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의 출가와 입주잔치라는 꼴값

핸드폰의 출가

그렇다, 가출이 아니고 출가였다. 그가 나를 버린게 아니고 내가 그를 버렸으니까. 물론,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산에서 서울 경희대로, 거기에서 삼성동으로, 또 신도림을 거쳐 병점에서 지하철을 내렸다가 다시 타는,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고 또 지하철 2호선을 2/3 가량 일주한, 여행에 가까운 동선의 마지막에서 나는 잠시 넋이 나가 있었다. 그래서 다리를 꼬고 앉은 마을 버스에다 전화기를 흘린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리를 꼬고 앉았을 때 바지에서 흘러 나온 모양. 살이 빠지고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게 된 후 부터는 가능한 자리 어디에서는 다리를 꼬고 앉으며 그 기쁨을 만끽하는 나의 불성실한 앉은 자세가 문제인 듯. 골반에도 안 좋다는데 이젠 좀 바르게 앉아서 다녀야겠다. 어쨌든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를 뒤져 아무거나 집어먹어 배를 채운 뒤, 마을 버스에서 내린 다음 부터 전화기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걸 발견하고,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마을 버스에 전화기를 흘렸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기사 아저씨가 운전하시는 마지막 버스를 집 앞 정류장에서 기다렸다가 전화기를 받았다. 박카스나 한 상자 사가려고 단지 앞 수퍼마켓에 들렀더니 아저씨가 계산대 밑에서 슬쩍 꺼내면서, 못 팔게 해서…라고 얘기하던 건 아주 약간 웃겼다. 어쨌든, 극구 사양하시는 아저씨에게 박카스를 안겨드리고 전화기를 찾아왔다. 우리 동네에는 역시 이런 분들이 더 많다. 며칠 전의 그 재수없는 인간보다는.

입주잔치라는 꼴값

가뜩이나 일요일에 틀어대는 소위 ‘공원’ 에서의 싸구려 음악이나 자동차도 간신히 다니게 뚫어놓은 좁은 길에 파는 생선만큼이나 뭔가  팔고 싶은 마음이 없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생선장수 등등으로 들어찬 ‘알뜰시장’ 따위를 들여오는 소위 말하는 입주자 대표회의라는 집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엘리베이터에 공고를 떡허니 붙여서는, 시장님 이하 귀한 분들을 모셔놓고 ‘입주잔치’ 를 하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니 만원만… 찬성/반대를 알려주시오, 라는 얘기 하는 걸 보고는 어이없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런 요지의 얘기를 써 놓았다 ‘이런 종류의 노력이 집값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응, 일요일 오후에 쉬고 싶은데 그따위 싸구려 노래 나오는 걸 알면 다들 참 이런 아파트에서 살고 싶겠다… 대체 그런 종류의 굽신거림이 집값오르는데 도움 될거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의 인간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도 웃기고, 또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나를 ‘대표’ 한다는 사실은 더더욱 어이없다. 그래도 어떤 사람등은 찬성한다고 버젓이 써 놓더라. 난 그런데에 만원 쓰고 싶지 않다. 내가 이 아파트에 사는 건 오산 시장이 알아준다거나 분수가 있고 노래가 나오는 것 따위하고는 아무런 상관없다. 또 그렇게 해서 아파트 값 백만원이라도 오르면 정말… 이런 건 정말 순진하다고 생각해야는지, 아니면 멍청하다고 생각해야하는지…

 by bluexmas | 2009/06/12 00:11 | Lif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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