 가는 곳입니다. 몇년전까지 살던 집 바로 근처에 전주** 분점같은데가 있었는데 콩나물을 매일 전주에서 날라온다 하더군요. 참 맛있었는데…맛있는 콩나물국밥 먹어본지 참 오래됐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8

콩나물국밥처럼 기본인 음식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안타까운거죠.

 Commented by guss at 2010/05/16 02:31 

개구리 뒷다리로 국물 내면 닭육수 비슷하지 않을까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8

그럴 것 같은데요? 안 먹어봐서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구리는 어떤 맛일까요? 닭고기 맛이라고는 하던데.

 Commented at 2010/05/16 09: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9

아뇨 전 모범시민이 아니니까요^^ 오산에서는 아무 것도 안 먹는 것이 제일 좋아요. 교촌치킨이라면 좀 안전할까요…;;;

 Commented by ra at 2010/05/16 09:30 

정답은 택시. 이미 맞춘 분이 계시지만 전 퀴즈중독자니까요.

콩나물국밥은 콩나물맛만 나는게 좋던데, 오산의 그 곳은 야망이 있는 곳인가봐요. 조미료까지 써서 맛을 내려고 하다니…게다가 해표김이라니…;;; 그게 돈이 더 들 것 같은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9

딩동댕;;; 콩나물국밥에 조미료라니 좀 어이없죠. 그 음식의 특징조차 이해를 못하는…

 Commented by SF_GIRL at 2010/05/16 09:31 

아 의도하신 거는 절대로 아닐텐데 저는 왜 포스팅 읽으면서 날계란 풀고 밥말아서 냠냠 먹는 콩나물해장국이 급 먹고싶어질까요. 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39

아 그러게요 흐흐흑… 끓여서 드시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어렵지는 않으니까요.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0/05/16 15:46 

택시 타고 가셨나요? (설마 모범은 아니셨겠죠;;;;;)

개구리…. 어던 맛일까 궁금하긴하네요.

저도 며칠 전 보스톤의 제법 1등지에서 장사하는 라멘집에 갔다가 심이 잘~~~ 살아계신 라멘과 퍽퍽해서 이도 안들어가는 라멘을 10달라나 주고 눈물을 흘리며 먹었답니다;;;;;;

어디나 용자(???)는 있는 법인가봐요. OTL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40

세상은 넓고 용자는 많습니다… 보스턴에서도 그런 일이 있군요. 안타깝네요;;; 그냥 집에서 해 먹는게최고일까요? 카프레제 샐러드의 계절이 찾아왔네요. 저는 2세대 바질을 얼마전에 파종했습니다.

 Commented by momo at 2010/05/16 20:08 

장사나 하지머.. 이런 사람이 차린 가게들이 많군요… 난 장사가 무섭던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40

그러니까요. 장사가 얼마나 무서운데요… 다들 무슨 생각으로 거기에 돈을 쏟아붓는건지 참.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5/18 17:05 

콩나물국 맛이 좋길래 사골육수라도 썼냐고 여쭸더니 콩나물 만으로 낸 것이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5/22 22:41

콩나물만이라도 맛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