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커피가게 방문기-홍대 앞 시연, 충정로 가배나루

사실 이 집은 상수역 근처에 있으니 시연은 홍대 앞에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어쨌든, 늦은 밤이라 커피 마실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나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집, 굉장히 작은데 안에 콩 볶는 기계도 있고 해서 커피가 맛있지 않을까 충동적으로 시도해보았다.

그리고 결과는, 솔직히 실망. 굳이 ‘솔직히’ 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저렇게 콩도 볶으니 전문가들이 꾸리는 가게임에 분명할 텐데,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에게 시킨 에스프레소가 너무 맛이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맛이 없다고 느끼는 나를 한참 의심했다고… 어쨌든, 거의 언제나 에스프레소 곱배기를 시키는데, 사진에서처럼 보통 크기의 에스프레소 잔이 아닌 일반 커피잔이라고 생각되는 크기의 잔에 거의 가득 담겨 나와서 일단 깜짝 놀랐다. 따라서 맛은… 그냥 묽고 썼으며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이 집에는, 무엇인가 ‘컨셉’ 이 있다.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직접 콩을 볶고 팔기도 하며, 가게 안에는 헌책이라지만 깨끗한 상태의 책들이 꽂혀 있어 책도 팔고 물론 꺼내서 읽어볼 수도 있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가볼 생각이 없는 민들레 영토 따위와 같은 부류는 아니지만 단순한 커피 가게가 아닌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볶는 커피와 책과… 뭐 이런 걸 말로만 들으면 멋진데, 가게에 직접 가서 앉아 있으면 그 모든게 좀 버겁게 느껴진다. 가게가 너무 좁으니까. 사람을 들여서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가게로는 일단 너무 작은 넓이의 공간에, 1/3 정도가 커피를 뽑거나 팔기 위해 할애되었고, 그 나머지의 반 정도에 아주 작은 탁자가 둘, 그리고 남은 공간이 커피를 뽑는 공간 바로 앞의 바 bar인데, 그나마도 입구에는 커피 볶는 기계가 놓여 있고 그 옆의 벽에는 헌책을 위한 책장이 들어서 있으니 이 모든 공간을 다 할애하고 나면 사람이 앉을 공간이나 그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한 동선이 거의 확보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단, 밖에서 통유리를 통해 들여다 보면 들어가기가 선뜻 내키지 않을 정도로 이 가게는 굉장히 작다. 사람들고 그걸 아는지, 안에서 먹기 보다는 사가지고 나가는 편이었는데, 커피를 마시는 이십분 채 못 되는 시간 동안 꽤나 많은 무리가 와서 일부는 밖에서 기다리고, 또 주문을 하는 사람은 가게 안에 서 있다가 계산을 하고 자기 몫의 커피를 받아 가는데, 이 모든 행위를 위한 공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천장을 보니 선풍기가 몇 대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냉방이 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열이 많이 난다고 믿어지는 커다란 커피 볶는 기계와 에스프레소 추출기를 생각해 볼 때 여름엔 가게 안에 있는게 무척이나 괴롭지 않을까, 미뤄 짐작되었다. 물론 일하시는 분들이 힘들겠지만…

그래서 일하는 분들 얘기를 하자면, 부부로 생각되는 분들이 일하시는 것 같은데, 남자분은 커피를 볶으면서 손님이라고 생각되는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여자분은 그 좁은 부엌에서 커피를 뽑고 또 볶은 콩도 팔고 계산도 하시는데 그 모든 걸 혼자 하느라고 힘드신지 그런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친절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열 시 반 까지 영업을 한다고 되어 있던데, 문을 닫기 30분 전에 들어갔으니 다들 지치셔서 커피 맛이 별로였나 생각도 해 봤지만, 그걸 다시 확인하기 위해 나중에 다시 들를 것 같지는 않은 집이었다. 어디선가 서대문의 ‘커피와 쟁이’에서 일하는 분들이 안 친절해서 가기 싫다고 하는 걸 들었는데, 그래도 내가 들렀을 때는 일하시는 분들이 그럭저럭 친절했다. 여기는 거기보다도 별로… 컨셉은 무척 좋지만 가게의 공간 자체가 그걸 소화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이니 아예 책 같은게 없고 공간이 조금 더 여유있어 지거나(그래봐야 아주 큰 차이는 없고, 사람 하나 정도가 옆으로 걸어 지나갈 정도의 폭이 확보될 것 같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아예 길거리 쪽으로 들고 가는 사람들을 위한 유리 문이라도 달아 놓으면, 일하시는 분들이나 가게를 찾는 사람이나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현재의 상태로는 일하시는 분들도, 또 들고 가려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도, 어쩌다가 앉아서 커피를 마시려고 찾아오는 사람까지 그렇게 편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모든 커피 가게가 안락한 소파나 넓은 공간 따위를 가져야 되는 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대낀다는 생각은 안 들 정도의 공간은 확보되어야 하지 않을까?

참, 그래도 그렇게 커피 전문가인 분들이 운영하시는, 또 홍대 근처의 가게인 것치고는 커피 값이 쌌다. 에스프레소가 이천원, 샷 추가가 오백원이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찾은 가게는, 굳이 내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충정로의 가배나루. 잘 나가시는 녹 아무개님을 성자로 추앙해서, 그 분이 가시는 식당들을 성지순례마냥 찾아 다니-뭐 가끔 밖에서 밥을 먹을 일이 생기면… 원칙적으로 외식 혐오주의자인지라-는데, 점심으로 비진도 해물 뚝배기를 먹으러 갔다가 재료가 떨어졌다고 해서 허탕치고, 커피 가게 바로 옆의 만두집에서 만두를 굉장히 만족스럽게 먹고 커피를 마셔볼까 들렀다. 좋은 의미로 초등학교스러운 인테리어가 정확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커피가 맛있었다. 에스프레소를 부탁했으나 에스프레소를 위해 숙성된 커피 콩이 없어서 뽑아도 맛이 없을거라는, 커피에 문외한인 나는 잘 모르는 얘기를 하시고는 대신 진하게 내려서 주셨는데, 온도며 향이며, 잘 모르는 나에게는 맛있게 느껴지는 커피였다. 초콜렛 케잌이나 어딘가에서 받아서 파는 컵케잌도 있었는데 커피가 맛있었으므로 별로 먹고 싶지 않아서 모두 넘어갔다.

이렇게 최근에 들른 두 커피가게 얘기를 마치고, 덤으로는 어제 들른 GS 타워 옆 커피빈의 알바프레소. 돈 쓰기 싫어서 가장 싸다고 알고 있는 에스프레소를 시킨던데, 정말 맛은 하나도 기대하지 않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 주문했다지만, 심하게 맛없더라. 그래도 삼 천원이었는데… 저 홍대앞 가게는 가맹점 따위가 아니어도 이천원이면 마시는 에스프레소를 알바가 맛없게 뽑아놓고 삼천원에 파는 건 정말 피를 빠는 행위. 가게에 딸린 평면 텔레비젼에서 간 콩을 얼마 넣고 탬핑을 두 번에 걸쳐 얼마를 해서 뽑는… 이라고 광고가 나오던데 #까, 라고 말하고 본사에 전화 걸어서 이 따위로 커피 뽑으려면 장사하지 말라고 얘기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스타벅스 따위보다는 고급을 지향한답시고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면서 정작 스타벅스보다 맛 없는 커피를 만든다는 건 사기잖아, 사기. 별도의 글을 올릴 필요도 못 느낀다 정말.

 by bluexmas | 2009/06/09 10:23 | Tast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대건 at 2009/06/09 10:55 

가배나루는 저도 다닌지 꽤 오래 되어서 이렇게 이글루스에서 관련글을 보면

왠지 반갑고 괜히 두근두근한답니다.

혹시 이 분은 실망하시지 않았을까 혼자 오지랖넓게 걱정도 하면서 말이죠.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09 22:06

아, 인테리어가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일하시는 분들 모두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서 친절하신 느낌이었고, 커피도 맛있어서 부러 찾아가기는 힘들더라도 그 근처에 가면 꼭 들러서 커피 마시고 싶은 그런 집이었습니다. 저도 단골집들에 대해서는 그런 ‘오지랖 넓은’ 걱정 한답니다. 맛 변하면 섭섭하고, 누가 먹어 봤는데 맛 없다고 그러면 실망하고 속상하고 원망스럽고, 뭐 그런거죠^^

 Commented at 2009/06/09 12: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09 22:07

으음… 사실은 저도 느낌이 그랬는데, 왜 그렇게 가게에 있으면 다 그렇다고 짐작하게 되잖아요. 덧글에 말씀해주신 것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도. 단지 제가 이런 글을 써서 장사하는데 영향은 미치면 안 될테니까 그냥 거기까지만, 뭐 이런 것이었죠. 제가 안 가면 되는거니까요.

혹시 맛난 커피집 있으면 추천 해 주세요^^

 Commented by 카이º at 2009/06/09 15:52 

프랜차이즈점은 로스터리샵에 비해 안좋은건 당연한거죠 ㅎㅎㅎ

아, 커피 마시고 싶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09 22:08

잘 내리는 스타벅스도 꽤 많을걸요. 압구정동에 우연히 비와서 들어간 집 드립커피는 맛있엇어요.

 Commented at 2009/06/09 16: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09 22:08

답이 없어요, 답이. 그렇죠? ^^

 Commented at 2009/06/09 20: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09 22:09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조하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꿀우유 at 2009/06/16 15:47 

충정로역을 다닌지 7월로 1년이 되는데, 벼르고 있는 가배나루는 언제쯤에나 가볼 수 있을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8 10:22

그러세요? 아주 가까운데 한 번 가보시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러신가봐요. 커피 맛 참 좋고 다들 친절하시던데, 빠른 시일 내에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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