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소그노’

호텔… ‘소그노?’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다 보면 안양쯤 이르렀을 때 왼편으로 보이는 하얀 건물의 꼭대기쯤 벽이었다, ‘소그노.’ 파란 글씨였다. 나중에서야 사전을 찾아 보고 그게 ‘꿈’ 이라는 이탈리아어라는 걸 알았지만, 그걸 채 알기도 전에 나는 저’ 소그노’ 가 ‘Sogno’ 일 것이며, 그걸 영어식의 발음으로 저렇게 써 놓은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웃었다. 뭐야 저게…그것도 저렇게 크게.

우리의 찬호 형님께서 다저스에서 잘 나가시던 시절, ‘Gagne’라는 성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 그걸 박노준을 비롯한 방송하는 사람들은 ‘개그니’ 라고 발음했다. ‘Gn’의 발음이 ‘녜’ 에 가깝다는 사실을 어떻게 방송하는 사람들도 모를 수가 있었을까? 그들의 ‘개그니’ 타령은 곧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에릭 가녜가 나타나자 곧 수그러들었다. 뭐랄까, 그냥 웃겼다. 개그니 개그니, 뭔가 개굴개굴 같잖아, 개굴개굴.

어쨌든 그 지점을 지날 때마다 그걸 보니 너무 웃겨서, 까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들었는데 그래도 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소그노’ 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싶어, 어제 새벽 호텔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가서 메일을 보냈다, 다음과 같이.

안녕하세요? ####하는 사람인데, 귀 호텔의 이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문의 이메일 드립니다. 근방을 지나다니다가 귀 호텔을 보았는데,철자가 ‘Sogno(이태리어로 ‘꿈’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라면 ‘소뇨’ 라고 발음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소그노’ 라고 표기되어 있어 거기에 어떠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정보를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박철수(가명) 드림

 

하루 정도 기다려 보고 메일이 오지 않으면 실컷 까대는 글이나 써야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채 이십 사 시간도 되지 않아 답장을 받았다.

당 호텔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이런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 호텔도 이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오픈때부터 근무하지는 않아서 이 점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당 호텔을 이용하시는 손님들이 어느 한 국가가 아닌 다국에서 이용하시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어발음으로 호텔 이름을 대채 한것으로 사료 됩니다. 물론 이탈리아 분들은 바로 알아보시고 발음을 지적해주고 가르쳐 주시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더 궁금한점 있을시 또 메일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비교적 친절한 답메일을 받고 나니 나의 이유없는 비야냥거림의 욕구도 사그러들어서, 나는 그냥 이 일을 기록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정도의 글만 쓰기로 했다, 바로 이렇게. 하지만 아직도 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표기하는 방법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들은 호텔 문을 열 때, 그래도 어떤 의미를 담고 싶어서 영어도 아닌 저 단어를 빌어다가 이름으로 쓰려고 했을 것이다. 큰 호텔 체인의 지점도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이름을 짓고 싶었겠지. 그래서 저런 단어를 고르고는, 기껏 우리말로 표기하려고 하니 대체 뭐가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이름부터 잘못 부르도록 만드는 호텔이 과연 괜찮을까? 라는 의심을 품는 사람이 비단 나 한 사람 뿐인지는 잘 모르겠다. 뭐 저기에서 묵을 일이 있겠냐만.

그래도 사실, 저 정도면 애교로 봐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어를 빌어왔지만 딱히 뭔가 이탈리아스러운 걸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 음식을 파는 식당은 더더욱 아니니까. 서울 한복판에 멕시코 음식을 하는 식당이 생겼다고 해서 가볼까 생각했더니, 이름이 떡허니 ‘토마틸로’ 라더라. 물론 나름 변명은 대겠지, 저 호텔에서 대는 그것과 비슷하게. 그러나 웃기는 건, 가녜도 토마티요도, 적어도 내가 경험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발음대로 ‘가녜’ 와’ 토마티요’ 라고 발음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저 단어들이 고유명사이거나 외래어기 때문에 자기들로서도 어느 정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그리스나 로마어에서 비롯해서 영어로는 발음이 다른 ‘허큘리스’ 와 같은 종류라면 모를까, 어째 저걸 ‘토마틸로’ 라고 버젓이 적어놓고 제대로 된 멕시코 음식을 판다고 얘기하는 건 내게는 모순처럼 느껴진다. ‘토마티요’ 라고 적어놓고 누군가 물어보면 ‘우리는 멕시코 음식을 제대로 하는 식당이고, 저 말은 멕시코에서 쓰는 스페인어라서 토마티요라고 발음하는 게 맞습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저런 식으로 ‘퀘사딜라’ 나 ‘파지타’ 라고 음식 이름을 발음하는지, 아무래도 한 번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

 

 by bluexmas | 2009/08/21 02:19 | Lif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유우롱 at 2009/08/21 10:05 

소그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2 10:38

그냥 뭐 울고 싶은거죠 뭐……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8/21 15:58 

전 영어로 되어 있는 닉을 함부로 한글로 쓰지 않아요 무식이 드러날까봐 우효효효^w^……….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2 10:39

히히 미리 사전 같은 걸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요?^w^ 아니면 비공개 덧글로 살짝 물어봐도…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08/21 20:22 

앗 저는 속으로 ‘소그노가 왜?!?!’라고 생각했어요ㅋㅋㅋㅋ

약간 다른 얘기지만 저는 baskinrobbins가 ‘배’스킨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어찌나 충격이었는지 몰라요 사실 ‘베’스킨인줄만 알고있었거든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2 10:40

아니 뭐 영어로 철자를 모르셨다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기는 하죠… 많은 사람들이 베스킨 라빈…가만,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배스킨 ‘로’빈스가 되어야 할텐데요?

(어쨌거나 요즘 배스킨 아이스크림 정말 맛 없던데요-_-;;; 색만 다르고 맛은 다 똑같아서)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8/22 02:29 

그 반대는 더 기상천외합니다. 저는 이전에 ‘비디오’를 ‘bdo’로 적고 영업하는 곳도 보았습니다. 위대한 창의력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2 10:41

그건 정말 위대한 창의력이라 국익에 도움이 되겠는데요T_T

 Commented by RedRabbitz at 2009/09/25 13:12 

우리집 근처에 있는 소그노 호텔(모텔?)이네요 ㅎㅎ

반갑네 왠지..

 Commented by 류션 at 2011/03/23 13:54 

안양 모처의 소뇨~ 군요;; (지하철 내지 버스로 지나가다 목격한).

제 공장 길 건너편에 토마티요..도 있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3/25 00:30

네 소그노… ‘토마틸로’죠? 크크 퀘사딜라도 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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