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벽이 그립다

물리적으로든, 아니면 감정적으로든 벽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있어야 할 곳에는 있어야 한다, 벽이. 물리적이든, 아니면 감정적이든. 이왕 벽이 있어야 한다면 나는 말이 없는 벽이 좋다.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벽은 말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벽이니까.

그러나 우리의 벽들은 말이 너무 많다. 웃기는 건, 그 모든 말들은 벽이 하는 게 아니다. 말 없는 벽을 참지 못하는 건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렁주렁, 말을 벽에 달아놓았다. 아무 말이나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고심해서 무엇인가 있어 보이는 말들을 달아놓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너무 말이 많으면 아니함만도 못한 법, 이런 종류의 말들이 차고 또 넘치니 결국은 아무 말보다 더 못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그걸 또 말을 달아 놓은 사람들은 말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착각하고 더 많은 말들을 달아 놓는다. 그 모든 말들을 주렁주렁 얼굴에 달고도, 벽은 그냥 말이 없다. 벽은 그냥 말이 없어야 벽일 것 같은데, 그냥 좀 내버려두면 안되나. 말 없는 벽이 그립다. 말을 하는 게 벽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by bluexmas | 2009/09/19 23:27 | Architectur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09/19 23:54 

저두! 저두! 저두 그리워요.. 더 그런건 벽이 하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다 읽고 있는 제 자신이에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22 01:11

저도 가끔 다 읽고 막 화를 낼 때가 있어요-_-;;;;

 Commented at 2009/09/20 01: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22 01:11

아니에요 괜찮아요. 전 모든 덧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서…T_T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09/21 02:05 

말 없는 벽을 참지 못 한다라….멋진 말인득 🙂

디자이너들은 채워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는 얘기도 있고,

뭐랄까 공간이 활용되지 않는걸 참지 못하는것 같아요.

빈 집을 세를 놓고 넓은 벽은 못이라도 박아 옷이라도 걸고 그래야 할 것 처럼.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22 01:12

네, 뭐든지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더 어렵죠. 그걸 이용해서 멍청한 건축과 학생들이 자꾸 ‘비움으로써 채움’ 이라는 말을 남용하는데 결국 그냥 다 비워버리거나 다 채워버리거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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