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일기(10)-Bruised Ego, 지푸라기, Career Statement

, 오늘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우울한 실업일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는데, 지겨워서 정말 너무 하기가 싫은거다. 이렇게 뭔가가 하기 싫을때는 일을 조금씩 돌려가면서 해서 스스로를 속여 일하곤 한다. 예를 들면 다섯 페이지를 한꺼번에 열어놓고 여기 깔짝, 또 그게 지겨워지면 저기 깔짝… 이 시간엔 그것도 약발이 안 받는다. 시험은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공부는 거의 안 했고, 이건 또 이거대로 마무리를 내일까지 지어야 월요 점심에 만날 멘터와의 약속에 뭔가 좀 들고 나갈 수 있을텐데…아, 그러나 만사 제쳐놓고 쓴다. 쓰지 않으면 내가 아니니까. 오늘은 그냥 짤막짤막한 얘기들.

Bruised Ego

친하게 지내던(뭐 늘 이 표현을 써서 백만명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사실은 실속 하나도 없는데) 아줌마 직원 L이 지난 번에 보낸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L은 남편이 다니던 학교의 교수도 또 안면도 있고 해서 오다가다 마주치면 즐겁게 잡담 나누던 사이였는데, 나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다. 그 이면에 숨은 이유를 나름 짐작은 했지만 내가 여기에서 들먹일 성질의 것은 아니고… 어쨌든 그녀는 메일에 ‘ My feelings were very hurt and my ego bruised ‘ 라는 표현을 썼는데, hurt은 그렇다 치더라도 bruise ego라… 그 구절을 읽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Where is my ego? Was it bruised? 결론은, 아마도 나는 마치 나에게 ego 따위는 없는 것처럼 지금 나를 속이고 있다는… 거기까지 깊이 들어가면 생각하기 괴롭잖아. 사실 나는 그날 이후 의식의 60% 정도는 꺼놓고 지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 처해서 갑갑하긴 해도,  회사 생활 단 1%도 사실 그리워하지 않고 있고 또 어느 누구도 보고 싶지 않다. 이럴때 잘 쓰는 표현이 있지, ‘strange but true’, 그리고 아마도 ‘sad but true.’  그리고 그녀는 덧붙이기를 ‘I would like to talk soon but for today just wanted to send a quick e-mail to let you know I am thinking of you.  If there is anything I can do for you please let me know.’ 라고 얘기했는데 그녀가 어째서가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이 그래서 그녀가 도와줄 수 있는게 없어보이지만, 말이라도 고맙지 뭐…오늘 영어메일 쓰기 귀찮아서 답장을 안 했는데, 내일쯤 답장해서 실업자들끼리 밥 먹으면서 우리를 실업자로 만든 그 회사 뒷다마라도 까자고 얘기할 생각이다.

지푸라기

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 들은 수업의 강사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이 양반 참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인심 좋은 양반이어서 학교 졸업하고도 매년 연말에 카드도 보내고 인사를 드려왔는데, 상황도 이렇게 되었겠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일을 드렸더니 이력서라도 한 번 보내보라고 하셔서, 얼른 보내드렸는데 오늘 밤에 답을 주시기를 ‘너 이력서 맨 위 주소에 어느 동네에 사는지 안 써있더라…’ 나 역시 내가 쓰는 나름의 양식이 있어서 letterhead에 이름, 주소, 연락처 있고 뭐 그런게 있는데 어느 순간에 업데이트 하면서 어느 시에 사는지 안 쓴 모양… 벌써 몇 군데에 보냈는데 참 이걸 어쩌면 좋냐.

어쨌든, 이력서는 그렇다쳐도 뭔가 장기적인 목표를 담은 career statement 는 없냐고 하시길래, 이 토요일 밤에 부랴부랴 영작을 해서 또 뭔가를 써야만 했다. 그냥 뒹굴어도 귀찮은 토요일 밤에 영작이라니 참 축복받은 인생이지만, 사실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못하는 내가 싫어지는 것이겠지… 처음엔 대체 무슨 내용으로 미래 고용주의 환심을 사 볼까, 이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쓰고 싶은대로 쓰자… 해서 막 쓴 뭔가를 ‘저 이렇게 할아버지의 관심에 빠르게 응답하고 있어요’ 라는 메시지라도 보내볼까 밤 열 두시 다 되어서 보내드렸더니 10분만에 답장이 와서 ‘에 이건 이렇게 고치고 또 저건 저렇게… 아직 사람들한테 보낼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라고… 이렇게 신경 써 주시는 분께 진심으로 고맙지만 이걸 또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는 받는 이 모순된 감정의 조합을 토요일 밤에 끌어안고 있으려니 술이 막 입으로 파도처럼 파도처럼… 어쩌냐 그냥 눈 감고, 입 벌리고 삼켜주는 수 밖에. 어, 취한다. 이거 다 마시면 분명히 짜파게티 끓여먹고 싶어질텐데 빨리 자야지.

 by bluexmas | 2009/02/08 16:16 | Lif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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