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목수의 연장 타령

그렇다, 나는 언제나 어설픈 목수여왔다. 최고급까지는 필요없어도 적당히 좋은 도구가 모자란 능력이며 재주를 어느 정도는 메꿔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랜 시간 타자를 치려니 5년 정도 써왔던 MS의 키보드가 좀 뻑뻑한 느낌이어서, 어디에선가 주워들었던 비싼 키보드를 파는 쇼핑몰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키보드 하나가 30만원대 중반이라니 대체 왜 그렇게 비싼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 더 좋은 타자여건을 조성한다면 지르고 싶은 충동이 꾸역꾸역 치밀어오르고 있다. 어제 밤과 방금 전, 두 번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재 직전까지 갔다가 적어도 한 번은 만져보고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 싶어 참았다.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저런 키보드의 어이없는 가격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사서 쓰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곳저곳에 이런저런 사용기 비슷한 것들이 올라 있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어떤 목적으로 사서 썼는데 어떤 느낌이었다… 라고 정확하게 말하지 않더라. 예를 들어, 한글 타자를 많이 치는 사람인데 어떻다더라… 랄지, 프로그래밍 때문에 영타를 많이 치는데 어떻다…랄지, 뭐 그런 얘기는 사실 별로 없다. 그냥 좋다거나, 별로라거나 하는 정도다.

이런 쓸데없는 것을 들여다 보면서 고민한다는 건,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인 걸까? 어쨌든, 그정도로 비싼 키보드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계식 정도를 쓰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타자 계속 칠 때 편한지 어떤지 얘기를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by bluexmas | 2009/10/19 17:12 | Lif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샐리 at 2009/10/19 17:37 

음… 30만원대 키보드라면 제가 지금 하나 쓰고 있는 게 있는데요. 해피해킹 프로페셔널(HHKB)이라고. (저는 4년 전에 중고로 사서 16만5천원인가에 샀었습니다 -_-a;)

매일 오랜 시간 타이핑을 하신다면 일(一)자형 키보드보다는 v자형으로 가운데가 꺾인 MS의 내추럴 키보드 같은 걸 쓰시는 걸 권해요. 하루 15시간 내내 타이핑만 미친듯이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일자형 키보드는 키감이고 뭐고 손목 각도 때문에 손이 망가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항공모함만한 내추럴 키보드를 들였는데, 책상 공간은 팍 좁아졌지만 손목의 부담은 확실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요즘은 MS사에서는 내추럴 키보드가 안 나온다고 들은 것 같은데, 다른 회사에서 나오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쪽을 알아보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 업무량은 아니고 지금 쓰시는 MS 키보드가 일자형인데 손목이 시큰거린다던가 하는 느낌이 없었다면, 일자형 중에서 좋은 걸로 골라보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HHKB는, 이거 쓰다가 PC방 가면 확실히 키감이 달라서 못 해먹겠다 라는 생각이 팍 듭니다 -_;; 4년간 오라지게 두드려댔더니 이놈도 슬슬 수명이 좀 간당간당하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어지간하면 다음 키보드도 HHKB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저도 이거 살 때 16만원이니까 샀지, 대뜸 3x만원 주고 사라면 못 샀을텐데… 한번 길들여지고 나니 나막신 신은 원숭이 꼴이 됐달까요 orz (그러니 제발 환율 점 ㅠㅠㅠㅠ)

요약

1. 타이핑량이 정말 미친듯이 많다면 v자형으로 꺾인 키보드 추천. 키감이고 자시고 손목 보호가 우선임.

2. 그 정도는 아니라면 좀 비싸고 키감 좋은 키보드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 키감은 확실히 차이남.

예전에 작성한 사용기 : http://haime.egloos.com/1139589 <- 썩 도움이 되실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참고하시라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1 00:32

와, 이렇게 자세한 얘기를 해주시다니 너무 감사드려요! 저는 리얼포스 키보드를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지금 쓰는 건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나온 무선 키보든데, 저는 사실 무선을 좋아하거든요. 그냥 이걸로도 쓸만한데 괜히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구요. 용산에 매장이 있다니까 한 번 가서 직접 두들겨보고 생각해보려구요. 다시 한 번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그 내추럴 키보드는 정말 무서워서 못 사겠던데요-_-;;;

 Commented by 샐리 at 2009/10/21 01:13

그래도 손목 건강에는 짱입니다. 확실히 좀 무섭게 생기긴 했습니다만 ^^;; 제가 그걸 살 당시에는 일반 키보드로는 손목이 시큰거려서 작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내추럴로 바꾸자 시큰거리는 건 당장 사라졌습니다 -.,-;;)

뭐, 작업량이 그 정도가 아니시라면 그냥 일자형 중에 좋은 키보드 쓰시는 것도 좋지요. 제가 해피해킹프로를 살 때엔 어디서 두들겨볼 수 있는 매장 같은 것도 없어서 그냥 소문만 믿고 덜컥 구입했는데, 매장이 있다니 좋네요. 많이 만져보시고 선택하세요 ^^

아, 그리고, 공간 활용이 필요하시면 미니키보드 추천합니다. (HHKB도 미니키보드죠) 관련 포스팅은 http://haime.egloos.com/1822551 이쪽. 키보드 트레이에 마우스까지 들어가니 손목 동선이 확실히 짧아져서 좋더라고요. 리얼포스 중에도 미니사이즈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떤 모델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는 몰라도 한번 두루 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3 14:11

샐리님 이렇게 세심한 덧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은 수요일에 수입업체에 가서 이것저것 키보드를 두들겨 보고, 벌써 리얼포스를 손에 넣어 이렇게 덧글을달고 있답니다. 정말 손이 너무 가볍게 돌아가서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하는 느낌이네요. 완전 돈지랄한 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 느낌이라면 그냥 눈 딱 감고 써야되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 번, 덧글 감사드려요~^^

 Commented by Gony at 2009/10/19 18:17 

저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의 지름의 이유가 꼭 그것이 필요해서여가 아니고 “좋다더라”, “좋아보인다”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목적과 수단이 자주 전도되지요. 예를 들면 편하게 타자를 치기 위해 좋은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키보드를 샀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무엇인가를 쓴다는가 혹은 달리기 위해서 좋은 런닝화를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은 런닝화를 샀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열심히 뛰거나…

주워들은 바로는 좋은 기계식 키보드의 쪽득한 키감은 한번 쳐보면 잊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1 00:33

좋은 키보드를 사서 억지로 쓸 상황은 아니고 많이 쓰기 때문에 더 좋은 키보드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구요, 운동화는 비싼 거 파는 데 가서 발 형태에 대한 진단을 받고 내일 오겠다고 한 다음 할인매장에 가서 싸게 나온 걸 사고 뭐 그러는데요…흐흐.

 Commented by deathe at 2009/10/19 18:45 

기계식 키보드를 한동안 써봤습니다. 키 하나하나 철컥철컥 눌리는 느낌이 시원해서 중독성있어요. 온라인 게임을 안하신다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게임할때 옆키가 실수로 눌리는 현상이 거의없고 정확해서 0.1초의 실수로 24명에게 욕을 들어먹는 와X같은 게임에서 강추입니다. 한가지 단점으로..본인은 잘 못느끼고 주위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문제가 있는데, 타자를 치고있다보면 주변사람이 견디기 힘들정도로 키소리가 시끄럽다는겁니다. 지금 타자치고 있다고 유세떠는 것 같은 소음이예요.

그러나 지금은 그냥 ms제일 싼키보드를 사서 쓰다 지저분해지거나 키감이 안좋아지면 새로 사는 식으로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중.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1 00:34

그러게, 대부분 게임하시는 분들이라서 그냥 타자 많이 치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그러나 0.1초의 실수로 24명에게 욕을 들어먹는다면 좀 슬픈데요-_-;;;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19 23:28 

제 꼬진 노트북은 키보드 하나는 무지 좋아요. ㅋㅋ 매일 오래 타이핑하시면 비싼걸로 하나 지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막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아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1 00:34

글은 줄줄 써지고 술이 술술 들어가는 게 더 좋아요 @_@ 히히.

 Commented by 나녹 at 2009/10/20 14:28 

저는 키감을 좀 따지는 편이라 노트북을 쓸때도 키보드를 따로 연결하기도 해요; 그리고 노트북을 살 때 애플은 애초에 제외시키는 가장 큰 이유도 키감때문입니다. 이건 도저히 뭘 누르는 기분이 안나서요-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1 00:34

저는 맥북도 하나 있기는 한데, 그거 키보드는 또 정말 굉장히 다른 느낌이에요. 쓰다보면 나름 중독성도 있을 정구요… 그러게 키감이라는 것이…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0/20 14:52 

키보드 누르는 소릴 좋아해서 커버를 벗기고 쓰다보니 속에 쌓인 먼지가 장난이 아니예요^^;

그나저나 가격이 엄청나네요 중고 컴퓨터 가격..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1 00:35

저도 커버 같은 건 안 씌우고 쓰는데, 귀찮아서 먼지 털어내기도 싫네요. 한 번 해 줘야 되나? 그나저나 정말 가격이 너무 엄청나지요? 그래서 망설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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