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잼 이야기-설탕, 펙틴, 구연산

먼 옛날 쨈이라고 믿고 먹었던 그 과일향의 덩어리는, 사실 젤리였다. 펙틴, 그것도 아니면 젤라틴을 듬뿍 넣어 나이프로 쪼개야만 병에서 꺼낼 수 있던 젤리. 그러나 그 펙틴, 아니면 젤라틴 덕에 작은 덩어리로 쪼개서 병에서 꺼낼 수는 있어도 빵에 바를 수는 없던 젤리. 무슨 밀가루로 만든지도 몰랐던 빵을 반 접어 입으로 가져가면 그 접혀진 빵 사이로 가끔 발라지지 않은 젤리 덩어리가 스르륵, 빵에서 탈출해서 쟁반이든 식탁 바닥으로 철퍼덕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젤리든 쨈이든 펙틴이든 젤라틴이든 간에 설탕만 많이 들어 있어 달다면 모든 것이 용서되던, 가난했던 그 때.

그러나 그 때는 과거로 흘러간지도 오래, 이제 그러한 쨈을 맛있다고 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가게에서는 유기농 쨈을 판다. 그 가운데 하나를 사와보았다. 오뚜기였다. 여담이지만, 오뚜기의 로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빨간색이며 그 능글맞은 웃음이 꼭 어린애라도 두엇 집어 삼킨 후 입맛을 다시며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 아마 3분 함박 스테이이크 준다고 꼬셔서 데려왔겠지? 요즘도 3분 ‘요리’ 로 애들을 꼬실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맥너겟 따위를 엄마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새나라의 씩씩한 어린이라면 3분 함박 스테이크 정도로 꼬실 수 있을 것도 같다.

어쨌든, 유기농이라길래 사왔던 오뚜기 딸기쨈, 병을 여니 상쾌한 뽕! 소리와 함께 아주 익숙한 냄새가 올라온다. 이게 무슨 냄새였더라? 조금 과장을 더하자면 박카스에서도 맡을 수 있는 냄새, 아하, 구연산이다. 잠깐만, 유기농 딸기쨈인데? 유기농이니까 아무 생각없이 집어 들어온 건데, 딱지를 찬찬히 뜯어보니 버젓이 써 있더라, 구연산이라고. 빵에 바르기 전에 나이프로 살짝 찍어 맛을 본다. 처음에 딸기맛, 그리고 설탕맛, 끝에 구연산의 꼬리가 자잘하게 남는다. 분명하다, 구연산이… 누군가는 이게 바로 쨈 맛이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을텐데 이름이 왠지 종교 냄새 물씬 나서 뭔가 꺼려지는 복#자리 딸기쨈을 고르면 딸기와 설탕이 재료의 전부이고, 그런 딸기쨈에서는 이런 향과 맛이 나지 않는다. 더 딸기 같은 냄새, 그리고 더 딸기 같은 새콤함과 맛. 뭔가 심심하지 않는 새콤함, 그러나 그건 바로 구연산 때문이다. 그냥 딸기와 설탕만으로 만든 딸기쨈은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 뭔가 심심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게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딸기쨈의 맛이다. 나는 잘 모른다, 구연산이 자연추출물인지 아닌지, 또는 유기농인지 아닌지. 또 이 딸기쨈이 비록 97%, 그러니까 100% 유기농이 아니라고 말할지언정 나는 설마 유기농 딸기쨈에 구연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딱지로 제대로 읽지 않고 사 왔겠지. 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비싼 가격표를 붙여서 유기농 제품이라고 물건을 파는 이유는 뭘까. 언젠가는 그랬던 것처럼, 음식 그 자체의 맛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아니었던 걸까? 기껏 있어 보이는 종이 뚜껑까지 씌워서 농약 따위 치지 않은 무슨 딸기를 어떻게 키워서 만들었노라고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은 뒤, 이렇게 자극적이어야 맛이 있을거라고 구연산을 넣는다. 그리고는 판다, 이건 바로 유기농 쨈이에요. 아아, 사람들이 제발 부탁인데 이런 종류의 무엇인가를 먹고서는 ‘역시 유기농은 달라! 이 새콤한 딸기의 맛!’ 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어, 나는. 우리는 정말 속고 사는거야. 아직도 구연산씩이나 들어가신 유기농 쨈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어느 날인가는, 젤라토를 만드려고 꿀을 사려는데, 하나 사면 무려 동량을 덤으로 준다는 꿀이 있어서 들춰봤는데, 무려 올리고당이 4%나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지. 아니, 꿀이면 꿀이고 올리고당이면 올리고당이지, 멀쩡한 꿀에 올리고당을 4% 넣은 그 한 길 사람 속은 대체 어떻게 헤아려야 하는 걸까… 나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니까.

 by bluexmas | 2009/07/02 10:08 | Tast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07/02 10:51 

아~~ 딸기쨈….

저희 어머니는…. 2년에 한번정도 딸기쨈을 직접 만들으셨어서…

어렸을때… 파는 쨈들은 맛없다… 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그게.. 쨈이 아니여서 그랬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2 15:54

저희 집도 부모님이 직접 쨈을 만드셨지요. 펙틴이 안 들어가서 조금 묽기는 했지만 맛은 훨씬 나았구요. 종종 사다 먹었는데 그 때는 완전 불량식품 잼만 나오던 시절이었으니까요.

 Commented at 2009/07/02 11: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2 15:55

그게 100% 꿀도 많은데 굳이 올리고당을 넣은 이유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레몬즙은 괜찮지만 개인적으로 구연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7/02 11:43 

이젠 정말 믿을 것이 몇 개 안남았더군요. 식품만 말하는게 아니라, 이미 온통 포위당해버린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2 15:55

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믿고 먹거나 사는게 힘든 세상이니까요 이제는.

 Commented by areaz at 2009/07/02 11:46 

그게.. 유기농이라는 표시는 원재료인 딸기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것이라는 의미 이상은 아니니까요.

예전에도 한번 뜬 적이 있었죠. 100% 오렌지주스는 원료로 사용되는 오렌지 과즙이 100% 오렌지로 만들었다는 의미이지 오렌지 과즙만 들어있다는 얘기가 아니었다는.

성분표를 제대로 안읽으면 낚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2 15:56

물론 그렇죠… 비싸다는 오렌지 주스에도 구연산이 들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원래 미친 듯이 성분표를 읽는데 이번엔 낚인 셈이지요.

 Commented by 에린 at 2009/07/02 16:56

오렌지 과즙을 100% 오렌지로 안만들면 대체 뭐가 들어가는 건가요 ㅠㅠ

50% 오렌지 과즙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는 건가요?ㅠㅠ

차라리 맛스타는 50% 함유라고 써있기라도 하지..

완전히 이건 음료회사에서 오렌지 100 같은거 이름으로 사기치는 거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3 00:53

areaz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오렌지 100%는 저런 의미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사기인 셈이죠, 사실.

 Commented by 키마담 at 2009/07/02 12:28 

홈메이드가 대세일수밖에 없는 리유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2 15:56

그렇죠 아무래도.

 Commented by 카군 at 2009/07/02 18:05 

유기농이란 것은 그 원재료가 되는 딸기가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일뿐

그안에 다른 첨가물은 없다를 의미하지 않는답니다.

즉, 과열주스 역시 마찬가지죠.

어떻게 보면 말장난인겁니다.

딸기는 끝물일때 좀 흐물흐물한거 많이 나올때 직접 만드는게 속편합니다.

냄새는 좀 독해도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3 00:54

물론 그건 알고 있는데, 그래도 유기농 딸기로 쨈을 만들고 구연산 따위로 인공맛을 넣는게 넌센스라고 생각하는거죠 저는.

 Commented by 유 리 at 2009/07/02 19:06 

아, 제가 그래서 어릴 때부터 쨈을 너무 싫어했어요. 수상쩍게 덩어리 진 그 역겨운 음식이라니(…) 하면서요. 요즘 쨈들은 맛있으려나요? 한번 시도해보고 싶긴 한데, 병째 살 용기는 안 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3 00:54

네, 요즘엔 맛난 쨈 많은데 미국에서 사시면 St. dalfour라 Petite Maman, 아니면 스위스의 Hero도 괜찮아요^^ 첨가물 없이 만든 쨈들이죠.

 Commented by pygmalion at 2009/07/02 22:35 

흠…예전에 먹던 그 잼들이 …그런 것이었군요..-_-;;

며칠전에 저도 유기농!!딸기잼을 선물받아서 열심히 먹고있었는데

확실히 예전의 그 젤리는 아니라는 걸 문득 이 글을 읽고 알게되었네요

좋은 정보 알고갑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3 00:56

그냥 옛날에는 싸게 만들었으니까요. 깡통에 딸기쨈 넣어서 팔던 시절이잖아요. 전원일기에서도 아픈 누군가가 딸기를 먹고 싶다고 그랬는데 그걸 사려는 돈을 엉뚱한데다 다 써버린 아들이 깡통에 든 쨈을 사온다는 슬픈 얘기가…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7/03 14:56 

그래서 예전 딸기잼들은 좀 더럽지만 침이 묻은 숟가락으로 먹어도 잘 상하지 않았던걸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4 23:59

그런가봐요? 숟가락으로 막 퍼먹어도 안 상하죠?^^

 Commented by PIAAA at 2009/07/03 22:41 

냉동실에 끝물일때 얼려놓았던 딸기를 꺼내 딸기잼을 만들어야겠어요. 자두잼을 만들까하다가 역시 잼은 딸기잼이니까! 하는 생각에요.

어느 공산품이건간에 이름값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겉으로만 “유기농”하지 말구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5 00:01

잼이라면 역시 딸기잼이죠. St. Dalfour의 무화과 잼을 한 병 사와서 딸기잼이랑 하루 건너 번갈아가며 먹기로 했는데, 너무 달더라구요. 이름 값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공산품 따위에 이름값을 기대하는게 잘못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되더라구요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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