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금메달

아직도 뭐 그렇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열등의식이나 자격지심 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올림픽 같은데에서 따오는 메달의 색이나 수로만 행복의 척도를 삼을 때, 어느 뉴스 진행자가 그런 종류의 얘기를 했었지, 동메달 열 개를 따도 은메달 하나만 못하고, 은메달 백 개를 따도 금메달 하나만 못하다고. 요즘은 금이고 은이고 동이고, 색깔 불문 메달의 합으로 순위를 따지지 않나? 아직도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댄다면, 뭐 그렇게도 얘기해주고 싶다. ‘개새끼야, 너 한번 가서 해봐라, 동메달 따는 건 쉬울 것 같냐?’

주변의 누군가가 그의 죽음에 조소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나는 그에게 속으로 깊이 실망했다. 둘 가운데 하나겠지, 죽고 싶은 상황에 쳐했지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면 그 반대로 죽고 싶을만큼 괴로운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서. 그러나 나는 그를 어느 정도는 아니까 그가 후자의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거기에 얽힌 개인적 이해관계를 쌈의 쌈장처럼, 빼놓으면 안 될테고.

죽고 싶을만큼 괴로워서 정말 사는데 의미가 없으니 죽어버려야 하는 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단계가 바로 죽음의 동메달쯤 되겠다. 그런 동메달이 한 열 개쯤 쌓이면 아, 어떻게 죽으면 좋을까? 라고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누구는 뭐 약을 사서 모으거나, 누구는 손목을 잘 긋는 방법을 찾아보거나, 연탄을 사거나, 또 누구는 고층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내려다 보거나… 이쯤의 단계가 죽음의 은메달 쯤 되겠지. 그리고 그 약들을 삼키거나 연탄불을 피우고 드러 눕거나, 손목을 긋거나, 몸을 던져 버리거나… 그래서 죽으면 그게 바로 죽음의 금메달. 그러나 올림픽보다 더 괴롭게도 죽음의 금메달은 은메달을 한 백 만개 모은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올림픽 금메달은 4년에 한 번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나마 찾아오지, 죽음의 금메달을 위한 기회는 그야말로 평생 한 번 밖에 찾아오지 않으니까. 게다가, 올림픽 금메달은 결국 얻는 것이지만, 죽음의 금메달은 결국 잃는 것. 은메달을 백만 개 따 본 사람들이라도 정말 금메달을 따 낸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차마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죽음의 금메달은, 말했다시피 잃는 것이어서, 그 메달을 따 낸 기분을 물어볼 수 조차 없다. 메달 획득 직후의 인터뷰 따위는 따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메달 백만 개 가진 사람도 모르는게 죽음의 금메달을 따 낸 사람의 마음일텐데, 메달권 밖의 사람이 메달에 대해 논의한다는 건 정말 어불성설. 빛나지 않은 메달인데도 딸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상비군에 후보로 조차도 머물러보지 못한 사람이 얘기하는 건 나를 슬프게 만든다. 많은 은메달, 동메달 리스트들 오늘 만큼은 금메달 못 땄다고 아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금메달이 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못 따도 부끄러운 것 역시 아니고.

 by bluexmas | 2009/05/29 10:44 | Lif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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