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잡곡식빵 시식기

통밀식빵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거의’ 찾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게 조금 정확하겠다. 어쨌든, 통밀식빵이 없으니 그것과 아주 조금 비슷해 보이는 잡곡식빵을 먹었다. 이왕 먹어 보는 것, 한 군데 것만 먹지 말고, 이것저것 사서 먹어보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집에서 빵을 구워보려면 파는 것의 맛이 어떤지 먹어볼 필요도 있으니까. 그래서 지난 두 달 간 먹었던 식빵들의 총정리 시식기.

1. 뚜레주르 잡곡식빵(2,500)

최악의 맛. 일단 빵 자체가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먹고 나면 혀가 화끈거리는게 빵을 부풀리기 위해 넣은 무엇인가에 문제가 있는 듯. 게다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가공버터나 전란액 등등은 과연 이 빵이 어떻게 만들어지나 의심을 품게 만든다. 먹다가 너무 맛 없어서 그냥 놔뒀는데, 사진처럼 곰팡이가 슬 때 까지 좀 오래 걸리더라. 적어도 일주일 이상? 어째 먹어보니 똑같겠다 싶어서 파리바게트 역시 안 먹었다. 바로 보다 ‘마니어’ 한 식빵들을 찾게 만든 계기

2. 나무와 벽돌 잡곡식빵(4,000?)

광화문에서 서소문 가는 길거리에 있는 그 나무와 벽돌.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서 집어왔는데 기본 재료만 스티커에 써서 붙여 놓았길래 다른 재료는 뭐뭐가 들어갔냐고 물어봤으나 시큰둥한 반응만 되돌아왔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맛에, 뚜껑을 닫는 틀에 넣고 구웠는지 단면이 정사각형인데, 네 귀가 딱딱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3. 압구정동 갤러리아 지하 빵집 흑미식빵(6,000?)

워낙 흑미식빵을 좋아해서, 별 고민 없이 집어왔다. 얼마나 흑미가 들어가는지는 모르지만, 적당히 쫄깃한 식감… 그러나 이게 과연 쌀로부터 얻은 것인지는 나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글루텐이 발달되는 걸로 보면 쌀이 밀보다 덜 쫄깃해야 하지 않나? 이후 먹었던 쌀 식빵을 생각해봐도 그렇고…

4. ABC 뉴욕제과 잡곡빵

내가 알고 있는 옛날의 뉴욕제과와 이 ABC 뉴욕제과는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밖에 걸어놓은 플래카드에 천연 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고 쓴 것을 얼핏 보고 한 번 사다 먹어 보았다. 정말 천연 발효종으로 만들었다… 생각이 들도록 거슬리지 않는 맛. 늘 지나간다면 그 길에 늘 사다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의 맛이었다.

5. 베즐리 유기농 통밀 (6,000)

우연히 현대백화점에서 베즐리 식빵을 사다 먹어보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흰식빵을 뺀 나머지 종류를 다 한 번씩 사다가 먹어보았다. 워낙 통밀 식빵 찾기가 힘들어 낼름 사다 먹어 봤는데, 역시 사람들이 딱 싫어할만한 통밀 식빵의 뻣뻣한 식감이 두드러졌다. 나도 통밀식빵만 먹어왔지만 그다지 매력을 못 느낄 만큼의 뻣뻣함. 그래도 한 3 일만에 바로 곰팡이가 슬어버렸던 것으로 보아 진짜 유기농에 방부제 따위는 넣지 않고 만든 듯. 통밀빵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먹고 ‘아 통밀빵 맛없어서 안 먹어’ 할 전형적인 맛이다. 양이 많은 편이지만, 가격은 역시 유기농이라 비싼 편. 이건 빵이랑 상관없는 얘기기는 한데, 유기농 빵이라고 꼭 저런 ‘인민체’ 를 써서 디자인한 스티커를 붙여야 하나? 이미지와 너무 안 어울리더라.

6. 베즐리 잡곡 식빵

평범했던 듯…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을 보면.

7. 베즐리 발아 현미 식빵

빵 봉지를 열면 쌀 냄새가 확 올라오는데, 혹시 오래된 쌀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내키지 않을지도.

8. 베즐리 쌀 식빵

발아 현미 식빵에 이어 아예 쌀로만 되었다는 식빵을 샀는데, 역시 너무 금방 뻣뻣해져서 한 이틀 후에는 빵이 거의 그냥 부스러지다시피 하더라. 1센치 미터가 넘도록 두툼한데, 처음에는 먹기 좋으나 뻣뻣해지기 시작하면 뭔가 바르지 않고서는 그냥 넘기기 목이 메인다. 역시 쌀 100%의 빵에는 적응이 잘 안 되는 듯.

9. 인터컨티넨탈 델리 봉봉 잡곡식빵(6,000)

대체 어디에서 구워오는지 모르겠으나 별 특징도 없는 맛에, 넙적하고 얇게 썰어 샌드위치를 만들 때에도 쓰기 어렵고, 토스터에 구워도 칩처럼 딱딱해져서 왜 육 천 원이나 받는지 알 수가 없는 빵이었다. 호텔 바가지인듯. 절대 비추. 코엑스에 갔다가 우연히 사게 되었는데 너무 별로였다.

10. Sticky Fingers 잡곡 식빵 (6,000)

베즐리를 사러 현대백화점에 들르면 늘 보던 가게인데, 빵값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해서 안 사다가 우연히 들른 신세계의 빵집들 빵에 전부 안 넣어도 될 무엇인가가 들어있다는 걸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산 빵. 몸에 좋지 않거나 동물성 재료는 버터고 뭐고 넣지 않는다고 광고하고 있어서 사 본 건데, 어이없게도 중국산 두유가 들어 있었다. 결국 이 두유 냄새(=콩비린내)와 맛이 산 다음 날 부터 다 먹을 때까지 무척이나 거슬려서, 가격도 그렇게 다시는 사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우유를 넣지,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든다고 광고하고는 두유를 넣는 건 대체 뭘까? 워싱턴 디씨에서 들여왔다는 상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겉멋이 잔뜩 든 느낌의 빵가게. 게다가 단위 중량당 열량이 터무니 없이 높다. 이해가 안 갈 정도…

11. 미고 잡곡식빵

어떨까, 별 기대 없이 집어들었는데 가격이 사천원대인 것으로 보아 별 지랄은 안 하고 만들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빵의 색깔이나 냄새로 보아 건포도즙이나 우린 물 따위를 넣은 것으로 추측이 되던데… 맛이나 식감 여러가지 면에서 무난하거나 그보다 아주 약간 나은 정도였다.

12. 갓 구운 사랑에 몰랑몰랑 설레이다 잡곡식빵(3,800)

헉헉… 빵집 이름 읊다가 호랑이한테 잡혀가겠다. 앰프를 맡기러 갔다가 오일뱅크 주유소 쪽 홍대 입구 역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집인데 분위기나 재료 등등으로 무척 기대를 하고 산 빵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맛이 별로여서 실망했다. 식감이랑 다 좋은데, 빵을 다 먹고 입 안에 감도는 강한 신맛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보통 공장식빵의 경우 식초를 넣어 미생물 발생을 억제하는데, 여기는 그런 식빵을 만드는 곳이 아니니까 그건 또 아닐테고… 생각을 해 보았으나 답을 구할 수 없었다. 그 점만 빼면 가격이나 품질은 훌륭하다. 작은 가게에 여자분 둘이서 빵을 만들고 굽던데, 작은 에스프레소 기계도 있어서 2,200원인가에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훌륭한 집이다. 시나몬 롤을 닮은 블루베리 빵(1,500)도 하나 사서 먹어 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블루베리가 비싼 건 이해가 가지만, 너무 인색하게 들어있는 데다가, 보통 그런 종류의 빵에 쓰이는 반죽은 브리오슈처럼 다른 반죽보다 버터를 많이 넣어 풍부한 맛을 가진 종류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거의 식빵 반죽과 다름 없는 심심한 맛의 빵이어서 역시 조금 실망했다. 아무래도 이 집의 컨셉은 조금 심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거의 대부분의 가게에서 빵봉투에 붙어 있는 스티커에 표기되어 있는 것 말고 어떤 재료가 더 들어가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거 그냥 내 기대가 너무 큰 것일까, 아니면 그 정도는 알아야 되는데 다들 모르는 것일까? 자기 가게에서 파는 물건 정도에 대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알지 않겠냐,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그래도 비교적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빵으로는 여러가지 면에서 베즐리를 추천하고 싶다. 맛도 그렇고 식감도 그렇고 가격도 뚜레주르나 파리 바게트 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그 정도 값어치는 한다고 생각한다. 강남역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ABC 뉴욕제과 역시 추천.

 by bluexmas | 2009/06/29 10:46 | Taste | 트랙백 | 덧글(21)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06/29 11:12 

그 비싸다는 블루베리를 이제 국내 농장에서 제법 생산한다는 게 아이러니죠;; 최근엔 경남,충북,전북 등지에서 나오고 있더군요~

 Commented by PIAAA at 2009/06/29 13:24

앗. 🙂 저희 어머니도 -_-블루베리 열알 수확에 성공하셨답니다;;

생각보다 키우기가 어렵지는 않았던 모양이예요. 엊그제 텔레비전에서 녹색시대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블루베리 유기농 농사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보니 초기에 고생많이 하시고 요즘엔 블루베리 경작을 전파하시는데 노력을 하시더군요.

어서 더 많이 재배되서 블루베리가 싸졌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42

음, 그럼 이제 좀 싸지겠네요. 블루베리를 무슨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가격에 파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그것도 말린 것을… 워낙 다른 나라에서는 싸게 파는 과일이니 우리나라에서도 곧 대중화가 되기를 바래보는 수 밖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43

굳이 유기농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유기농이 굳이 나쁠 이유는 없겠죠 뭐.샬럿 같은 야채도 좀 대중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소량 다품종 농사가 농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06/29 12:43 

유기농 빵집으로 들었던 게 이대에 있는 ‘나무위에 빵집’입니다. 여기는 쌀도 넣어 만든다던가요… 거기말고 홍대 카페거리(라고 제멋대로 부르는;;)에 있는 미루카레도 식빵이 있던 기억은 있는데 흰빵 말고 잡곡빵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리치몬드 제과도 한 번 가보심이..^^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44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한 번 가봐야겠네요. 전 그냥 집에서 빵을 구워보려고 이것저것 맛을 보는 상황이에요. 상수역쪽 홍대 길거리에서도 빵집을 하나 봤는데, 다음엔거기 빵을 한 번 시도해보죠 뭐. 리치몬드도의 빵도 최근에 먹어 봤는데, 빼먹고 쓰지 않은 모양이네요.

 Commented by PIAAA at 2009/06/29 13:23 

아. 맞아요. 나무위에 빵집. 100프로 통밀빵도 주문가능해요.

저는 그냥 사는 거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통밀빵 아티잔식으로 발효시켜서 해먹곤하는데 나름 괜찮던걸요. 😀

국내 통밀은 거의 기존 밀가루처럼 하얀 게 신기하지만, 밥아저씨의 수입통밀가루와 섞어서 빵을 만들면 나름 구수하고 괜찮은 빵이 나오는 것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45

제가 요즘 보고 있는 책이 100% 통밀로만 빵 굽기 뭐 그런건데, 발효 방법이 좀 복잡해요. 특히나 냉장고에서 하루 동안 저온 숙성 발효를 시켜서 통밀의 거친 식감을 최대한 극복하는… 어쨌거나 시도하면 글을 올려볼께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6/29 14:55 

이름은 모르겠지만, 롯데마트 내에 있는 빵집에서 귀리빵을 몇번 사다 먹고 있는데, 아직 ‘귀리’의 효과를 모르겠습니다. 조금 뚝뚝 끊어지는 맛은 있습니다만. 파리바게트 호밀빵도 뻑뻑하다는 느낌 말고는 모르겠어요. 역시 제 혀가 무지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45

롯데마트나 빠리바게트 빵은 아무래도 그냥 그 효과만 내는데 주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가격에 뭐든 제대로 만들기는 좀 어렵겠지요.

 Commented by 제이 at 2009/06/29 18:36 

자연드림베이커리(생협?)에서 나오는 통밀식빵은 괜찮았어요. ^^

통밀퐁미?그닥 별다른 맛이 있는건 아니지만 유기농. 괜찮은재료로 만든다는거에 큰 장점이 있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46

아, 그 빵집은 어디 있는지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한 번 찾아가 봐야겠네요. 통밀로 빵을 만들었으면 통밀 맛이 나야되는데 안 나면 또 그것도 신비한 일이죠…

 Commented by 제이 at 2009/06/30 00:09

동네마다 있을거에요. ^^ 생각보다 지점이 꽤 많더라구요.

그간 먹어본 잡곡.통밀.호밀빵을 떠올리니 대체 원래맛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Commented by 나비 at 2009/06/29 19:00 

저도 몇몇 빵집에서 잡곡빵 먹고 실망했었는데

만들어 먹으니까 확실한 것 같더라구요;

유기농 통밀 100%로 버터, 우유 없이 담백하게 만들면 까칠 구수하니 좋아요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47

그렇죠? 저도 그렇게 만들려고 요즘 이런저런 레시피들 공부하는 중이에요.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일단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찾으면 많이 만들어서 1차 발효 끝나고 냉동실에 넣어놓았다가 필요한 때 구워 먹으면 될 것 같아서요.

 Commented by 초이 at 2009/06/30 05:17 

파리 바게트와 파리 크라상은 다른 집인데…바게트는 모르겠지만, 크라상은 좀 다르다고 들었어요. 한번 시도해보시고..2차 테스트 결과도 부탁드려요. 그리고 Le notre 란 빵집도 있는데…어떤지 모르겠네요. 통밀빵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 공항에서 찜빵처럼 생긴 빵이 있는데..초록색인걸 보면…통밀빵이듯. 기회가 되시면 꼭!!!

 Commented by 키르난 at 2009/06/30 07:56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라상은 실상 같은 집이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ㅁ-;;; 같은 SPC 계열인데, 파리바게트는 뚜레주르처럼 대리점 형식이고 파리크라상은 직영점이란 것이 다르지요. 물론 크라상 쪽이 맛있다고는 하는데 가격은 훨씬 더 비쌉니다.

SPC 계열이라면 차라리 PASSION 5쪽을 시도하시는게 빵맛은 나을거예요. 그리고 아티제는 신라명과 계였다고 기억하고, 르노트르(Le notre)는 예전에 해피포인트 적립 대상이어서 SPC 계열인가 했는데 얼마전에 빠졌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3 00:45

네, 요즘은 빵을 굽기 시작해서 전보다는 덜 사먹게 되겠죠. 르 노트르도 옛날에는 비싼 빵 팔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사실 저는 파리 바게트랑 파리 크라상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몰라요. 이젠 거기에서 빵도 안 사먹고… 하여간 되는대로 족족 사 먹고 또 모아서 올릴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3 00:45

키르난님, 저는 파리 크라상 및 바게트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 패션 파이브는 어떤가 모르겠어요. 이태원에 갈 때 들러서 먹어보고 싶은데 갈 일이 아직은 없어서…

 Commented at 2009/07/01 16: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03 00:46

그렇군요. 왜 빵 구워 판다는 가게에 주인이 오븐 돌릴 줄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던데… 비공개님이 말씀해주시는 정보가 맞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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