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빵을 구워보고 싶다면-The Bread Baker’s Apprentice

그저 베이킹 파우더나 베이킹 소다를 넣고 굽는 quickbread 종류를 만들다가 발효빵을 구워보려고 하면, 전혀 다른 우주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듯한 기분에 빠질 때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세계가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온도에 민감하고, 밀가루에 민감하고, 또 손에도 민감하다. 믹서가 있어서 웬만한 반죽은 그걸 이용해서 만들지만, 손으로 반죽을 하면 좀 힘들어도 어떤 것이 잘 되는 반죽인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그러나 다른 공간에 비하면 턱없이 좁은 우리나라의 부엌이라는 공간에 사실 밀가루를 날려가면서 반죽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각설하고, 그 민감한 우주에서 길을 찾아 빵을 좀 잘 구워보고 싶어서 책을 두 권 샀다. 이 책들의 작가 Peter Reinhart는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함께 미국 요리학교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Johnson & Whales 대학의 요리프로그램에서 빵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책에 나오는 사진을 보면, 얼굴도 그렇고 두툼한 손도 그렇고 정말 열심히 빵 반죽을 손으로 느껴가면서 치댄 사람 같다. 어쨌든, 오랜 경험과 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구를 풀어놓은 이 책은, 그냥 레시피만 보고 잽싸게 빵을 구워보려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일단, 이 책에 소개된 빵들의 대부분은 이틀 짜리 레시피를 통해 만드는 것으로, 첫 날에는 흔히 ‘스폰지’ 라고 불리는 스타터를 만들거나, 스타터에 다시 밀가루와 적정량의 효모를 섞은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느리게 발효시킨다거나 하는 방법을 따른다. 그러므로 일단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게다가 그런 과정을 연구를 통해서 찾아냈다면 또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설명을 해야 입이 심심하지 않은 법. 그는 자기가 거친 실험과 시행착오의 과정을 죽 늘어놓아 왜 어떤 빵에는 어떤 과정과 방법이 가장 좋은지를 설명한다. 사실 어떤 부분은 다 읽기가 버겁지만, 그 과정을 죽 읽어가면서 레시피를 시각화하면, 빵을 반죽해서 굽는 과정도 훨씬 매끄러워지게 마련이니, 심심할 때 빵 한 종류씩 골라잡아 읽어보다가, 내킬 때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책을 펼치고 처음 100쪽 까지는 밀가루나 발효, 혹은 빵 모양 잡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소개되고, 그 이후부터 베이글, 브리오슈, 치아바타, 포카치아, 그리고 최근에 좀 구워봤던 흰 식빵 등등의 레시피가 나온다. 워낙 설명이 세심하게 되어 있는 만큼, 몇 번에 걸쳐서 레시피를 미리 읽어보고 준비를 잘 하면, 결과물은 어느 정도 균일하게 얻을 수 있다. 사실 믹서를 돌리거나 반죽에 대한 감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말로 반죽의 상태를 잘 설명해놓은 데다가, 온도계를 이용한 반죽의 온도측정으로 상태를 알 수 있게 해 놓았을 정도로 레시피는 친절하다. 책 껍데기에 음식 관련 책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 두 개를 받았다고 금딱지를 붙여 놓았는데, 정말 그 딱지가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는, 정성과 노력이 많이 깃든 빵책.

 by bluexmas | 2009/07/19 10:06 | Book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烏有 at 2009/07/19 12:33 

그야말로 빵급는 장인이란 느낌이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0 00:53

네, 이 책을 쓴 아저씨는 그야말로 빵 장인이더라구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온갖 밀가루의 단백질이나 당 함량까지 줄줄 외우면서… 대체 한 가지 빵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봤을까요, 손으로 반죽 치대가면서?

 Commented by liesu at 2009/07/19 12:35 

친구중에 심각하게^^ 케익을 굽기 시작한 애가 있는데,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본인 손이 뜨거워서 빵 굽는데 애로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수족냉증을 달고사는 저는 그저 부러워했지만..;;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0 00:55

http://killjoys.egloos.com/3355860

사실은 그런 얘기로 글을 써서 붙인 적이 있어요. 우연의 일치네요. 저도 몸에 열이 많은 편인데 그럭저럭 빵은 만들어 먹고 있네요. 수족 냉증이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서 그러는 것인가요?

 Commented by liesu at 2009/07/20 14:33

손이 따뜻한게 빵 굽는데 장애의 수준이 되는 줄은 몰랐어요. 친구가 그래서 그렇게 고민을 했구나.ㅜㅜ 수족냉증은 혈액순환의 문제라고 일반적으로 하던데, 보약을 아무리 먹어도 별반 나아지지 않는 걸로봐서, 그냥 달고 살아야 하는 듯. 그래서, 전 겨울이 두려워요.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0 23:06

그래도 호주는 겨울에 따뜻하고, 추운 절기에도 그렇게 춥지 않아서 좀 나으시겠어요^^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07/19 18:51 

심각한 표정으로 베이킹을 하면 그럭저럭 심각한 빵만들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헛생각을 해봄미다=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0 00:58

심각한 표정으로 ( )을 하면 그럭저럭 심각한( )가 되지 않을까 하는 ( )생각을 해봅미다=_=;

심각한 표정으로 답글을 달면 그럭저럭 심각한 답글달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참생각을 해봄미다=_=;

심각한 표정으로 숨을 쉬면 그럭저럭 심각한 인생살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잡생각을 해봄미다=_=;

심각한 표정으로 글을 쓰면 그럭저럭 심각한 글쓰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헛생각을 해봄미다=_=;

…또 뭐가 있을까요? 히히.

 Commented by basic at 2009/07/20 07:39 

오…굉장히 심각해 보이는 책이네요. (어제 마들렌 만들다가 버터를 너무 많이 넣어서 기름에 쩔은 빵이 나온 1인.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0 23:07

네, 이 책 굉장히 심각하던데요. 전 마들렌 한 번도 안 구워 봤는데, 틀이 예뻐서라도 한 번 사서 만들어보고 싶더라구요. 선물하기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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