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냥 죽던지

 없이는 죽을 것 같아.

뭐라고?  지난 주 화요일이었던가, 집에 있기 답답해서 서울행 버스도 타 볼 겸 나가 생각나는대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돌아오는 밤시간이었다. 버스를 잘못내려 어떤 건널목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근처 닭집의 가면을 쓴 맥주집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없이는 죽을 것 같아.

응, 그럼 그럼 그냥 죽던지. 다들 너무나 똑같아서 누군지 짐작은 가도 정확히는 맞출 수 없는 음색,너 없이는 죽을 것 같아… 그럼 그냥 죽던지. 감정이 넘치다 넘치다 못해 코로 흐느끼는 노래, 너 없이는 죽을 것 같아… 그럼 그냥 죽던지. 너 없이는 죽을 것 같아, 말고 또 뭐라고 흐느끼는, 혹은 지껄이는지 들리지도 않았지만 나는 계속 혼잣말로 대꾸해주고 있었다, 그럼 그냥 죽던지, 파란불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을 버리면 당신이 죽을 것 같은지 아는 사람이면 당신을 떠날리 없었을 것 같은데 그냥 떠났으니 그 사람이랑 당신은 별 볼 일 없었을게 뻔한 관계, 그럼 그냥 죽던지… 진짜 죽고 싶을 것 같은 고통이면 그렇게 대놓고 남들 다 들으라고 질질 짜면서 너 없이는 죽을 것 같아, 라고 말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아무래도 엄살인 것 같으니 그게 아닌 걸 증명하려면 그냥 죽던지… 사람을 잃는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다는 건 나도 잘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겠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꼴 보기 싫으니까 그냥 죽던지…  내일 아침 되면 그렇게 난리 법석 떤 자신이 부끄러워 살기 싫어질지도 모르니 그땐 그냥 죽던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노래 하나 팔아 먹겠다고 개나 소나 말이 써 주는대로 읊어대면서 세상에 모든 사랑, 모든 고통 다 맛본 척 하는 그 꼴 보기 싫으니까 그냥 죽던지.

이래저래 죽을 이유 많으니까 그냥 죽던지… 그러고 보니 죽을 이유도 꽤 많기는 많네.

 by bluexmas | 2009/05/04 00:09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09/05/04 00: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5/05 00:01 

사실 죽는다는게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거죠.

 Commented by zizi at 2009/05/05 02:05 

진짜 ‘너없으면 죽을 것 같’으면 절대 입에서 그런 노래는 안나올 것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5/05 11:05 

그러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너 없어서 죽을 것 같으면 노래 못 부르죠. 그것도 그런 콧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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