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을 위한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 몇 가지

어제 삼청동에 대한 글을 쓰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안도 없이 비판을 하면 결국 비난이나 다름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또 생각해보았다. 상업자본으로 인해 그꼴 나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삼청동이 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내가 어쩔 수 없이 관련업종의 종사자였다는 사실을 뒤로 제껴놓은채,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생각해보아도 몇 가지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장소성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라도 금방 떠올릴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이다.

1. 차를 막는다.

인사동의 끝에서 아트선재센터까지 이르는 길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던데, 그와 상관없이 그 좁은 길을 거쳐 정독도서관까지 차들이 계속해서 지나가고 있어서 걷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소한 주말이라도 그 길에 차를 못 다니게 할 수는 없을까? 정독도서관이 주차장으로 쓰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를 들어가려고 줄줄이 늘어서 있는 차들을 보니 아무리 더운 여름날이라고 해도 그렇게 좋은 대중교통을 놔두고 거기까지 차를 끌고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그 아트선재의 앞길에 개구리주차되어 있는 차들까지 포함하면, 그렇지 않아도 좁은 보도를 가로막는 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 차들이 뿜어내는 열기도 만만치 않다고 느꼈다. 걸으라고 만들어 놓은 길, 또 걸으면서 느끼라고 있는 장소인데 차는 좀 두고 오면 안될까? 사람들이 두고 올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막든지.

2. 공간의 사회적 환원

이건 아무래도 좀 이상적인 생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부동산이 곧 돈이니 다들 한 뼘이라도 쓸 수 있는 땅에 돈 벌 수 있는 뭔가를 차려 의자 하나라도 놓으려고 할테니 그걸 어떻게든 통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하여간, 가게들로 가득 차서 그럴 공간도 없기는 하지만, 군데군데 보도와 건물 사이에 남아 있는 조금 넓은 공터에 하다 못해 등받이 없는 벤치라도 몇 개 놓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장소성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돈을 내고 가게에 들어가 뭐라도 먹으면서 그 공간을 사지 않는 이상, 삼청동에는 조금이라도 머무를 공간이 굉장히 드물어 보이고, 그렇다면 삼청동이라는 곳의 장소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하긴, 돈을 내고 어디엔가 들어가서 차마시고 수다떤다고 해서 그 행위가 삼청동의 장소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도 사실 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장소들은 진짜 삼청동의 장소성을 느낄 기회를 막고 서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켜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 돈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들은 날것처럼 서성이고, 돈을 지불한 사람들은 자신들은 돈을 냈으니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는 제 삼의 장소성 따위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업적인 공간에 대해서 100% 부정적인 의견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 자본주의 사회의 생리를 고려하지 않는 멍청한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나 닮으려고만 하나 그 껍데기만 가져가다 건성으로 따라하는 선진국의 예를 생각해 보면, 그 모든 물이며 땅이며 심지어 공기까지를 즉각적인 이익창출의 도구로서 생각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삼청동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분명 오매불망 가고 싶어하는, 그래서 제법 갔다왔을 훌륭한 도시인 뉴욕이며 파리, 아니면 런던 등등을 생각해 보자. 거기에도 상업시설이 빼곡하고 바가지도 때로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상업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는 공간은 때로 삼청동, 아니면 조금더 생각의 범위를 넓혀 서울을 놓고 생각해 보았을 때 큰 대가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일 확률이 높다. 우리는 어째 주기만 하지 그만큼 돌려 받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도 공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닮고 싶어하는 도시들보다는 부족하지 않나? 아마 던킨이며 커피빈은 또 그만큼이거나 그보다 더 많이 있을 듯.

3. 보도의 확충

뭐 이거야 크게 보면 2에 포함되는 얘기겠지만, 차량을 통제하는 청와대 진입로에서 꺾어지는 길에는 나무가 완전히 한 가운데에 심겨 있어 보도에서 내려서지 않고는 걸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나마 보도는 조경이나 건축계획, 그것도 아니면 상식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 채 두 사람이 어깨를 부딫히지 않고 양방통행을 할 수 없을 만큼 좁은 폭이다. 그 맞은편의 길 조금 윗쪽에는 계단을 걸어서 올라간 다음 지나쳐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곳도 정말 말도 안 되게 좁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물론 나도 실질적인 차원에서의 해결책은 어떻게 뽑아낼 수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냥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by bluexmas | 2009/08/11 22:56 | Architectur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at 2009/08/11 23: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2 23:53

그렇죠?^^

 Commented at 2009/08/11 23: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2 23:54

부자동네 가면 그 좁은 식당에 차 몰고 들어가잖아요. 귀찮음을 감수하고 그렇게 차를 몰고 나가는게 부자라는 걸 보여주는 행위니까요. 어쩔 수 없는거죠,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사니까.

 Commented by xmaskid at 2009/08/11 23:50 

삼청동 길을 지나지 않고, 삼청터널을 지나 성북동과 연결되는 길이 없기때문에, 실질적으로 막는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주차가 힘들어서 차 갖고가기 정말 싫은 동네인듯 하기도 하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2 23:55

제가 말한 길은 인사동 끝에서 정독도서관까지 이르는 작은 길이에요. 삼청동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죠… 막을 이유도 없구요. 거기만이라도 걷기 좋은 길인데 차를 막으면 어떨까 생각하는거죠.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08/12 00:05 

정말 동감이에요 ;ㅁ; 일단 삼청동에 가면 사람이 미어터지는 그 좁은길을 줄서서 걷듯이 졸졸 걷다가…… 예쁜 카페들과 상점의 외관만 실컷 구경하다가! 어디 매우 비싸고 아이스음료는 그냥 음료보다 1000원이 더 비싼 그런 카페에 들어가야만 하죠 ; 그게 삼청동의 독특한 문화일수도 있겠지만 =_=; 저는 좀 거부감 들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2 23:55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빵점이죠. 그런데도 거기에 가려는 사람들은 왜 가고 싶어지는 걸까요? 저는 사람 많은데 싫던데…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08/12 08:39 

삼청동도 이미 예전의 삼청동이 아니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2 23:55

그렇죠… 슬프던데요?

 Commented at 2009/09/01 00: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18 17:01

앗 덧글을 너무 늦게 달아서 죄송해요, 못 봤네요 T_T 그 근처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셨나봐요? 동네가 좋은데 완전히 망가진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프더라구요.

 Commented by 미르 at 2009/09/18 14:14 

아..정말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주민들 볼일도 못 본다는..주차비는 아까우면서 왜 외제차 끌고와서 도로변과 인도 중간에 걸쳐 주차할까요. 사람도 차도 못 다니게…제발 사람사는 동네로 존중해주길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18 17:01

그 동네 사시나봐요? 그런 차들 있으면 다른 건 차가 망가질 수 있으니 계란이라도 던지고 싶어지더라구요. 정말 다들 사람 사는 동네라는 생각을 너무 안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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