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주일이나 더

뜬금없이 낯선 서울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짐을 가져다 주기로 되어 있는 해운업체였다. 아! 기다리던 짐이 드디어 오는 구나…라고 생각했으나 배가 28일에 들어오고 절차를 아무런 차질 없이 걸치면 6월 8일이나 9일에 짐이 도착을 한단다. 이런 빌어먹을… 순간 미친 듯 화를 내고 싶은 욕망이 울컥 치솟아 올랐으나 애초에 전화를 건 직원이 너무 미안한 분위기를 풀풀 풍겨서 도저히 지랄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이드로 변신한 모습은 죽어도 보이고 싶지 않은게 나 아닌가(물론 지킬 박사 따위의 고명한 모습으로 평소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예정대로라면 짐은, 벌써 왔어야 했다. 4월 4일에 나갔고, 미국에 전화를 걸어본 바로는 일주일 정도 만에 컨테이너에 실렸다고 했으니, 실제로 컨테이너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순수한 기간 15일을 빼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는다. 나는 계속해서 답답한 삶을 살고 있다. 침대가 없어서 날바닥에서 자는 거야, 언젠가도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책상이 없어서 뭔가 벌려놓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책들이 없어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만들어 먹고 싶어도 도구가 하나도 없으니 그 역시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자꾸 밖으로만 돈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앞으로 이주일은 또 어떻게 버텨야 되나, 답답하다. 원래 얼마만큼 기다려야 하는지 알고 나면 그 기다림은 조금 더 지루한 종류로 새롭게 허물을 벗고 태어나게 된다. 앞으로 이주일은 정말 지루하겠다.

 by bluexmas | 2009/05/26 21:01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churrr at 2009/05/26 21:05 

저희는 3월 중순에 이삿짐을 보냈는데 6월 말이나 되어야 도착한다죠. ㅜ.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5/26 21:07

호주가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멀지 않나요? 그러나 거의 백일은 너무 심각한 수준이네요. 전 같은 옷을 두 달째 입고 다녀요. 입으려고 빼 놓았던 옷들조차 제가 다른 곳 신경 쓰는 사이에 다 포장해버려서요 T_T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