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든 또띠야와 한우님 불고기 파히타

왜 한 번도 또띠야를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답이 없었다.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불고기를 해 먹겠다고 한우님을 모셔오고 나니 상추보다는 또띠야에 싸서 먹어보고 싶었다. 마침 방산시장에 재료 및 도구를 사러 갈 일이 있어 거의 일 킬로그램에 가까운 사워크림도 모셔왔다.

진짜 멕시코 식당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또띠야 만드는 걸 보면, 하나의 의식과 같은 느낌이 든다. 생 옥수수를 써서 만든 반죽을 ‘masa’ 라고 부르는데, 이걸 손으로 빚어 또띠야를 누르는 판에 꾹 누르면 납작하게 펴지고, 이걸 불에 구워서 또띠야를 만든다. 생 옥수수를 반죽할 수 있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수퍼마켓에 가면 밀가루처럼 가공한, ‘maseca’ 라고 부르는 옥수수가루가 있는데 집에서는 이걸로 또띠야를 만들지만 그 맛은 아무래도 덜하다고 한다. 또띠야가 인기를 많이 얻어서 요즘은 어디에서나 식빵처럼 봉지에 든 공장제 또띠야를 살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멕시코 식당에서는 또띠야만 만드는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있어서 하루 종일 그것만 만드는 듯 보인다. 하루 종일 만들면 좀 지겹기야 하겠다만…

생옥수수는 커녕 옥수수 가루도 없어서, 집에서는 밀가루를 써서 또띠야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만들기는 생각처럼 간단해서, 밀가루와 물, 그리고 소금이 기본이고 여기에 쇼트닝이나 라드 등의 지방을 써서 풍미와 식감을 더한다. 하지만 쇼트닝이나 라드 모두 그렇게 쓰고 싶지 않은 재료이기도 하고 또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도 몰라서, 대신 버터를 썼다.

재료(또띠야 열 두 장)

밀가루 세 컵

베이킹 파우더 두 큰술

소금 두 작은술

쇼트닝 3/4컵

뜨거운 물 3/4 컵

만드는 법

1. 밀가루에 물과 쇼트닝을 뺀 다른 재료를 섞는다.

2. 쇼트닝을 넣고 포크로 비스켓을 만들 때처럼 섞어준다.

3. 뜨거운 물을 붓고 반죽을 만든다.

4. 손으로 열심히 치댄다

5. 최소 한 시간 정도 랩으로 싸서 숙성시킨다.

6. 등분해서 밀대로 민다.

7. 팬을 뜨겁게 달군다. 두꺼운 무쇠팬이면 더 좋다.

8. 한 면당 2분 안쪽으로 굽는다.

옥수수가루를 못 쓰는 대신 우리밀로 반죽을 만들었는데, 역시 생각보다 물을 많이 먹는지 조리법에 나온 것보다 훨씬 적게 물을 넣었는데도 반죽이 생각보다 질어서 밀가루를 더해야만 했다. 두꺼운 무쇠팬을 달궈서 구웠는데, 열심히 치댄 보람이 있었는지 굉장히 쫄깃거렸다. 막 구운 또띠야를 먹으니 야들야들한게 너무 맛있어서, 이렇게 간단하고 맛있는 걸 왜 아직까지 한 번도 직접해 볼 생각을 안 했는지 스스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띠야를 굽고, 같은 팬에 야채를 볶다가 한 켠으로 밀어두고 고기를 볶았다. 사실 파히타의 고기는 Skirt Steak 같이 적당히 씹히는 고기를 좀 오랫동안 재웠다가 써야 되는데, 한우님이라면 당연히 용서가 되는 법… 달궈진 무쇠팬은 열기를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으므로 아주 살짝 볶은 뒤 불에서 내린다.

그리고 문제의 ‘샤워’ 크림. 대체 왜 다들 샤워크림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가게에 가서 사워 크림 있냐고 물어보면 꼭 ‘샤워 크림이요?’ 라고 되묻는다. 마치 내가 틀렸다는 것처럼. 사워 크림이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유산균으로 크림을 발효시켜 사워 크림을 만드는데, 그 과정을 ‘souring’ 이라고 하기 때문이라고. 크림 후레쉬(Crème fraîche) 역시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데 사워 크림보다는 덜 시고 보다 더 빡빡하다. 프랑스에 그 뿌리를 둬서 그런지, 언제나 크림 후레쉬가 사워크림보다는 비쌌던 기억이 난다(설마…). 어쨌든, 거의 일 킬로그램 가까운 통에 칠 천 몇 백원이나 하는 덴마크유업의 사워 크림은, 생각보다 조금 묽었고 톡 쏘는 맛이 많이 남았다. 사워 크림은 당연히 신 맛이 나야하지만, 톡 쏘는 정도까지 신 맛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쁘지는 않지만 요거트와 별 차이가 없어서 똑같이 만들어 이건 사워 크림 이름을 붙여 비싸게 파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크림이 더 비싸기는 하지만… 어쨌든, 생크림만 있으면 쓰던 사워크림을 섞어 발효시켜서 사워크림을 또 만들 수 있다. 생크림을 발효시키면 사워 크림, 우유를 발효시키면 요거트… 뭐 이런 식일 듯.

모든 것이 준비되면, 또띠야에 싸서 먹는다. 살사를 만들었는데 토마토가 좀 오래되어 칼질을 배겨내지 못하고 뭉개져 잘게 썰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갔던 캘리포니아식 멕시코 식당에서는 토마토도 불에 구워 살사를 만들었다. 고수가 없어서 바질로 대체한 것이 옥의 티. 이마트에서 파는 걸 발견했는데 자주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에는 고수를 사다가 쌀국수도 좀 해 먹어야 할 듯…

이렇게 또띠야를 구워 토요일 점심으로 먹었다. 역시 쫄깃한 탄수화물 껍데기에 단백질 싸서 먹는 음식은 그게 무엇이든 내 입에 잘 맞는다. 만두나 월남쌈, 그리고 파히타나 타코, 부리또 등등.

 by bluexmas | 2009/10/01 10:01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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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windwish at 2009/10/01 10:14 

아아~ ㅠ.ㅠ (더이상 말이 필요 없네요)

처음 멕시코 음식을 맛보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생각나네요.

먹는 건 축복이에요. 정말 ^^ 또다른 맛은 또다른 세계와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지론을 갖고 삽니다. 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35

미국에 있는 많은 멕시코 음식은 또 적당히 미국화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멕시코 본토에서 파는음식은 또 달라보였거든요. 먹어 본 적은 없지만요. 음식이야말로 정말 문화를 아는 척도가 되지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01 10:42 

우와~ 또띠아가 너무 멋져요. ㅠㅠ 한우님도 기뻐하실것 같네요!

저도 파히타 좋아하거든요. 온더보더라는 체인점이 있는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 진짜 멕시코 식당에 저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36

한우님을 영접하려고 저도 정성들여 또띠야를 만들었답니다^^;;;

온더보더, 미국에도 많아요. 티지아이 옆에 온더보더 있고 그렇죠 뭐^^

 Commented by guss at 2009/10/01 12:32 

사워 크림은 마법의 소스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36

마법의 소스로 “샤워” 하는 샤워크림이지요T_T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10/01 15:22 

쇼트닝이 들어가는군요. 올리브유를 넣으면 또띠아가 아니라 다른 음식이 될 것 같은데..-ㅁ-;

난에는 버터가 들어가던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38

올리브기름을 넣어도 될거에요. 요즘 미국에서 나오는 또띠야도 올리브기름 넣었다고 광고하더라구요. 한 장에 한 방울 정도 넣었겠지요. 난은 만들어 본 적은 없는데 찾아보니 버터와 요거트가 들어가는데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0/01 15:31 

저도 블루마스님처럼 예쁘게 차려 먹고 싶었는데 버터 바른 팬에 기름을 사방에 튀겨가며 소금후추 뿌려 구워 먹었어요..그치만 맛은 좋네요

예쁘게 찍고 싶었는데-3-;

발효로 대를 이어가네요 마치 몇십년을 이어오는 보쌈원액 같은 그런 히히^w^

거기에 적당량의 지방도 가세해준다면 완벽vv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39

빵도 그렇고 사워크림이나 요거트도 발효로 대를 이어가는 것이겠죠. 생각해보면 재미있어요. 일본에는 어제 쓴 우동 국물 한 국자를 다음날 국물에 넣는 것으로 국물의 대를 이어간다고 하더라구요.

 Commented by zizi at 2009/10/01 16:58 

아, 맛있겠어요. 저도 쌈싸먹는 거 무지 좋아하거든요. >.<b

(샤워크림, 엄청 거슬리죠. 대체 무슨 뜻인지 알고 부르는 건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39

야채쌈보다는 밀이나 쌀전병 쌈이 더 좋더라구요.

샤워크림 정말 거슬리죠. “샤워도우”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거에요 >_<

 Commented by 笑兒 at 2009/10/01 17:05 

또띠야-ㆀ

공장제는, 도대체; 왜 비싼지 모르겠어요 ;ㅅ;

전 빈틈님이 올려주셨던- (강력분200g:물100g:오일1T:소금1t)으로 했는데, 🙂

나름, 담백하고 괜찮더라구요- ㅎㅎ 🙂

좋은 명절 되세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40

그렇죠, 공장제는 대체 왜 비싼지 모르겠어요. 다음에는 그 레시피에 베이킹 파우다를 조금 넣어보세요~

소아님도 좋은 명절 되세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01 17:25 

오우 또띠아…

게다가 한우라니…

얼마전 한국에서 도보여행때 언양에 들렀던게 기억나네요

무지 비싸서 그냥 시장에서 국밥 먹었는데…

암튼 ‘샤워’크림 공감가네요

왜 사워라면 모르는지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40

한우는 그렇게 비싸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모셔왔지요 뭐. 언양도 소가 유명한가요? 또 보면 한우 유명하다고 그러는 동네도 엄청 많더라구요. 한 두 군데는 아닌 듯…

 Commented by xmaskid at 2009/10/01 23:53 

생각보다 쉬워보이네요! 해볼만 하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41

네, 생각보다 정말 쉽기는 하지요…

 Commented by Claire at 2009/10/02 10:14 

홈메이드라기에는 정말 근사한 모습이네요 ^^

어렵지 않으면서도 무척 맛나보입니다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2 10:41

뭐 적당히 연출한 사진이니까요. 물론 그렇게 해서 먹기는 하지만… 어려운 건 사실 하나도 없어요. 파히타도 결국 불고기를 응용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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