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월에 바다 건너에서 짐을 받고 바로 풀어서, 그 짐에서 튀어나온 것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조언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 뿌렸다. 그리고 그것들이 씨앗이 되어 지난 달부터, 나는 조금씩 백수에서 자영업자의 영역으로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겨왔다. 무슨 일을 하냐고?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 글 자체가 답이 되는, 뭐 그런 일을 한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죽 생각했다. 이렇게 시도하고 또 시작하는 일들이 크든 작든 결실을 맺기 시작한다면, 나는 그걸 내 블로그라는 공간에 대체 얼마나 밝혀야만 할까? 마음 속 어느 한 구석에서는, 그게 만약 조금이라도 자랑할만한 건덕지의 일이라면 여기에 대문짝만하게 올려서 자랑해볼까, 라는 생각도 있었다. 사람들은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돌아다니다 보면 뭐 꼭 저런 얘기도 해서 뭐라도 한마디 듣고 싶을까, 생각하게 되니까. 자랑의 건덕지가 되는 일이라는 게 알고 보면 대부분 자기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일인데도, 또 그래서 그런 이익을 얻었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말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서 또 자랑을 한다.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길을 걷다가 우연히 금두꺼비를 주워서, 팔아 천 만원을 벌어서 금전적 이득을 얻었는데도,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얘기를 동네방네 하고 다닌다. 나 금두꺼비 주웠… 사람들이 그 얘기를 들으면 뭐라고 그러겠나? 밸 꼴려도 적어도 면전에서는 ‘우와 그래 존나 부럽다’ 라고 얘기하겠지, 설사 그저 배만 아프다고 할지라도. 사람 마음이라는게 또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자랑하고, 또 한 마디씩 듣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사실 그런 자랑이라는 건 부질없는 동어반복일 확률이 너무 크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다.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자랑할 일은 또 겪었겠느냐만.

그리고 또한, 지금 내가 일로서 하기 시작한 것들에 대한 얘기를 여기에다가 구구절절이 늘어놓기 시작한다면, 결국 실제세계에 사는 존재 박철수(가명)과 그의 자가선택적 노출자아 bluexmas는 그 둘 사이의 중간지점 어디에선가 합체해서 박철수(가명)도 bluexmas도 아닌 존재가 되어 그 양쪽 세계의 경계선에 어정쩡하게 발을 걸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단 나는 박철수(가명)으로서 실제세계에서 재미없는 동어반복의 화신이 될 것이고, 이 블로그 세계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필요 이상으로 나를 노출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나는, 내 블로그에 놀러와서 덧글을 달고, 또 그래서 온라인식으로 한정되기는 해도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고 실제 세계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는 그 자체를 망설여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누구인지도 모르는 불특정다수가 적어도 열 배는 더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여기에서는 어떻게든 나의 그 두 자아가 합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바깥 세상에의 나는 동어반복을 경계하고, 이 곳의 나는 지금 누리고 있는 한정된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두 세계는 서로 다른 의미와 방법으로 각각 따로 존재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것보다 더한 자기 노출 계획은 당분간 없다. 게다가 뭘 해도 이제 시작인데, 좀 더 겸손하고 신중해야 되지 않겠나. 이런 거 저런 거 하고 다닌다고 떠벌이지 말고…

 by bluexmas | 2009/10/03 00:55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03 01:40 

음…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시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4 22:09

아뇨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실 얘기는 아닐텐데요 @_@

 Commented at 2009/10/03 09: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4 22:10

그 수위를 조절하는게 참 쉽지는 않구요, 또 어느 한 편으로는 그래야 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요. 그냥 오랫동안 블로그를 꾸려나가고 싶으니까 그걸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는 얘기겠지요~

늘 들러주시면 저야 그저 감사드릴 분이죠~^^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0/03 16:23 

가끔은 괴로움을 자랑?하기도 하구요 데헤…

전 종종 자랑함으로 인해 겸손함과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반성의 계기가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4 22:11

그런데 어느 한 편으로는, 내가 너무 마음 놓고 좋은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걸까? 라는 생각도 하게 돼요.

 Commented by 느리작 at 2009/10/06 03:09 

선배님은 완급 조절 잘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적어도 제 눈에는.

사생활을 까발리기보다 취향에 대한 글과 지침이 되는 글이 대부분인지라,

여러모로 참고가 많이 됩니다. 즐겁게 블로깅 해주세요!

(막 강요하고 있다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7 11:08

아 뭐 까발릴 사생활이 없다보니-_-;;;; 그냥 이렇게 가는 수 밖에-_-;;;; 블로깅은 언제나 즐겁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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