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am I destined to…?

그럴 수 있으면 오죽 좋겠냐만, 100% 이성으로 이루어진 덩어리가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어 보이는 것들에도 아주 가끔 관심을 가진다. 특히 사람의 운명에 관련된 것, 사주나 별자리, 타롯 카드 등등. 그래서 몇 년에 한 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니면 재미 삼아 저런 것들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때로 ‘나는 이렇지’ 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쪽에서 맞추면, 설사 그냥 때려 맞춘 것이라고 해도 꼭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민망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보면… 지금은 상관 없는 사람의 사생활을 언급해야만 하므로 건너 뛰자.

어쨌든, 지난 주말 사바욘님이 주체한 티 파티에 갔다가 어떤 분으로 부터 타롯 카드 점을 보았다. 옛날 부터 타롯 카드에는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는데 실상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봐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삶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 보시길래 특별한 건 없고, 전체적인 건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그리고 사진은 내가 받은 카드.

뭐 다른 부분은 여기 언급할만한 게 아닌 것 같고, 그 분이 얘기하시기를 정착하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다니면서 살 것 같다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또 속마음을 들킨 것 처럼 민망한 기분을 느꼈다. 왜 그런 것 있쟎은가, 아무도 모르게 무슨 나쁘거나 유치한 생각 같은 걸 했는데, 어떻게 상대방이 단박에 알아차렸는지 ‘너, 이런 생각하고 있던거지?’ 라고 딱 꼬집어 말하는 것과 같은… 이를테면 연애를 시작하고 뽀뽀도 한 번 못 해 본 남자가 어느 날 미친 듯이 용기를 내서 뽀뽀 한 번 해 보겠다고, 그 전날 밤 부터 계획짜고 생각하고 혼자서 별 짓을 다 하고 있었는데 정작 여자친구가 만나자 마자, ‘너, 오늘 뽀뽀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라’ 라고 했을 때의 그 민망함. 아직 벌건 대낮이고 거사(?)를 치를 여자친구네 집 앞 골목길까지는 가려면 아직 저녁과 영화와 커피가 남아 있는데. 게다가 또 ‘아냐, 그런 생각을…’ 이라고 둘러대 봐야 ‘하하, 얼굴에 다 써 있으니까 닥쳐’ 라는 반응까지 나온다면 뭐.

어쨌든… 그래,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사실 나는 정말 어딘가 진득하게 뿌리를 내리고 앉아서 아침에 일어나 옷 차려 입고 회사에 다니면서 살 것 같지는 않다고. 그건 물론 지난 10년간 그렇게 살기 위해 했던 모든 시도들이 거의 100% 실패로 돌아간 다음에야 내리게 된 결론이다. 사실 돌아보면 정말 어떻게 살아야 되겠다고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부모님이 살아왔던 것처럼 살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학교 다니고 졸업해서 직장 잡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사람과 같이 살고 애 낳고, 뭐 그런. 또 돌아보면 부모님은 당연히 그렇게 얘기하셨을리 없지만, 그냥 그 분들이 보여주었던 삶 자체가 하나의 예제며 무언의 ‘설득’ 과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거의 모든 부모님이 다 그렇지… 그러나 그 길을 걸어 보고자 했던 시도는 뭐 그렇게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성공적이지 않았다. 일단 나는 너무 많은 사람 속에 있으면 내가 아닌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되고, 또 그런게 싫어져서 결국에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니까. 회사에서 정리해고 통보를 받자마자 어떻게 표현하기 어려운 안도감 따위를 느꼈다면 말 다했지. 결국 지난 10년은 확인의 과정이었던게 아닐까? 이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노력 그만해도 된다고. 결국 나는 확인사실을 했던 것이다. 나의 그 너무나도 뿌리 깊은 강박관념을, 아 그렇게 살아야 돼, 그렇게… 살고 싶은 삶을 찾아보려 했던 게 아니라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삶을 어떻게든 따라가려 만들었던, 옆을 못 보게 가려 놓은 말의 눈 앞으로 드리워 놓은 당근과 같은 강박관념, 그러나 정작 목을 빠져라 쭈욱 뻗어 당근을 와삭, 한 입 물어보니 참, 쓰더라. 달아야 되는데, 그렇게 목을 뽑아 가면서 입에 문 당근인데… 그래도 쓰다면 뱉어야지 뭐, 퉤. 뱉은지 한참 된 것 같은데 그놈의 당근이 어찌나 쓴 놈이었는지 아직도 입에 쓴 침이 가득 고이는구나. 그래서 어제는 깡통으로 타구를 만들어서 목에 걸었다, 무슨 당근이 씹는 담배처럼 입에 계속 침이 고이도록 만드는지 참.

이 타구에 침이 가득 고이면, 집 앞 잔디 하수구에 주르륵 부어버리고, 사라질 생각이다. 아무래도 나는 잊혀져야 마음이 편하니까, 여기에서 유효기간 다 될 때 까지 있으면 또 잊혀지고 싶을거다. 사주든 점이든 타롯카드든 뭐든, 그건 어쩌면 다 정당화를 위한 자의 해석의 근거 일 뿐이고, 나는 그냥 언제나 잊혀진채로 살고 싶은 것 아닌가? 누군가 물어보면 아, 뭐 그런 것만 파 보면 다 그렇게 나와서 이젠 그걸 따라서 한 번 살아보려구요, 더 늦기 전에… 라고 대충 핑게를 대가면서.

아, 타구에 고인 침 냄새, 정말 쓰다. 가득 고일 때 까지 참을 수 있을까나?

워낙 정신 없어서 그 타롯카드 봐주신 분 아이디를 까먹었다. 블로그 하시는 분인가 모르겠는데… 혹시 타롯카드 보실 줄 아는 분 있으면 다시 한 말씀씩 해주셔도 감사.

 by bluexmas | 2009/06/25 22:21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6/25 23:00 

자 이제 거부하지 마시고 어서 셰프의 길을 걸으셔야지요.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6 10:09

아, 무슨 말씀을…취미와 직업은 백만광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Commented by xmaskid at 2009/06/26 00:00 

사바욘님 티파티에 많이들 가셨던데 bluexmas님도 가셨었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6 10:09

네. 저도 갔어요^^ 흐흐.

 Commented by 점장님 at 2009/06/26 08:44 

어서 음식신내림을 받으소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6 10:09

아니 되옵니다. 온몸으로 거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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